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내려 온 누룩디디는 법

내부비전국방 內府秘傳麴方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내려 온 누룩디디는 법

 

 


내부비전국(內府秘傳麴)은 《준생팔전》(1591년), 《임원십육지》(1827년경), 《농정회요》(1830년경),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24년)에 기록돼 있다.

우리가 실습한 누룩방문의 출처는 임원십육지이지만, 본문에서는 준생팔전을 인용했다는 원전(原典)을 밝히고 있다. 준생팔전(遵生八箋․1591년․20권)은 중국 명대(明代) 희곡작가 고염(高濂)이 펴낸 책으로 도가(道家)의 심신수양법, 섭생법, 건강법, 음식물, 화초, 약제 처방 등을 광범위하게 기술해 편찬했다. 이 책의 권4인 ‘음찬복식전(飮饌服食箋)’에는 복식방(服食方)이 많은데 고대(古代) 도가음식(道家飮食)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된다. 건강을 중요시하는 도가의 양생법(養生法)에는 제독(制毒)․해독법(解毒法)이 많은데 내부비전국도 이런 비법(秘法)으로 처방된 누룩 중 하나일 것이다. 예전에 우리나라 대궐 안 약국에서 빚었던 내국향온법(內局香醞法․밀, 녹두)과 임원십육지에 나오는 금경로국(金莖露麯․밀가루, 녹두, 찹쌀)등에도 녹두가 들어간다.

내부비전국의 재료는 밀가루, 차조, 녹두 등 3가지다. 이러한 복합배지에는 다양한 균주들이 증식되고 이것으로 빚은 술의 향미는 풍성해진다. 실제로 녹두 등의 부재료가 첨가된 누룩은 밀누룩으로만 빚은 술에 비해 차별되는 독특한 향미가 있다.

이들 부재료들의 약성(藥性)을 보면, 좁쌀은 성질이 차고 비위의 열을 없애며 이뇨작용이 있다. 녹두는 성질이 차고 백독(百毒)을 풀어주는 명약으로 알려져 있다. 한의학 임상에서 녹두는 주독(酒毒)을 풀어 주고 열을 내리며, 날 것을 갈아 즙을 짜서 복용해도 효과가 있다. 특히, 녹두가루를 뜨겁게 끓여 껍질을 많이 먹으면 소주독이 풀린다고 한다. 녹두껍질의 성질은 매우 찬데, 녹두의 찬 성질과 해독작용은 모두 이 녹두의 껍질에서 나온다.

내부비전국의 원방문에 누룩은 삼복(三伏) 때 디디는 것이 좋고, 성형한 뒤 ‘60일간 햇볕에 말린다’ 또는 ‘대광주리에 넣어서 60일간 햇볕을 쪼인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것이 애누룩의 발효기간인지, 발효 완성된 누룩의 법제기간인지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준생팔전의 저자 고염이 중국 남부 절강성 항주(아열대기후) 사람이라는 것을 참고하면 그 지역기후에 적합한 ‘애누룩을 띄우는 기간’을 말한 것 같다.(*서울삼해주-약주 누룩도 밖에서 햇볕을 쪼여서 띄운다).

삼복중에 햇볕 아래서 띄우는 누룩이니 별도의 발효환경을 조성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고, 지속적인 햇볕의 살균작용으로 잡균의 오염가능성도 낮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자칫하면 누룩이 과열 건조돼 미생물의 증식상태가 불량해지거나, 재료 성분의 변성으로 인한 열독(熱毒)과 독성물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이것은 주질(酒質)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건강도 해치게 한다. 이런 경우에 차조와 녹두의 찬 성질(冷性)이 누룩과 술의 화기(火氣)를 조절하고, 녹두의 강한 해독(解毒) 작용은 주독(酒毒)을 풀어주는 보완기능을 한다.

누룩의 상태는 술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누룩을 제대로 띄우고 법제(法製)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누룩 빚기에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만들기>

실습과정은 출처 원방문(原方文)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세부설명을 추가해 편집했다.

 

Tip.

삼복중에 디디는 것이 좋다. 또 각 재료에 수분이 고르게 섞이도록 녹두물을 뿌릴 때 주의하고, 반죽을 체에 내려서 덩어리 없는 균일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출처.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1827년, 113권 52책 필사본)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徐有榘․1764~1845)가 완성한 종합농업기술서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라고도 부른다. 실학사상이 반영된 19세기 농업기술과 사회문화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연구자료다. 900여종의 우리 고전과 중국문헌을 인용(서목을 자세히 명기)했지만 주체적인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도록 꾸몄으며, 좋은 제도와 방법들은 검토․참작해 모두 포함시켰다. 그중 정조지(鼎俎志 41~47권)는 편찬 당시의 음식에 관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분류해 정리한 것으로, 누룩 13가지와 양조법에 따라 분류된 194개 주품이 소개돼 있다.(*참조번역본 : 임원십육지-정조지 이효지․조신호․정낙원․차경희 편역. 2007. 교문사)

 

재료 : 밀가루(白麪) 100근, 차좁쌀(黃米) 4말, 녹두(綠豆) 3말 (사진 1/2 0010)

 

1. 녹두를 맷돌에 거칠게 간다. (3/6 0084)

2. 껍질을 키로 까불러서 따로 분리한다. (3/6 0100)

3. 그 껍질을 반죽할 물에 넣는다. (여호욱 녹두피 2)

4. 물에 담가둔다. (여호욱 녹두피 4)

5. 껍질을 거른다. (여호욱 녹두피 6)

6. 껍질이 제거된 녹두를 맷돌에 곱게 간다. (1/2 0040)

7. 체에 내린다. (1/2 0062)

8. 차좁쌀도 맷돌에 간다. (1/2 0068)

9. 체에 내린다. (1/2 0115)

10. 분쇄된 밀가루, 차조가루, 녹두가루를 준비한다. (1/2 0133)

11. 5번의 녹두껍질 불린 물과 밀․차조․녹두 가루들을 섞어서 반죽한다. (1/2 0138)

12. 반죽을 체에 내린다. (1/2 0149)

13. 완성된 반죽. (1/2 0164)

14. 천을 깔고 네모난 누룩틀에 담는다. (1/2 0169)

15. 다진다. (1/2 0175)

16. 모서리를 정리한다. (1/2 0178)

17. 양쪽 천을 모아서 잡는다. (1/2 0185)

18. 똬리를 튼다. (1/2 0190)

19. 중심에 박고 밟아 성형한다. (1/2 0196)

20. 성형 완성된 애누룩. (1/2-1별도화일 IMG 7985)

21. 햇볕에서 60일간 띄운다. (3/6 0173)

22. 발효 완성된 누룩. (3/6 0259)

23. 분쇄해 술 빚기 전에 다시 법제해 사용한다.

 

* 타이틀 메인 사진 (3/6 0303, 검은곰팡이 부분은 피해주세요.)

* 여호욱샘 부분사진 제공 밝혀주세요.

 

 

<술빚기>

술을 빚을 때 곡물 1석에 누룩 7근 비율로 넣으면 술맛이 맑고 달며 독하다.


* 일반 가양주를 빚을 때 이 비율에 맞춰 빚는다. 양조용수(釀造用水)의 양은 개인의 기호대로 조절해서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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