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기후위기와 감염병 시대정신에 맞는 술 산업정책<上>

주류산업과 정책 이야기(29)

기후위기와 감염병 시대정신에 맞는 술 산업정책<上>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원주한살림, 이사장

살림농산, 대표이사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한국할랄산업연구원, 공동원장

기후위기 시대에 전격 돌입했다. 동시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술집들을 공격해 왔다. 모든 것이 멈추자 모두 술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술 판매장들이 극심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지금도 그렇다. 소비자들이 점점 더 집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홈술과 혼술의 습관이 일상화 되어간다. 스트레스로 인한 술 소비는 늘었다. 함께 마실 때 권하는 술을 마셨지만 이제는 홀로 선호대로 선택한다. 농업의 위기도 동시에 왔다. ‘요소주 위기’처럼 농업위기가 불쑥 발생가능하다. 선택의 시대가 왔다. 정부도 국민도 산업도 시대위기에 대응하는 시대정신에 대응하는 술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우주시대가 개막된다고 한다. 우리도 우주로 비행체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문화가 글로벌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 여겼던 기본소득도 설왕설래 논의되고 있다. 급격히 도입될 조짐이기도 하다. 농업부문은 일부 지자체에서 적은 금액이지만 시작했다.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부문의 변화가 너무 크다.

모두 시대적 전환을 이루고 그에 걸맞는 소명을 다시 정립하고 찾아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주류업계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술의 첫째 과제는 “어떤 술을 얼마나 마셔야 할까?”일 것이다. 어렵지 않다. 그 중 ‘얼마나(주량)’는 이미 공감대가 구축되어 있다. 잘 지키지는 않지만 ‘적정음주’가 상책이다. 애매하지만 “적당히 마셔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면 그에 저항하기 어렵다. 그러니 과제는 “어떤 술인가?” 이다. 이제 모두 “어떤 술을 한국의 음주자들이 선택해서 마셔야 할까?”라는 당연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술이 ‘주도주’가 되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 주도주는 ‘공급과 매출이 그 사회의 절반이 넘는 술’이 아닐까? 그 주도주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다 같이 말해보자. 현재의 상황은 사실 물을 필요도 없다.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희석식 소주’와 ‘맥주’가 작금의 주도주다.

그렇다면 이제 주도주로 합의해야 하는 미래의 술은 무엇일까? 오랜 술역사를 점검하면서 바로 그 미래의 주도주를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 그리고 그 정황을 만들어 갈 시대정신이 담긴 정책방향도 함께 논의하자.

현재 음용주류에 대한 농식품축산부 2020년 조사결과다. 희석식 소주 3조 7382억원 41.8%, 맥주 3조 6,882억원 41.2%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른바 전통주는 531억원이 전부다. 적다. 전통주를 마시지 않는 이유는 모르고(28.8%), 비싸고(24.3%), 다양하지 않아서(18.5%)다. 기꺼이 프리미엄 막걸리에 지불가능한 금액은 2,865원이다.

이 숫자들을 보면서 우리는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우리는 시대정신을 담아 소비하고 있는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도주’에 대한 답은 대한민국의 정부조직도 속에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고 에너지 절약과 관련이 있는 술은 무엇일까?”가 질문이자 답이다.

“술 산업 정책 중 가장 중요한 정책이 무엇이지요?”하고 물으면, “주세정책이지요!.”라고 이구동성으로 답한다. 사실 주세율 속에 제조자들의 희비쌍곡선이 그려져 있다. 주세에 대한 질문은 통상 “주종별로 과세 기준은 뭐고 세율은 어찌 되어야 옳을까?”이다. 주세 이외의 정책은 이미 상당부분 제조자들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주세는 100% 정부당국의 권한 내에 있다.

그런데 세율을 정부는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위스키가 높았던 시기가 있고, 1991년 이후는 맥주가 더 높다. 위스키가 소주 보다 높다가 2000년대에 들어 같아진다. 도대체 기준은 뭘까? 혹자는 이런 평가를 내릴 것이다. “도수(순알코올량)가 기준이면 맥주와 막걸리가 비숫해야 한다. 가격이 기준이면 위스키가 가장 높아야 한다. 와인과 소주는 도수가 큰 차이가 없으니 두배 차이가 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당국의 상황인식과 의지가 주종간 세율 차이를 보인 것이다. 과연 이제는 어찌 해야 할까?

