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누구나, 어디서나 즐겁게 불렀던 노래

누구나, 어디서나 즐겁게 불렀던 노래

 

캐럴의 탄생 배경

 

캐럴은 크리스마스 때 부르는 신앙의 즐거움을 표현한 노래다. 그 어원은 프랑스어 ‘Carole’인데, 13세기경 사람들이 둥근 원을 만들어놓고 춤을 추면서 부르던 노래를 말한다. 이때만 해도 민중들이 춤을 추며 부르던 노래는 모두 캐럴이라고 불렀다. 이렇듯 당시 캐럴은 교회뿐만 아니라 야외, 무도회, 음악회, 그리고 집에서 광범위하게 불리는 음악을 뜻했다.

우리가 현재 캐럴을 크리스마스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많은 캐럴이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했기 때문이다. 캐럴은 아기 예수 탄생을 기뻐하며 부르는 가사가 많다. 14세기 초에 만들어진 캐럴의 가사를 보면 아기 예수, 성인(聖人)들의 축일(祝日), 예수의 수난 등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1년 교회력의 모든 절기(節氣)에 맞는 캐럴뿐만 아니라 사랑이나 도덕, 풍자, 시사와 관련된 것도 있었다. 이 가사들은 영국의 한 식료품 가게주인이 1500년부터 1536년 사이에 유행하던 캐럴을 기록해놓았고, 다행히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16세기 들어 종교개혁을 겪으면서 캐럴은 급속히 자취를 감췄다. 17세기 영국의 청교도인들은 종교적인 축제를 부정했을 뿐만 아니라 캐럴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크리스마스 축하 행사를 금지시켰다. 이후 청교도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1660년부터 영국에서 크리스마스 축제 복원운동이 시작됐고, 18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세기에는 연구학자들이 박물관에서 초기의 캐럴을 많이 발굴해냈다.

1831년에는 J.W 파커가 크리스마스 캐럴집을 출판했고, 영국 감리교회의 찰스 웨슬리를 중심으로 캐럴 부흥운동이 일어나면서 ‘천사 찬송하기를’, ‘첫 번째 노엘’ 등 찬송 스타일의 캐럴을 많이 만들었다. 잘 알려진 캐럴 가운데 하나인 ‘기쁘다 구주 오셨네’도 영국 찬송가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이작 와츠에 의해 이 당시 쓰인 것이다. 원래는 크리스마스에만 부르기 위해 쓴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처음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것으로 1871년 영어로 번역된 것이 발견됐다.

캐럴의 가사에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재밌고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이는 본래 캐럴이 춤추기 위한 노래이며, 즐겁고 흥겹고 경쾌한 기분을 노래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출판한 ‘더 옥스퍼드 북 오브 캐럴(The Oxford Book of Carols)’에는 200여곡이 실려 있는데 대부분 라틴어와 영어 두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저 들 밖에 한밤중에…노엘, 노엘…” 등이 좋은 예다.

19세기 영국,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에는 집집마다 방문하면서 캐럴을 불러주는 이들이 있었다. 이를 ‘캐럴링(caroling)’이라고 하는데, 그리스도 탄생의 기쁜 소식을 천사들이 찬양으로 전했던 것처럼 크리스마스 새벽이면 구주 탄생의 기쁜 소식을 집집마다 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에 쓸 교회 기금을 모으기 위해 11월 말부터 각 집을 돌아다니면서 캐럴을 부르곤 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돈이나 초콜릿, 음료수 등으로 보답했다. 이 풍습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있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