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녹하주(綠霞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101번 째 이야기

‘녹하주(綠霞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녹하주(綠霞酒)’는 저자와 저술 연대 미상의 <浸酒法>이란 문헌에 처음 등장한다. <浸酒法>은 최근 발굴된 문헌으로, 궁중음식연구원장 한복려 선생이 복사본을 입수하여 필자에게 복사하여 건네주었던 것으로, 본 저서에 수록하게 되었다.

<浸酒法>에는 ‘녹하주(綠霞酒)’를 비롯하여 총 50종의 주품과 누룩 1종의 주방문이 수록되어 있다. 주방문이 매우 특징적이거나 <浸酒法>에만 수록되어 있는 술도 여럿 있는데, ‘세향주’를 비롯하여 ‘처화주(처하주)’, ‘구과주’, ‘부점주’, ‘일두주’, ‘산주’, ‘삼칠주’, ‘청하주’, ‘뫼속주(매속주)’, ‘무시절주’ 등이 그 예이다.

‘녹하주(綠霞酒)’는 일곱 말 빚이로, 양조 규모가 결코 적은 술이 아님을 알 수 있는데, 술빚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힘들다는 것을 실습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녹하주(綠霞酒)’ 주방문을 보면, “백미 두 말 일백 번 물에 씻어 하룻밤 재워 가루 만들어라. 물 3말 끓여 담 개되, 반은 설고 반은 익게 개어 식거든 가루누룩 2되와 진가루 2되를 섞었다가, 익거든 찰백미 닷 말 일백 번 물에 씻어 하룻밤 재워 밥 익게 쪄, 물 5말 끓여 밥에 골화 누룩 없이 섞으라. 가장 좋으니라.”고 하였다.

주지하다시피 ‘녹하주(綠霞酒)’는 밑술의 쌀 2말을 백세 작말하여 끓는 물 3말로 반생반숙의 범벅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많은 양의 쌀가루를 범벅으로 만들 때 주의할 일은, 그 양을 한꺼번에 하지 말고 2~3등분하여 범벅이 골고루 익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그 양을 하게 되면 범벅을 이기는 일이 매우 힘들기도 하거니와, 절대로 균일하게 익지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거듭 주지하거니와 특히 범벅은 ‘반생반숙(半生半熟)’ 형태로서, 죽이나 떡 등 다른 방법에 비해서 결코 당화가 용이하지 않은 만큼, 덜 익은 쌀가루는 술독 밑에 침전되어 2차 발효를 일으켜 산패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쌀가루와 물 양을 등분하여 균일하게 익히는 방법을 강구해야만 실패하는 일이 없다.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범벅은 투명한 상태가 되어야 좋고, 그릇의 뚜껑을 덮어 저절로 식기를 기다리는 것이 누룩과 섞어 술밑을 빚을 때 힘들지 않고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

밑술의 발효기간이 며칠이 걸리더라도 술밑이 끓어올랐다가 차분히 가라앉은 후에 덧술을 하는데, 고두밥 역시도 그 양이 많으므로, 2등분이나 4등분하여 끓는 물과 골고루 합하고, 물이 다 잦아들 동안 주걱으로 자주 젓지 말고, 저절로 차디차게 식기를 기다려야 한다.

‘녹하주(綠霞酒)’를 수 차례 빚어보았지만, 어떤 연유에서 주품명이 ‘녹하주(綠霞酒)’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리하여 주품명이 유사한 ‘백하주(白霞酒)’ 가운데 술빚는 방법이 유사한 주방문과 비교하였는바, 밑술의 쌀 양이 많다는 점 외에는 ‘녹하주(綠霞酒)’의 특징이나 주품명에 따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또한 주방문을 고려하면 ‘녹파주’의 이법(異法)이거나 ‘녹파주’를 ‘녹하주(綠霞酒)’로 잘못 이해하였을 가능성도 있는데, ‘녹파주’ 주방문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주원료의 배합비율과는 차이가 많다는 점에서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완성된 술맛을 고려하여 추측하건데, 용수를 박아 채주한 청주는 그 빛깔이 매우 엷고 맑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탁주로 걸렀던 경우에는 매우 밝은 술 색깔을 자랑하였으며, 오히려 청주보다 맛이 담백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따라서 탁주로 마신다는 뜻에서 노을 ‘하(霞)’ 자를 붙이게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청주보다는 탁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 녹하주(綠霞酒) <浸酒法> -일곱 말 빚이-