세율의 근간은 주세법에 기초한다. 주세법의 소관처는 기획재정부의 ‘환경에너지세과’다. “아니, 그래요? 환경에너지세과에서 술 산업정책을 다뤄요?”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정말, 그랬어?”하기도 한다. 사실이 그렇다.

술정책 소관처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전통주 관계자들은 “그렇다면, 농식품부 농림산업진흥과에서 담당하는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또 뭐란 말이요?”하고 되묻는다. 보건관계자들이 “아니 술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정책이 어떻게 술 정책이 될 수 있나요?, 국민들을 고주망태로 만드는 정책이 있을 수 있나요 ?”하고 외치면 농식품당국자는 멈칫할 수 밖에 없다. 주류 다량 소비를 부추기는 게 맞냐는, ‘정당성’논란에 반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없애기 위한 “환경부의 ‘빈용기보증금 제도’도 있잖아요! 하고 반문한다. 하지만 “아, 그건 술 정책이라기 보다 마시고 난 후의 빈병에 대한 제도지요?”라 반문하면, “그건 그렇다”고 하고 만다. 공병보증금을 많이 붙이는 술을 주도주라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의 미래 주도주’ 찾기 위한 힌트가 기재부 ‘환경에너지세과’라는 명칭에 있다면 구매원료의 이동거리를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 하고, 포장재를 유리병으로 제작해서 에너지 사용을 줄인 술이 될 것이다. 그러한 술은 ‘수입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우선적 경영전략으로 지정한 술이 아닐까?’싶다. 따라서 주종이라기 보다는 그러한 경영의사결정을 한 제조자들에 지원을 하는 ‘스마트한 정책’을 추진하도록 주세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 답이다. 그게 현실적으로는 일부 전통주제조자나, 증류식소주의 제조자 등이 될 것이다.

“아니 주세기준이 그렇게 바뀌어도 되는 건가요?”하고 반문하는 이들이 줄을 설 것이다. 바꿔도 된다. 술정책은 시대정신에 따라 분석자료를 만들고 국민들의 합의, 동의로 정부가 바꾸면 되는 것이 아니던가. 과거사를 뒤져보자.

술은 일반 소비자가 절제하며 선호대로 자유롭게 마시는 물질이다. 그 술 정책은 그 시대적 상황, 시대정신에 맞춰 변해왔다.

먼저 규제론이다. 술 정책에 관한 한 “규제가 옳은가? ”주류산업계에 자유, 자율을 최대한 보장해야만 하는가?”하는 데 대한 논란은 이제 부질없다. 술에 관한 한 무조건 정부규제가 맞다. 그리고 그렇게 해 왔다. 그 근거는 술의 기본적 속성 때문이었다.

술이 본래 적정량을 넘어서면 몸을 상하고 가족과 사회를 어지럽힌다. 그래서 술 정책은 통상 건강을 이유로 규제에 전세계적인 공감대를 가져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그래서 주기적으로 해로운 음주에 대한 기준과 정책을 발표해 왔다.

그런데 최근 우리사회는 “규제에 동의하는가? 안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거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채 술정책이 ‘규제완화 일변도’로 치우쳤다. 정부는 ‘거두절미하고 규제 완화’로 규제 줄이기 내지는 없애기’ 일변도로 정책을 펼쳤다. ‘술산업의 일자리 증대’와 ‘기술적 효율’을 추구하는 쪽에 규제를 줄여준 것이다. 이는 최근 정책당국자들이 ‘일’이 필요하고 ‘기술’이 중요하다고 시대적 문제해결 방향을 읽었기 때문이다. 술이라고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작금이 문제가 기후위기라고 동의가 된다면 그 방향으로 정책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아니라면, 논제가 달라진다. 기재부가 규제완화 정책을 펼 때 어느 누구 하나 ‘경고등’을 켜는 반대는 없었다. “맞아요. 청년 일자리가 중요해요.”하고 동의했다.

그럴 때 여성, 임신여성과 청소년 음주의 증가는 세인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보건당국도 간헐적으로 분석적 주장을 했을 뿐 기재부의 독주에 대부분 침묵했다. 이제 기후위기가 우리 앞에 왔다. 아니라면 그만이다. 하지만 “과연 아닌가?”하고 공론장을 열어야 한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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