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철의 와인교실(4)
잘못된 와인상식
김준철 원장 (김준철와인스쿨)
와인은 생산지의 토양, 기후, 지형적인 특성은 물론, 포도재배, 발효, 숙성 등 수많은 과정을 거쳐서 생산되기 때문에, 와인에 대한 지식은 여러 분야의 종합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복잡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이 와인의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와인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은 와인공부를 열심히 하기 마련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와인을 너무 신비스러운 듯이 바라보거나, 과학적인 근거 없이 떠도는 소문을 진실인 양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 오래될수록 좋은 와인?
♣ 체온 때문에 와인의 온도가?
♣ 와인의 눈물
♣ 와인 병 바닥의 패인 곳
이 부분을 ‘푸쉬업(pushup)’, ‘펀트(punt)’ 등으로 부른다. 병 바닥을 이렇게 만들면 부피가 줄어들어 같은 용량이라 하더라도 더 크게 보이는 효과는 있지만, 와인의 품질과 무관하다. 질 나쁜 와인을 만들면서, 제병업자에게 병 똥구멍을 깊게 파달라고 부탁하면 어떻게 될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인데도 이를 믿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또, 병 바닥에 찌꺼기를 모으기 위해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막상 와인 따를 때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 코르크마개가 숨 쉰다?
그렇다면, 병에서 숙성된다는 이론은 어떻게 된 것인가? 와인의 병 숙성은 공기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시간에 의한 화학변화라고 봐야 한다. 또 와인이란 원래 공기하고는 상극이기 때문에, 요즈음은 병을 코르크로 밀봉하기 전에 빈 공간에 질소를 채울 정도니까, 코르크가 숨 쉰다면 와인 다 버리게 된다.
♣ 디캔팅이나 브리딩으로 맛이 좋아진다?
“와인을 서빙하기 한 시간 전에 코르크를 따놓으면 와인 맛이 좋아진다.”라고 하면서 이를 브리딩(breathing)이라고 부른다. 이는 디캔팅(decanting, 와인에 가라앉아 있는 찌꺼기를 제거하는 일) 할 때 코르크를 미리 따서 침전물을 가라앉히는데 필요한 시간을 말하는 것이지, 디캔팅이 필요 없는 와인의 뚜껑을 열어 공기와 접촉시킨다고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병구만한 면적에 공기가 접촉하여 무슨 변화가 일어날까? 다만, 나쁜 냄새가 나는 질 낮은 와인에서는 그것이 없어지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 디캔팅의 효과도 마찬가지로 공기접촉으로 나쁜 냄새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도, 경험적으로 맛이 좋아진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셀러에서 와인을 꺼내올 때는 와인 온도가 낮지만, 코르크를 따서 실내에서 한 시간 두거나 디캔팅을 하면서 온도가 올라가서 맛이 부드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즉, 온도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니까, 구태여 코르크를 따서 둘 필요는 없는 것이다.
♣ 빈티지
“와인은 빈티지 차트를 보고 골라야 한다.” 빈티지에 따른 맛의 차이는 아주 비싼 와인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고급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서 그 값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기 때문에 똑같은 샤토의 와인이라도 빈티지에 따라서 값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빈티지의 좋고 나쁨이 가격에 반영이 되어있다는 얘기다. 구태여 빈티지 차트를 꺼내 볼 필요도 없이 비싼 것이 좋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값싼 와인은 빈티지가 달라도 그 맛이 그 맛이고 가격도 거기서 거기다. 이런 값싼 와인은 빈티지를 보고 가장 최근 것을 구입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결국 값싼 와인의 빈티지란 제조연도를 확인하는 역할밖에는 못한다.
♣ 와인 마시는 것과 감정하는 것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 와인은 과학으로 풀어야
와인 이론에는 반드시 그에 맞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다. 막연하게 그러려니 하는 느낌이나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이론은 와인을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혼란만 더해준다. 와인은 지구과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등 종합적인 과학 이론의 바탕 위에서 완성되는 과학의 산물이다. 어디서 어떻게 들은 이론이든 반드시 그 이유를 따지고 물어야 올바른 이론을 배우게 된다. 어설픈 소문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 누군가와 함께 와인을 마시는 것은 그 대상 인물을 가장 간단하고 빠르게 그리고 믿을 만하게 시험하는 것이다. – 플라톤(Plato, 그리스 철학자)
필자:▴김준철와인스쿨(원장)▴한국와인협회(회장)▴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프레즈노캠퍼스 와인양조학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