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위드 코로나 시대, 꼭 기회일까

위드 코로나 시대, 꼭 기회일까

임재철 칼럼니스트

우리도 이제 본격적인 ‘위드코로나’ 시대로 진입했다. 지구촌 모두의 바람이던 ‘포스트 코로나’는 물 건너간 것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즉, 코로나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예전 익숙해진 일상으로 돌아온 현실이 된 것이다.

WHO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최소한 2022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 간의 백신 불평등을 고려한 예측으로 평가된다. 안타깝게도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될 것이라는 믿음은 아직 그 어디에도 없다.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결국 전염병이 대유행을 거쳐 독감처럼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풍토병으로 정착되는 ‘엔데믹(Endemic)’을 현실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불완전하지만, 점진적으로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의 회복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하겠다.

무려 2년이라는 긴 시간을 전 세계가 코로나와 사투를 벌였지만, 완승하지 못하고 절반의 성공에 그친 셈이 되고 말았다. 이로 인한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측면에서 일상이 일시에 복귀되지 않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생겨나는 변수들이다. 즉 과거로 회귀하려는 심리를 상징하는 키워드인 ‘펜트업(Pent-up)’이다. 말하자면 팬데믹이라는 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일시적으로 분출하는 ‘보복 소비’에 온통 이목이 쏠린다.

따라서 비대면에서 본격적인 대면 소비로 패턴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으로 넘쳐난다. 벌써 여행이나 패션·화장품 등의 업종은 새로운 호황을 맞을 채비로 분주하다. 거리두기의 최대 피해자였던 자영업자·소상공인들도 영업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에 고무돼 있기도 하다. 연말이 가까워지고, 곧 대규모 세일 이벤트까지 준비되고 있어 한층 더 무르익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그럴까. 결국 한동안 돌아올 일상과 다가올 가상현실과의 사이에서 회복과 성장이라는 양 날개가 다양한 게임 체인저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와 미래로 향하는 선상에서 중심축을 잡고 포지셔닝을 정해야 하겠다. 당연히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개인도 적정한 위치는 달라질 수 있지만, 전체적인 방향은 그것이 ‘위드코로나’가 암시하는 시장의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그 무서움은 아직도 우리를 위협하고 있지만, 세계를 향한 한국 기업의 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파괴적 혁신을 통한 글로벌 1등의 집념을 불사른다. 암울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다행스럽게 그나마 우리 수출은 순항한다.

한편 단계적 일상회복과 함께 여행업계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거리두기로 익숙해진 원격 재택근무와 거점 오피스 운영을 정상 출근과 병행하면서 업무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가 시행되더라도 해외여행 관련 정책은 변화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위드코로나가 전하는 메시지는 해외여행 소비 심리를 깨우고, 여행업계의 활동 반경을 넓혀줄 것으로 예상된다. 패키지여행 예약에서도 그 기대감을 읽을 수 있다. 대형 여행사들의 경우 연말까지 유럽 지역만 2,000여 명의 고객이 출발을 앞두고 있으며, 사이판과 괌 등을 포함하면 3,000~4,000명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희망 예약 때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로 보인다.

또한 주요 여행사들은 다양한 변화로 위드코로나를 대비하고 있는 바 특히 패키지 상품의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 위드 코로나를 기점으로 해외여행 시장선점을 위한 여행사, 여행 플랫폼, 온라인 몰의 치열한 경쟁이 본격화될 양상도 감지되고 있다. 유럽 패키지여행이 홈쇼핑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주요 여행사들의 지난달 말 기준 잠재적 출발 인원은 3만 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여행 심리 회복과 합리적인 상품 가격에 소비자들이 즉각 반응한 모양새다.

그런가 하면 위드코로나로 국내여행 전문 여행사와 호텔업계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당장 사적 모임 인원이 10명까지 가능하고, 식당과 카페 영업시간에 제약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여행 상품을 이용할 때도 팀당 10명까지 예약할 수 있으며, 식당 이용 등에 어려움이 해소되어 단체여행 수요가 증가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싱가포르 트래블 버블과 함께 인바운드 여행시장 재개도 점쳐지고 있다. 여행업계는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국내 인프라 정비, 외래객 대상 PCR검사제도 정비, 적극적인 유치 프로모션 등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여행업계는 근 2년 만에 돌아올 외래객 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트래블버블 시행을 앞두고 여행상품 세팅에 나섰는가 하면 코로나 이후 중단됐던 해외여행사 대상 팸투어도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만 인바운드 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중국·일본과의 교류 재개가 필수적인데 두 국가가 열려야 본격적으로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백신접종률 70%를 넘어서면서 자유로운 여행과 일상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큼과 동시에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과도기라는 점이다. 세상이 하수상하다보니 지금 하려는 당연한 얘기가 엉뚱한 얘기로 들릴 지도 모르겠다. 방역당국과 감염병 전문가 모두 일상회복, 위드코로나의 기대감으로 당분간 코로나19 확진자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하루 확진자가 곧 3000명, 5000명을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국은 국민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접종률이 더 오르면 어느 순간 안정세에 돌아설 것으로 낙관했지만, 전문가들은 방역·의료가 확산세를 감당할 수 있도록 빨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불안하다는 의미로 “고삐를 놓으면 안 될 때”라는 주장이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위드코로나’를 선언한 영국이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폭증에 당황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영국이 ‘위드 코로나’ 정책 도입 속도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감염이 폭증한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은 식당과 술집의 영업 제한을 완화하면서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병행하는 단계적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하는 전면적인 완화 정책을 단행했다.

우리 역시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가 시행되면서 식당, 카페 등의 영업제한이 없어진데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어떻게 될지 심히 걱정이다. 또한 마스크는 언제 벗을 수 있는지, 확진자 수는 줄어들 것인지, 백신패스는 필요한지, 위드코로나의 성공할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크다.

​따라서 한국보다 먼저 위드코로나를 시행한 영국을 비롯, 유럽 국가들을 보더라도 좀 더 신중하게 해제 조치를 천천히 진행했으면 하는 것이다. 즉, 시행착오에 따른 후유증이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위드코로나를 시행한 대부분의 국가가 방역 규제 해제와 동시에 마스크를 집어던졌고 다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내 및 해외여행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와 여행객의 장기적 차원의 접근과 준비가 필요하다. 만약 우리나라 여행객이 국내외 여행지에서 감염되었을 경우를 가정해 보면 그 후폭풍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마 먼저 위드코로나의 실패를 맛본 나라 못지않게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올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날마다 팬데믹을 넘어선 여행을 상상하며 살고 있지만 말이다.

이제 2021년도 저물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나라가 방역 규제를 해제하고 나서 폭발적으로 확진자의 수가 늘어났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도 다르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섣불리 위드코로나를 하려고 했다가 엄청난 후폭풍이 생길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 것은 비단 필자 뿐만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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