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
한석수의 사주팔자
어떤 한 사람이 자신은 가진 것이 없고 능력도 많지 않다고 생각해 결국 “돈을 모으는 것만이 살 길이다”라는 각오를 다진다. 다른 사람이 8시간 일하면 자신은 15시간을 일하면서, 한 푼 두 푼 모아 종자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돈은 절대로 쓰지 않고, 돈만 생기면 은행을 찾아 입금한다. 이런 사람은 개미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면 소위 ‘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회식을 해도 다른 사람이 사겠다 싶으면 절대로 자신이 나서서 계산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말로는 “내가 사야하는데…” 하면서 립서비스로 생색은 혼자 다 낸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야박하다는 소리를 듣고, 도가 지나치면 구두쇠라는 소리도 듣는다. 그러나 이 사람은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오로지 돈 모으는 재미로 산다. 옷도 한 번 사면 탈색되기 직전까지 입고 다니고, 가방이 오래 되면 염색하던지 리폼해서 쓴다. 어디에서 세일을 하면 아침 일찍 가서 경품으로 나온 라면 한 상자를 받아들고 오고, 쇼핑을 해도 품목 중에서 가장 세일 폭이 큰 것만 고르는 타입이다. 이런 사람은 남에게 신세 지는 것을 싫어하고, 반대로 남이 나에게 부탁하는 것도 싫어한다. 만약 누구에게 식사를 대접받았다면 반드시 갚아야만 직성이 풀리기도 하다.
반면, 배짱이의 성품을 가진 사람을 보자. 머리가 너무 좋아 남들이 한 달 걸려 할 일을 하루 만에 해치우는 능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매사에 자신이 있고 능력도 있으니 일을 미루는 경향도 많다. 그래서 게으르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過信)해 자기 아집에 빠지기 쉽다. 그렇지만 이런 사람이 일을 열심히 하면 능력 발휘도 엄청나고 회사에서 고속 승진도 가능하다. 눈치가 엄청 빨라서 상대가 말을 하지 않아도 척보면 아는 사람들이 이런 부류다. 그리고 능력이 있다 보니 여러 가지 일에 재능을 보이고, 하는 일도 이것 했다 저것 했다 수시로 바꾼다. 그래서 옛말에 10가지 재주가 있는 사람은 끼니 걱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사람이 운과 노력으로 부귀를 얻으면 괜찮은데 자기 머리만 믿고 빨리 가려하고, 더구나 천성이 게으르다보니 돈 버는 일에 소홀하면 결국 세월만 가고 이뤄 놓은 것이 없게 된다. 급기야 좋은 머리만 믿고 남들이 이뤄놓은 업적을 한 번에 뛰어 넘으려 욕심 부리다가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눈치 빠르고 말재주도 겸비하면 말로 욕심을 내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 번에 큰돈을 얻을 수 있는 복권에 올인한다든지 아니면 경마장이나 각종 도박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이 같은 성격의 베짱이가 큰 사업 건이 있어 개미에게 “떼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니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면 어떨까. 개미가 볼 때 베짱이는 능력은 있지만 노력은 하지 않고 게으른데다 한심하기까지 할 것이다. 개미는 천성이 모으는 재미로 살기 때문에 남에게 절대로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 한다. 상대가 고리(高利)의 이자를 준다고 해도 싫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은행 금리보다 조금 낳으면 투자를 할 순 있을지언정 어떻게 모은 재물인데 절대 불안한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다. 담보 제공에 확실한 물건을 손에 쥐고서 “이만하면 안전할 것”이라고 본인이 확신하지 않는 이상 돈 거래는 안 한다. 그러나 베짱이 입장에선 그런 개미의 행동이 답답하다. 조금만 융통해주면 큰돈을 벌 수 있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다 생각해 야박하기까지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형제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성격이 전혀 다른 개미와 베짱이 형제라면 얘기는 똑같을 수 있다. 베짱이 입장에서 부탁을 했다가 거절당하면 서운하고, 그러다보면 거리도 멀어지게 된다. 반면 개미 입장에선 너무 큰 것만 쫒아 다니고, 한 방에 뭐 할 것 없나 하며 돌아다니는 형제가 못마땅할 것이다. 그래서 형제지만 남보다 못한 사이인 경우를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상대를 무시하고 멀리할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져야 한다. 개미의 성격이라면 벌 때는 아끼고 했지만 이미 재물을 많이 모았다면 써야할 곳에는 쓸 줄도 알아야 한다. 베짱이는 게으른 천성을 버리고 능력에 맞게 노력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