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보기 166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새로운 전통주 구입 방법, 전통주 바틀샵
코로나 펜데믹 전 너무나 쉽게 하던 일 중에 지금은 생각하기 힘든 일 중의 하나가 해외를 나가는 일일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업무상이든 개인적인 일이든 해외에 가면 꼭 들리는 곳이 있었다. 바로 그 나라의 주류 바틀샵이었다. 그 나라의 술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유행을 알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외국의 주류 판매점(좌)과 판매되는 술들(우) @Wikipedia
우리나라에서 바틀샵은 쉽게 보기 힘든 주류 판매 형태이다. 아마도 편의점을 포함해 다양한 마트에서 주류 구매가 쉽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해외는 주류 판매에 관한 규정이 까다로운 나라가 많다. 국가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판매에 대한 규제가 강한 나라는 소매 판매 규제가 강하며 면허를 가진 ‘주류 판매 전문점’ 체계로 운영한다. 영업시간, 판매점의 개수 등을 규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나라들의 ‘주류 판매 전문점’이 바로 ‘주류 바틀샵’이다.
우리나라는 도매·소매 면허제도로 주류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구매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다. 판매하는 술의 종류를 제한한 것은 아니지만 대중주인 맥주, 소주, 와인, 전통주 몇 가지를 제외한 다양한 품목의 주류는 쉽게 구하기 어렵다. 많은 업소에서 대중들이 좋아하고 판매가 잘되는 술 위주로 배치를 하다 보니 업소별 차이가 없다. 양은 많지만, 품목은 단순하다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외의 다양한 주류에 대한 호기심과 수요가 생겨났다. 외국처럼 까다로운 구매 규정으로 인한 바틀샵 개념이 아닌 단순한 품목에 대한 변화로써 주류 바틀샵 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주류 바틀샵에서는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나라의 술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술인 전통주는 주류 바틀샵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간혹 입점하더라도 구색 갖추기 상품인 경우가 많았다.
최근 전통주의 소비 증가에 따라 상황이 변하고 있다. 주류 바틀샵 안에서 전통주 판매대가 자리 잡아 가는 중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 주류 바틀샵은 지점 수가 확대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전통주의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주류 바틀샵에는 저가 막걸리나 한약재가 들어간 천편일률적인 전통주는 찾아보기 힘들다. 고급 막걸리, 독특한 약주, 젊은 층이 즐겨 마시는 새로운 술이 빠르게 판매대를 점령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주 판매대에는 지역의 규모가 작은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원료와 참신한 제조 방법의 제품이 눈길을 끈다. 대량 생산한 제품을 대량 소비하던 것에서 소규모로 생산되는 감성이 있는 제품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주 소비층인 MZ세대의 소비 패턴도 한몫을 한다. MZ세대를 비롯하여 소비자들의 주류에 대한 기호나 소비 패턴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입맛에 맞는 술을 찾아 발품을 팔기도 하고 비싸도 취향에만 맞으면 지불 할 용의도 있다.
이제는 바틀샵의 한 코너를 차지하는 걸 넘어서 전통주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바틀샵도 생겨나고 있다. 과거엔 와인, 위스키를 판매하는 바틀샵은 있었지만, 전통주만 판매하는 곳은 없었다. 다양한 전통주 중에 입맛에 맞는 걸 추천받고 싶을 때나 갑자기 전통주가 필요할 때 바틀샵을 이용하면 된다. 전통주 바틀샵에 가면 시음도 가능하며 간단한 안주를 먹으면서 즐길 수도 있다. 전통주 판매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 편리성도 신경 쓴 것이다. 전통주 바틀샵은 전통주를 마시는 즐거움과 함께 술 고르는 즐거움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전통주 바틀샵이 전국적으로 40여 개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물론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 지역이지만 지방도 바틀샵이 지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지역에서는 바틀샵 만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양조장과 같이 운영하거나 주점과 같이 운영하는 샵앤샵 개념이 많다.
아직 바틀샵의 전통주 판매대나 전통주만 판매하는 바틀샵은 다른 주류에 견줘서는 부족하다. 특히, 전통주만 판매하는 바틀샵은 많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전통주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전통주 판매대나 바틀샵은 더 증가할 것이다. 위드코로나의 시대가 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은 사람이 모여 술 마시기 부담스러운 시기이다. 지속해서 ‘홈술’이 증가하는 이때 전통주 바틀샵에서 오늘 마실 술을 추천받아보는 건 어떨까 한다.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 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