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명의 명주 여행
막걸리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당진 막걸리’
당진은 국가지정문화재인 면천두견주가 있어 술로 이름을 얻은 고장이다. 그 기운 때문인지 당진에 있는 막걸리 양조장들도 만만치 않은 이력을 지니고 있다. 순흥면의 미담 막걸리가 2010년 우리술 품평회의 생막걸리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고, 면천 샘물 생막걸리는 면천 두견주 옛 양조장에서 빚어진다. 지역 농특산물을 이용하여 산학연대로 개발된 왕매실막걸리는 2012년 우리술 품평회의 생막걸리부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당진 생탁주는 당진탁약주양조장의 옛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서 새로 만들어졌으며, 80년 전통의 신평양조장은 2012년 우리술품평회의 살균 막걸리부분에서 대상을 받았다. 쟁쟁한 막걸리 양조장들이 서해대교 건너 당진 땅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진시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양조장은 당진탁약주양조장이다. 당진시 서문1길 23-13번지에 있다. 그런데 철제 정문이 굳게 닫혀 있고, 잠긴 자물통은 녹이 슬어있었다. 양조장 마당에는 인기척이 없고, 철문 안으로 뒤집힌 스테인리스 발효통이 보였다. 무성하게 가지를 뻗은 향나무 밑으로 모란 꽃잎이 떨어져 있었다. 술 받으러 왔던 동네 사람들이 향기를 맡았을 모란이 이제는 봐주는
양조장 근처 상점을 찾아가보니, 당진에서 생산된 막걸리가 네 종류나 있었다. 성광주조의 미담막걸리, 순성왕매실영농조합법인의 왕매실막걸리, 당진면천주조의 면천샘물 생쌀막걸리, 당진양조장의 당진생탁주 들이었다. 당진 신평양조장에서 빚은 백련막걸리를 제외하고 모두 모인 상태였다. 상점 주인에게 “여기는 막걸리 종류가 많아요?”라고 묻자, 주인은 양조장 근처라서 막걸리가 잘 팔린다고 했다. 그래서 “양조장 문 닫았잖아요?”라고 다시 물었더니 그 양조장 아래편으로 새로운 양조장이 생겼다는 답이 왔다.
새로 생긴 양조장은 당진1동 서문1길 20-5번지에 설립된 당진양조장
최고상을 받은 연유를 살펴보니, 성광주조의 막걸리를 빚는 이는 누구보다도 막걸리를 많이 빚어본 이였다. 양조장 대표 성기욱 씨는 1974년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탁주제조협회에 입사하여 2010년까지 근무했다. 서울탁주에서 생산하는 장수막걸리의 품질개발과 관리를 책임지는 일을 해왔다. 장수막걸리에서 퇴직할 무렵까지 그가 한 일은 연구소를 관리하고, 서울에 일곱 군데에 산재해 있는 장수막걸리 제조장의 품질을 관리하고 균질한 누룩을 제공하는 일이었다.
성기욱 대표는 당진에 내려와 가족과 함께 술을 빚고 있었다. 누룩을 만드는 것부터 발효와 제성하는 것까지 그의 손끝을 거쳐서 술이 나온다. 성광주조는 작은 양조장이지만, 성광주조에서 나온 막걸리는 결코 작은 술이 아니다.
순성면의 왕매실 막걸리는 지역 농특산물을 이용하여, 산학연대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고려대학교와 신성대학교의 기술 자문을 받아, 1일 1만 7천병을 생산할 수 있는 현대화된 시설을 순성왕매실영농조합법인이 갖추었다. 매화는 순성면 농가에서 2002년부터 심기 시작하여 현재는 10만 그루가 넘는다. 매실막걸리는 쌀로 빚은 술덧에 매실 원액을 적당량 넣어 만든다.
요즘 막걸리 유통은 운송수단의 발달로 지역 경계가 사라졌다. 냉장고와 냉장차가 생겨나면서, 외지의 막걸리가 당진 안에서도 팔리고, 당진 막걸리가 외지로 나가고 있다. 지역의 경계가 없어졌지만, 당진 막걸리에는 당진의 쌀과 당진의 바람, 당진의 물이 어우러져 있다. 그래서 어쩌면 당진 막걸리는 당진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여행지 정보
양조장 정보
당진양조장 : 당진시 당진 1동 서문1길 20-5번지 041-353-3326
신평양조장 : 당진시 신평면 금천리 350-1번지 041-362-6080
순성왕매실영농조합법인: 당진시 순성면 매실로 398 번지 041-354-1205
당진면천주조: 당진시 면천면 동문1길 11-23번지 041-356-037
성광주조: 당진시 순성면 봉소리 839-3 번지 080-357-2123
* 막걸리 택배 주문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