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사람이 모여 앉는 데는 위아래가 있다

사람이 모여 앉는 데는 위아래가 있다

향음주례에서 볼 수 있는 주도

 


전통 주도의 요체(要諦)는 ‘정성을 다해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반드시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며, 적대적이 아니라 화목하는 것이다.

전통 주도는 세종대왕이 ‘육례(六禮)’ 중 음주에 관한 예를 가르친 ‘향음주례(鄕飮酒禮)’에서 그 정수를 볼 수 있다. 향음주례의 정신은 첫째, 의복을 단정하게 입고 끝까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말 것, 둘째 음식을 정결하게 요리하고 그릇을 깨끗이 할 것, 셋째 행동이 분명하며 활발하게 걷고 의젓하게 서고, 분명히 말하고 조용한 절도가 있을 것, 넷째 존경하거나 사양하거나 감사할 때마다 즉시 행동으로 표현해 절을 하거나 말을 할 것 등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지침들이 있다.

 

① 이르는 데마다 절하고, 잔이나 손을 씻을 때마다 절하고, 받을 때마다 절하고, 줄 때마다 절하고, 끝날 때마다 절해 지극한 정성을 나타낸다.

② 사람이 모여 앉는데는 위아래가 있다. 자리가 남향과 동향일 때는 오른쪽이 상석(上席)이고, 북향과 서향일 때는 북쪽이 상석이다.

③ 주인과 손님이 절을 함에 있어서 벼슬이나 학식에 관계없이 공경하는 사람이 먼저 절하고, 서로 존경할 때는 같이 한다.

④ 술과 음식을 반제(飯祭)하는 것은 천지신명께 감사드리는 것이다.

⑤ 물(현주․玄酒)을 청주와 같이 비치하는 것은 근본을 귀중하게 여김이다.

⑥ 술잔 하나로 모든 사람이 차례로 술을 마시게 하는 것은 화합을 이루기 위함이다.

⑦ 술을 자기가 먼저 마시고 남에게 권하는 것은 술을 취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는 마시지 않고 남에게만 권하는 것은 벌주에 지나지 않는다.

⑧ 술자리에서 어른이 일어나 나가면 모두 따라서 돌아가는 것이 예법이다. 이는 지루하고 난잡함을 방지함이다.

⑨ 말할 때 가진 물건을 내려놓고 일어서서 말하는 것은 공경함이다.

이외에도 전통 주도에는 여러 가지 삼가야 할 일을 두고 있으나 어느 것이든 술을 탐해 취하도록 마셔서 예의와 품위, 건강을 잃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술을 마시는 일은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이 기본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인에게 주도란 어떤 것이어야 할까. 결론을 말한다면 현대인의 생활습관에 맞게 하되, 상식선에서 예의와 건강, 인간관계를 해치지 않으며 상대방을 생각해주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다면 좋을 것이다. 현대인의 바람직한 주법에 대해 몇 가지 적어본다.

① 술과 음식은 너무 걸게 하지 말고 주석의 인원과 주량을 참작해 알맞도록 종류와 양을 준비한다.

② 음식물은 자신의 접시에 덜어먹도록 하고, 국물이 있는 안주도 덜어먹는다.

③ 술잔은 전통 주법에 따라 돌려도 되지만 깨끗한 물에 잔을 씻어서 돌린다. 옛 주법에 따르면 반드시 잔에 술을 채워 돌렸지만 요즘은 빈잔을 돌리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그대로 해도 좋다.

④ 술좌석에서 잔을 돌리되(순배), 세 순배 이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이는 술에 약한 사람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양이다.

⑤ 순배 시에도 술을 마시지 않을 사람은 하례하기만 하고 다음 사람에게 잔을 돌린다.

⑥ 빈 잔은 당사자의 의사를 물어 가까이 있는 사람이 채워준다.

⑦ 술좌석은 반드시 공개하고 자식이나 제자들에게 술시중을 들게 해 술 마시는 법도를 가르친다.

⑧ 대접 받았을 때는 적당한 시간 여유를 두어 갖는 것이 좋지만 2, 3차는 경박한 풍조다.

⑨ 술자리는 좌중의 가장 윗사람이 일어나면 모두 자리를 파하여 돌아간다.

⑩ 술자리가 파할 때 술자리에 대한 답례인사는 다음 날 하는 게 옳다.

⑪ 술자리에 아는 사람이 오면 반드시 술을 한 잔 권한다.

⑫ 술자리의 상석은 문에서 안쪽, 자리 중 중앙으로 한다. 원칙적으로 편안한 자리가 상석이며, 자리 배정은 초청자 또는 좌장이 정해준다.

⑬ 술과 함께 깨끗한 물을 준비해 술잔을 씻을 수 있도록 한다.

⑭ 말할 때는 술잔이나 가진 물건을 놓고 말한다.

⑮ 우리나라에는 일본과 같은 첨잔(添盞) 풍속이 없다. 잔을 비우기까지 첨잔은 하지 않는다.

⑯ 어른과 함께 한 주석에서는 어른이 “고개를 돌리지 마라”는 말이 없을 때는 고개를 약간 모로 해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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