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HOT HEALTH 행복한 삶을 위한 성담론(性談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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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브의 골풀무

 남재만 박사 (비뇨기과)

 

여성의 성기는 대부분 복강 내에 감추어져 있고, 외음부도 소음순과 대음순에 의해 이중으로 닫혀 있어, 바깥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단지 닫혀진 대문짝(?)뿐이다. 그래서인지 여자 목욕탕에 불이 났을 때, 여자들은 수건으로 외음부를 가리는 게 아니라, 유방을 가리고 뛰쳐나온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여성의 성기는 그래서 더더욱 신비의 대상이었다.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퓨덴둠(Pudendum)이라는 말도, 그 원래의 뜻은 ‘부끄러워해야 할 곳’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말은 다분히 성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씹’이라는 우리말은 종족보존의 의미가 더 강하다. 왜냐하면 ‘씹’은 남자의 씨(정충)가 들어가는 입이라서 ‘씨입’이고, 그게 줄어서 ‘씹’이 됐기 때문이다.
 남성의 성기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은유적 별칭도 골풀무, 조개, 옥문, 무림산중, 족도리, 고깔, 모밀떡, 반노군, 관악산 외발이 놈 등등 무척 많다.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화가 이중섭 씨가 골풀무를 ‘비행접시’라고 했다는 사실이다. 친구들이 찾아와서 오입 한 번 하러가자고 꼬드기면, 이중섭 화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사람들아, 굳이 거기까지 갈 것 뭐 있는가. 길에 나가면 땅에서 1m 높이에 비행접시가 무수히 떠다니는데”라고.
골풀무를 영어로는 벌바(Vulva)라고 하는데, 이는 라틴어에서 나온 말로 ‘덮개’ 라는 뜻이다. 감칠맛 나고 은근한 우리말에 비하면 무지몽매(?)한 감이 없지 않다.
골풀무의 맨 위쪽에 보면 몬스 베네리스(Mons Veneris)라는 곳이 있다. 라틴어로 ‘비너스의 언덕’이란 뜻인데, 두툼한 지방층의 쿠션으로 융기된 부분이며, 거웃이 나 있는 곳이다. 왜 이런 쿠션 좋은 언덕이 여자에게만 있을까? 그건 두말할 것도 없이, 운우(雲雨)의 벼락(?)이 내려칠 때, 그 충격을 완충시키기 위한 쇼크 압소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골풀무의 바깥쪽에는 대음순(남자의 음낭에 해당됨)이 있고, 그 안쪽에는 봄날의 상추 잎사귀처럼 야들야들한 소음순이 있다. 그러니 골풀무는 이중의 문으로 닫혀 있는 셈이다. 특히 이 소음순은 성적으로 꽤나 민감한 곳이며, 여성의 오줌 누는 소리가 특이한(?) 것은, 오줌 줄기가 이 소음순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우리 민요에도, “오라버니 오라버니 날 시집보내 주, 작년엔 오줌소리가 쫄쫄쫄 했는데, 금년엔 오줌소리가 꿜꿜꿜 한다오”라는 게 있다. 그렇다. 소음순이 발달하지 않은 소녀는 오줌소리가 독주(獨奏)처럼 단조롭겠지만, 소음순이 상추 잎처럼 발육한 처녀의 오줌소리는 이중주(二重奏)의 화음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비너스의 언덕 바로 밑에는 남성의 살송곳에 해당되는 음핵이 있는데, 이곳은 여성의 가장 민감한 성감대여서 여성을 성적으로 점화시키는 단추의 역할을 한다. 연탄으로 치면, 착화탄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착화탄도 일단 연탄에 불이 붙으면 꺼져버리듯이, 음핵도 일단 여체에 정염의 불이 붙은 후에는 더 이상 그 단추를 자꾸 눌러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다가는 오히려 붙은 불이 도로 꺼져버리는 낭패를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음핵 바로 밑에 요도가 있고, 그 바로 밑에 질이 있으며, 또 그 밑에 항문이 있다. 그러니 여자의 외음부는 음핵, 요도, 그리고 질, 이렇게 한 지붕 세 가족이라 할 수 있다.

질은 그 입구 양쪽 아래 부분에 이른바 ‘바르톨린 선(Bartholin Gland)’이라는 샘이 있는데, 여기서 약간의 윤활액이 분비되어 살송곳의 진입을 도와준다. 그러나 윤활액의 대부분은 섹스의 플랫홈으로 알려진 질벽의 바깥 1/3 부분에서 분비되는데, 이 분비물의 많고 적음이 그 여성의 음녀성의 척도가 되지는 않지만, 충분한 양의 점도(粘度) 높은 윤활액은, 남성의 살송곳을 분기탱천케 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요즘은 여성들의 질 세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심지어 세척기라는 기구까지 동원하는가 하면, 화학약품이나 소독액을 써서 질 속까지 청소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평소 질속에 살면서 잡균들의 무단출입을 막아주던 유익한 세균까지 초토화시키기 때문에, 잡균들은 마치 무주공산에 놀러 가듯이 낄낄거리며 들어갈 것이다.
예부터 동굴은 여성골풀무의 상징이었다. 단군신화에서도 보면,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백일 동안 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었다는 사실은 시사 하는바가 크다. 또 야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골풀무를 닮은 지형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경주에 있는 이른바 여근곡(女根谷)은 진짜 골풀무 뺨칠 정도다. 그 곳에 후백제 견휜의 군사가 매복해 있다가, 선덕여왕의 군사들에 의해 섬멸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비록 불같이 일어난 살송곳도 일단 골풀무 속에 들어가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근입어여근즉필사(男根入於女根卽必死)라! 이는 선덕여왕이 골풀무를 가진 여자였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싶다.

골풀무의 형태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떤 소금장수가 소금 한 배를 팔아서 그 돈으로 기생과 노닥거리다가 거덜이 나자, “그 놈의 구멍은 무슨 놈의 구멍인지, 소금 한 배를 다 먹고도 짜다는 소리도 않더라”고 하자, 그 말을 들은 생강장수가 “멀리서 보면 말 눈깔 같고(遠見似馬目), 가까이서 보면 헌데 같은 것이(近視如膿瘡), 양볼에는 이도 하나 없건만은(兩賴無一齒), 생강 한 배를 꿀꺽하더라(能食一船薑)”며 탄식했다고 한다. 이렇듯 골풀무는 풀무요, 살송곳은 송곳이다. 송곳이 제아무리 날카로우나, 풀무에 들어가면 녹아버린다. 그래서 송강 정철과 기생 진옥(眞玉)이 주고받은 농춘화답(弄春和答)은 가히 일품이라 할 만하다. 먼저 정철이, “옥이 옥이라 하거늘/ 번옥(燔玉)으로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眞玉)이 분명하다/ 내게 송곳 있으니/ 뚫어 볼까 하노라”하니, 기생 진옥이 이를 받아, “철(鐵)이 철(鐵)이라 하거늘/ 잡철(雜鐵)로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정철(正鐵)이 분명하다/ 내게 골풀무 있으니/ 한번 녹여볼까 하노라”라고 화답했다. 이런 게 바로 멋이요 풍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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