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취중진담
酒力 향상에 도움 주는 紅柿
근무 점수가 높더라도 ‘인간성이 좋다’는 평가는 대부분 업무가 끝나고 벌어지는 회식자리 즉, 술자리에서 판가름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약 상사가 술 마시기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어쩔 수 없이 ‘술자리도 경쟁력’이란 생각을 갖고 임해야 한다. 주당파(酒黨派) 상사를 둔 경우에는 남들에게 기죽지 않을 만큼 마시고도 다음날 멀쩡하게 출근하는 요령을 알아둔다든가, 숙취해소법을 익혀 술 냄새 풍기며 출근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요즘 인터넷에는 술 덜 마시는 요령이라든지 숙취해소에 좋다는 비법이 수없이 뜨지만 이를 암기하면서까지 술 마시기는 힘들고, 어느 정도 마시다보면 그런 비법이 머리에 남아날 일도 없다. “부어라, 마셔라” 하며 술잔이 오고가는데 나만 비법 운운하며 요령을 피우다간 바로 윗사람한테 찍히기 마련이다. 주당들 역시 초년시절에 다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술자리 참석 전에 방비책을 세우는 것이다. 보통 음주 전에 우유를 마시는 방법이 있다. 이는 우유에 들어있는 지방과 단백질이 위벽에 보호막을 만들어 속을 덜 버리게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강력한 위액은 그 보호막을 금방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다. 다만 통념과 다른 것은 우유의 효과가 발휘되는 곳이 위가 아니라 간이라는 점이다. 우유에는 영양분이 많기 때문에 간의 해독작용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통용되는 것이 계란의 노른자위를 먹거나 참기름을 마셔두는 것이다. 이런 비법(?)을 사용하면 평소 주량보다 배를 마셔도 덜 취한다. 그러나 친구끼리 마시는 술은 적당히 취하자는 것이니까 구태여 이런 방비책까지 세울 필요는 없다. 그래도 같은 술을 마시되 덜 취하고 숙취도 빨리 해소되는 방법이 있다면 피할 필요가 있겠는가.
필자의 경우 요즘처럼 홍시(紅?)가 많이 나는 계절에는 술 마시기 전에 홍시 두 개를 먹는다. 홍시는 술을 마시고 나서 숙취해소로 좋은 과일이다. 감, 홍시, 당근, 늙은 호박처럼 주황색, 붉은색, 노란색을 띠는 식품에는 베타카로틴 함량이 풍부하다. 이들 과일·식품 중에서 베타카로틴 함량이 가장 높은 게 바로 홍시다. 베타카로틴은 활성산소 제거기능에 의한 항산화 효과가 있어 발암 원인을 사전에 차단하고 암 예방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감에 들어있는 떫은맛을 내는 타닌은 모세혈관을 튼튼히 해주는 효과가 있는데 소화기계, 호흡기계, 비뇨기계 점막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특히, 수렴작용이 있어 장 점막을 수축시켜 장의 연동작용을 돕고 설사도 멎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주당들이 홍시를 먹는 이유는 무엇보다 갈증을 멎게 하며 주독(酒毒)을 푸는데 효과가 있어서다.
잔칫집에 빠지지 않는 것이 수정과다. 수정과는 계피가 주원료지만, 수정과에 띄워놓는 것은 잣과 곶감이다. 이 모두가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 음식이다.
우유를 마시거나 홍시를 먹는 것도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갑자기 술자리에 참석은 해야겠고, 술은 덜 취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물을 마셔야 한다. 알코올이 우리 몸에 흡수되면 간은 최우선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기 시작하는데, 수분을 많이 필요로 한다. 이런 때 물을 많이 마시면 알코올을 빨리 분해할 수 있다. 그래서 소주나 양주 등의 독주는 얼음 등을 타서 같이 마시면 먹기에 편하고 천천히 마실 수 있으며, 알코올 분해에도 좋다. 술 마실 때 물을 많이 마신 날은 숙취가 덜 하다는 게 주당들의 경험적 측면에서 입증된 비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