◇ 술 재료 ▴밑술 : 멥쌀 2말, 가루누룩 2되, 밀가루 2되, 물 3말

▴덧술 : 찹쌀 5말, 물 5말

◇ 술 빚는 법 ▴밑술①멥쌀 2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빼 놓는다.②불린 쌀을 가루로 빻아 넓은 그릇에 담아 놓는다.③가마솥에 물 3말을 팔팔 끓여 쌀가루에 골고루 나눠 붓고, 주걱으로 골고루 개어 반은 익고 반은 설익은 담/범벅을 만든다.④(담/범벅을 개었던 그릇과 똑 같은 크기의 그릇으로 뚜껑을 덮어), 제 몸에 차디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⑤차게 식은 담/범벅에 가루누룩 2되와 밀가루 2되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⑥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술이 익기를 기다린다.

▴덧술 ①찹쌀 5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헹궈서 물기를 빼 놓는다.

②불린 쌀을 시루에 안치고 쪄서 고두밥을 짓고, 솥에 물 5말을 끓인다.③고두밥이 무르게 익었으면 퍼내어 넓은 그릇에 담고, 팔팔 끓고 있는 물을 고두밥에 골고루 끼얹은 뒤, 고두밥이 물을 다 먹으면 차디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고두밥에 밑술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⑤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친 후, 예의 방법대로 하여 (차지도 덥지도 않은 곳에서) 발효시키고, 술이 익기를 기다린다.

<녹하주(綠霞酒)> -일곱 말 빚이 백미 두 말 일백 번 물에 씻어 하룻밤 재워 가루 만들어라. 물 3말 끓여 담 개되, 반은 설고 반은 익게 개어 식거든 가루누룩 2되와 진가루 2되를 섞었다가, 익거든 찰백미 닷 말 일백 번 물에 씻어 하룻밤 재워 밥 익게 쪄, 물 5말 끓여 밥에 골화 누룩 없이 섞으라. 가장 좋으니라.

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102번 째 이야기

‘동파삼일주’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홍씨주방문>의 ‘동파삼일주’는 “동파(東坡)에 의해 작성된 주방문으로, 3일 만에 익히는 방법의 술빚기”라는 뜻에서 유래한 주품명이다. 그런 까닭에 <홍씨주방문>의 ‘동파삼일주’는 전형적인 속성주 빚는 법을 보여주고 있다.

속성주를 빚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삼일주’라고 하여, 술을 익히는 기간에 따른 주품명임을 감안하여, 다른 기록의 ‘삼일주’와 비교해 보면서 그 차이를 찾고자 하였다.

<홍씨주방문>의 ‘동파삼일주’는 “점미 한 말 백세 하여 담그고, 좋은 섬누룩 서 되를 물 끓여 담갔다가, 하룻밤 재워 담근 쌀을 건져 익게 찌되, 약간 물 뿌려 채우고 담은 누룩을 주물러 다시 거아로 크되(?), 날물 조심하여 걸러 즈에 버리고 물만 밥에 버무려, 항에 넣어 삼일 만에 드리워 쓰거니와, 오륙일이나 더 두면 맑고 좋으니라.”고 하였다.

한편, 다른 문헌에도 45종 이상의 ‘삼일주’ 주방문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가장 유사한 <양주방>에 ‘삼일주’ 주방문을 보면 “물 1말을 팔팔 끓여서 넓은 그릇에 담아두고 차게 식힌 후에 누룩가루 2되를 섞어 하룻밤 재워 놓는다.

희게 쓸은 멥쌀 1말을 깨끗이 씻고 또 씻어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세말한 다음 날 물 누룩을 체에 밭쳐 찌꺼기를 제거한 누룩 물을 만들어 놓는다. 쌀가루는 흰무리 떡을 익게 쪄낸 다음, 누룩 물에 흰무리 떡을 넣고, 고루 힘껏 치대어 덩어리가 없는 술밑을 빚어 3일간 발효시킨다.”고 하여, 주원료의 양에서 차이가 날 뿐, 술 빚는 과정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같은 기록인 <양주방>에 “섬누룩 3되를 물 3사발의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제물에 체에 걸러 찌꺼기를 제거한 누룩 물을 만들고, 찹쌀 1말을 일어 건져낸 후, 고두밥을 짓는데, 꽤 찌고 익었으면 퍼내고, 식기를 기다린다. 걸러 둔 누룩 물에 차게 식힌 고두밥을 섞고, 고루 버무려서 술밑을 빚고 3일간 발효시킨다.”고 하여 ‘동파주’를 수록하고 있으므로, ‘동파삼일주’와 ‘삼일주’는 다른 술임을 알 수 있다.

