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국산 쌀을 이용하자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개발과 농식품 가공팀)
업무상 농촌으로 출장을 갈 일이 많이 있다. 이때 마다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광경은 수확을 하고 있는 농민들이 마시고 있는 술, 막걸리는 국산 쌀로 만들 제품이 아닌 수입쌀로 만든 제품을 마시는 것을 보고 있으면 아이러니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최근에 국정감사에서 막걸리를 생산하는 대형 업체에서 수입쌀을 이용해서 만든 막걸리가 많다는 기사를 보았다. 물론 국정감사의 자료를 보면 2010년도 자료를 가지고 잘못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고 일부 업체에서는 작년 2011년에 사용된 국산 쌀 비율이 53.9%라는 반박 기사를 내었다. 물론 국산 쌀 사용비율이 2010년에 비해 계속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현재 국산 쌀(정부미)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입쌀보다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수입쌀을 사용하는 것보다 국산 쌀의 가격이 더 낮기 때문에 생산 측면에서 보면 국산 쌀을 사용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것이기에 기업에서 국산 쌀(정부미)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국산 쌀(정부미) 재고량이 부족해지면서 지금의 가격으로 지속적으로 국산 쌀(정부미)을 공급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로인해 막걸리를 다시 수입쌀로 만드는 현상이 생길수도 있게 되었다.
물론 국가 정책적으로 보면 외국에서 수입되는 수입쌀(MMA)의 일부분을 기업에서 소비해줘야 하는 것이 어찌 보면 기업의 어려움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는 국산 쌀 사용에 있어 같이 고민을 해보았으면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몇 년 동안 계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일이 있다. 몇 번 이곳에서도 언급했던 이야기지만 막걸리 업체와 농가간의 막걸리 원료곡(쌀) 계약재배를 지속적으로 성사시키는 일이다. 막걸리 원료곡 생산에 있어서 일반적인 쌀 품종으로는 생산단가를 맞출 수 없기에 수확량이 많은 다수확 품종을 재배해서 생산단가를 최대한 낮추는 일을 해왔다. 계약재배를 지속시켜오면서 여기에다 글로 쓰기 어려운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기업과 농민의 믿음으로 3년간의 사업으로 끌고 올수 있었고 내년에는 아마도 더욱 많은 농가와 기업이 계약재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다수확 쌀을 이용한 계약재배를 해서 생산된 쌀이 수입쌀이나 국산 쌀(정부미)보다 가격이 낮은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다수확 쌀은 햅쌀이라고 봐도 될 것이고 올해 생산된 쌀을 내년 수확 시기 전까지 사용하기에 1년이 넘은 쌀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수입쌀이나 국산 쌀(정부미)보다 많게는 5배에서 적게는 2배 이상의 가격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막걸리 품질과 기업의 의지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계약 재배를 하고 있는 막걸리 업체도 국산 쌀(정부미)을 이용한 막걸리와 다수확 쌀(햅쌀)을 이용해서 만든 제품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수확 쌀을 이용해서 만든 막걸리가 품질과 맛에서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아서 좀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 또한 이 기업도 중소기업으로 몇 번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수확 쌀(햅쌀)을 이용해서 제품을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업의 어려움 속에서도 이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고 나름 성과를 얻어 가고 있다.
이처럼 막걸리의 최근 어려움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찌 보면 우리 스스로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수입쌀을 이용해서 막걸리를 만들고 이렇게 만든 술을 우리 술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하고 있기에 우리 스스로 외면을 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형 막걸리 업체들이 농민들과 계약재배를 하거나 아니면 작년에 수확된 햅쌀만을 사용해서 막걸리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막걸리를 다시 농민들이 마신다면 이것은 농민들도 이익을 얻고 막걸리 업체들도 이익을 얻는 길이 될 것이다. 또한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수입쌀이 아닌 우리의 쌀로 만든 막걸리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마시는 막걸리를 우리 술이라는 이름으로 떳떳이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막걸리를 생산하는 대형 업체들이 우리 쌀(햅쌀)을 사용하는 방법을 좀 더 근원적으로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이것이 줄어드는 막걸리 소비를 상승 시키는 좋은 바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