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음주운전은 패가망신의 지름길

김원하의 취중진담

 

음주운전은 패가망신의 지름길

 

 

술을 가리켜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고 하고 또 ‘패가망신지근원(敗家亡身之根源)’이라고도 한다. 술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강조한 것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말이다. 술이 ‘100가지 약 가운데 으뜸’이라는 것은 천연 효모로 빚은 술을 음식과 함께 반주(飯酒)로 마시면 약이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몸만 축날 뿐이다. 더구나 술에 취해 싸움이라도 하면 이런 저런 망신을 당하고 인간관계가 허물어지며 심할 땐 옥살이까지 하게 돼, 결국 가정이 망가져서 패가할 수 있다. 특히, 술 때문에 직장을 잃고 심하면 목숨마저 잃는 ‘음주운전’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현대사회의 비극이다.

현대인들이 의식주(衣食住) 못지않게 자동차를 생활의 중요 수단으로 여기면서부터 음주운전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술을 마시고 운전하면 위험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상식은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알 만한 사람들, 특히 누구보다도 음주운전을 말려야 할 경찰관이나 공직자들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종종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55%인 시민이 차를 몰고 가다 사고를 내고, 강릉시청의 한 고위 공무원은 0.21%의 만취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 입건되기도 했다. 며칠 전 제주지방경찰청은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낸 혐의로 입건돼 직위 해제된 경감 A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계급을 경위로 강등시키고 정직 3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또 인천 연수경찰서는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간부인 B경위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 같은 뉴스들은 참으로 불쾌하다.

경찰관은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입장에 선 공직자다. 그럼에도 이들이 음주운전을 한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경찰관뿐만 아니라 공직자 모두는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들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 누구보고 법을 지키라 할 것인가.

때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서울시가 음주 단속에 3번 이상 걸린 공무원은 공직에서 퇴출시키는 ‘음주운전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고 밝힌 것은 잘한 일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나 면허취소를 1회 당하면 견책·감봉 등의 경징계를 내리고, 2회째는 정직·감봉 등 중징계, 3회째는 해임·파면 등 배제징계를 한다. 또 운전 직렬 공무원에게는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더 엄격한 ‘2진아웃제’를 적용한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나카리시스는 “술 한 잔은 건강을 위해, 두 잔은 즐거움을 위해, 석 잔은 방종을 위해, 넉 잔은 광란을 위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상습적인 음주운전자들은 대부분 한두 잔의 술을 마신 상태가 아니라 거의 만취상태에서 핸들을 잡는다.

술의 폐해성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세종대왕은 술을 삼가라는 ‘계주문(戒酒文)’을 팔도(八道)에 공포했는데, 그 중에는 ‘신라는 포석정에 망하고, 백제는 낙화암에서 멸했다’고 강조한 부분도 있다. 세종대왕이 작금의 음주운전 상태를 보면 뭐라고 할까. 아마도 ‘음주운전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하지 않을까.

일본 사람으로 내과의사인 다카기 사토시는 그의 저서 〈술도 마시고 건강도 지키고〉에서 “음주로 인해 생기는 이상은 첫째 시력장애로 볼 수 있는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 들어 그 좁은 부분에만 주의가 집중되고, 둘째로는 말초신경의 반사운동 능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2007∼2011년까지 ‘음주운전 삼진아웃제’로 인해 면허가 취소된 자는 4만3834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에는 운전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떻든지 면허취소로 상당기간 운전을 하지 못하게 돼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경찰청은 최근 경찰관들의 음주운전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자 ‘경찰관 음주운전 특별경보’를 발령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관계자는 “가정을 파탄시키고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