결국 <홍씨주방문>의 ‘동파삼일주’와 <양주방>의 ‘동파주’는 주품명에서는 다르지만, 그 과정이 동일한 것으로 미루어 한 가지 주방문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이들 두 가지 주품은 한 기록에서 유래되어 전파되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표현방식을 빌어 기록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홍씨주방문>의 ‘동파삼일주’는 그 특징이 수곡(물누룩)을 만들어 두었다가, 고두밥을 투입하여 단기간에 발효시키는 고급 탁주류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술을 빚는 과정을 보아 알 수 있듯 수곡을 만들어 하룻밤 불렸다가, 주물러 짜서 누룩찌꺼기를 제거한 누룩물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술밑을 빚게 된다. 3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술을 익히기 위해 누룩의 양이 30%나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홍씨주방문>의 ‘동파삼일주’는 술 빛깔이나 향기가 좋지 못하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쌀 양에 대하여 30%에 이르는 비교적 많은 양의 누룩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누룩냄새는 덜 나고 향기가 좋아지며, 술 빛깔도 밝은 누런색을 띠게 되므로 상품의 술이 된다.

또한 3일 만에 익혀서 써야 하므로 탁주를 빚기 위한 방문임을 짐작할 수 있으며, 방문 말미에도 언급되어 있거니와 “항에 넣어 삼일 만에 드리워 쓰거니와, 오륙일이나 더 두면 맑고 좋으니라.”고 한 것은, 이 술이 7일 정도는 되어야 발효가 어느 정도 끝이 나고, 더불어 청주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홍씨주방문>의 ‘동파삼일주’가 <양주방>을 비롯한 유사한 방문의 ‘삼일주’와 다른 점은, 누룩과 물의 양 외에 심지어 쌀의 종류도 다르긴 하지만, <홍씨주방문>의 ‘동파삼일주’는 3할의 누룩과 3사발의 끓여 식힌 물로 만든 누룩물에 찹쌀고두밥으로 빚는 까닭에 일반 ‘삼일주’보다 발효가 더뎌지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일반 ‘삼일주’에 비해서 누룩의 양은 많지만, 양조용수가 적게 사용된 데서 발효가 늦어지고 아울러 발효종료시간도 늦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양주기법은 재료의 가감과 원료의 처리과정 등에 따라 각각 다른 맛과 향기의 다양한 주품과 주방문이 생겨날 수 있거니와, 오히려 일반 2양주나 3양주에 비해 ‘동파삼일주’와 같은 속성주가 더 까다롭고 힘들다는 얘기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동파삼일주 <홍씨주방문>

◇ 술 재료 : 찹쌀 1말, 섭누룩 3되, 끓여 식힌 물 (3사발)

◇ 술 빚는 법 ①물 (3사발)을 팔팔 끓여서 차게 식힌 뒤에 좋은 섭누룩 3되를 담가 하룻밤 불려 수곡을 만들어 놓는다.②찹쌀 1말을 백세 하여(백번 씻어 매우 깨끗하게 하여 말갛게 헹궈 건졌다가,)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려 놓는다.③다음 날 불린 찹쌀을 (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서 물기를 뺀 뒤)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④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낸다(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⑤수곡을 체에 밭쳐 주물러 짜서 누룩찌꺼기를 버리고, 누룩물을 만들어 놓는다.⑥고두밥과 누룩물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⑦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5일간 발효시킨다.

* 급수량이 나와 있지 않으나 <양주방>의 ‘동파주’를 참고하여 3사발로 산정하여 주방문을 작성하였다. * 거아 : 꼭 주무르다. * 크되 : 찌꺼기 없이 가르되, * 즈에 : 찌꺼기 * 물 : 누룩물.

<동파삼일주> 점미 한 말 백세하여 담그고, 좋은 섬누룩 서 되를 물 끓여 담갔다가, 하룻밤 재워 담근 쌀을 건져 익게 찌되, 약간 물 뿌려 채우고 담은 누룩을 주물러 다시 거아로 크되(?), 날물 조심하여 걸러 즈에 버리고 물만 밥에 버무려, 항에 넣어 삼일 만에 드리워 쓰거니와, 오륙일이나 더 두면 맑고 좋으니라.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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