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乾酒法 <需雲雜方>과 경향옥액주 <양주방>

溫故知新 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10)

乾酒法 <需雲雜方>과 경향옥액주 <양주방>

 

<특징 및 술 빚는 법>

‘건주법(乾酒法)’이라고 하는 주품명과 주방문은 <需雲雜方>의 기록이 유일하다. 주방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 번 빚는 단양주법(單釀酒法)의 전형적인 약용약주(藥用藥酒)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주품명이 ‘건주(乾酒)’라는 사실과 관련하여 어떤 이유로 그와 같은 주품명을 갖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이 주방문대로 술을 빚어 본 결과, <需雲雜方>에 수록되어 있는 다른 주품들에 비해 술빚기에 사용되는 찹쌀 5말에 비하여 양조용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1말이란 사실과 함께, 누룩의 양이 7근 반이고 나머지 약재들까지 합하면 술덧은 상당히 뻑뻑한 상태의 술밑이 된다는 사실과 함께, 이 주방문대로 빚은 술독에서 얻을 수 있는 술(약용약주)의 양은 2말 5되 정도로 술을 떠내고 남은 술찌꺼기는, 푸석거릴 정도로 매우 건조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찹쌀 5말로 빚는 술에서 얻은 술의 양이 2말 5되 정도면, 술빚기에 사용된 찹쌀 양이 비하여 그 수율이 많다고 할 수 없으며, 특히 여러 가지 약재의 성분을 제대로 이용했다고 볼 수 없다.

때문에 이 술찌꺼기를 점성이 많은 꿀과 반죽하여 환을 만들어 다시 물에 타서 탁주를 걸러 마시는 방법을 취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 ‘건주법(乾酒法)’이라는 주품명을 붙이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뿐이다.

다시 말하면 ‘건주(乾酒)’는 푸석푸석해져 건조된 것 같은 상태의 술찌꺼기를 지칭하는 주품명이라는 것이다. 또한 환을 만들어두면 건조시켜 두었다가 필요할 때 물에 타서 마시는 술이므로, ‘건주법(乾酒法)’이라는 명칭을 얻게 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억지스럽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건주법(乾酒法)’은 여느 약용약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바. ‘오정주’·‘백세주’·‘자주’·‘오가피삼투주’ 등과 같이 약재의 종류나 효능에 따른 술 이름을 붙이지 않고, ‘건주법(乾酒法)’이’라고 하는 생경하기 이를 데 없는 술 이름을 빌어 왔겠는가 하는 의문이 남게 된다.

어떻든 ‘건주법(乾酒法)’을 빚을 때 주의할 사항은, 부재료로 사용되는 ‘부자’와 ‘생오두’는 독성이 매우 강한 약재들로, 반드시 법제를 한 것으로 사용하도록 하여야 하고, 술덧의 발효기간을 길게 가져가지 말고 단 시간에 발효를 끝낼 일이며, 술이 익으면 즉시 술을 떠서 따로 보관해두고 사용해야 한다.

또 방문 말미에 “술(청주)을 떠내고 난 후, 술지게미는 꿀에 반죽하여 달걀 크기만큼씩 환을 만든다. 물 1말에 술지게미로 만든 환을 넣으면 좋은 술을 얻는다.”고 하였듯, 나머지 찌꺼기는 반드시 제대로 된 꿀을 사용하연 환을 만들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의 꿀 가운데는 설탕물인 가짜 꿀이 많다는 사실과 관련하여 그 선택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자연 상태의 정상적인 꿀이라야 약재의 독성을 중화시킬 수가 있고, 또 음주에 따른 주독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술재료:찹쌀 5말, 누룩 7근 반, 약재(부자·생오두 5개, 생강(건강)·계피·촉산 각 5냥), (끓여 식힌 물 1말)

술빚는 법 :

① 찹쌀 5말을 밥(물에 깨끗이 씻어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② 쪄 낸 밥(고두밥)을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준비한 분량의 좋은 누룩 7근 반, 부자와 생오두 각 5개, 생강(또는 건강) · 계피 · 촉산 각 5냥을 각각 찧어 가루 내어 놓는다.

④ (차게 식은) 고두밥에 누룩과 준비한 약재가루, 끓여 식힌 물 1말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술독을 밀봉하여 7일간 발효시킨다.

⑥ 술이 익었으면 (용수를 밖아) 청주를 떠낸다.

* 방문 말미에 “술(청주)을 떠내고 난 후, 술지게미는 꿀에 반죽하여 달걀 크기만큼씩 환을 만든다. 물 1말에 술지게미로 만든 환을 넣으면 좋은 술을 얻는다.”고 하였다. 또 “봄(춘추, 春秋)에 담그면 좋다.”고 하고, 방문 머리에 “백 가지 병을 다스리는 처방이다.”고도 하였다.

 

경향옥액주 <양주방>

 

술재료

◇밑술 : 찹쌀 2말, 가루누룩 2말, 물 2말

◇덧술 : 멥쌀 2말, 배꽃술누룩 2말, 솔순 반짐(4kg 정도)

술 빚는 법

◇밑술

①2월 20일이 지나서 찹쌀 2말을 깨끗이 씻고 또 씻어(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솥에 물 2말 남짓 팔팔 끓여 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어 한데 합하고, 고두밥이 물을 다 먹기를 기다린다.

③고두밥을 넓은 그릇에 퍼 두었다가, 싸늘하게 식으면 가루누룩 2말을 버무려서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세이레(21일)동안 발효시킨다.

◇덧술

①밑술 빚은 지 21일 후나 3월 초순이 되면, 멥쌀 2말을 깨끗이 씻고 또 씻어(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가루로 빻는다.

②솔 순을 ‘어린 애 짐으로 반 짐’ 정도 채취하여, 물에 깨끗하게 씻어 다듬고 물기를 빼 놓는다.

③배꽃술누룩 2말을 가루로 빻고 깁체에 쳐서 고운 가루를 내린다.

④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익반죽하여 두레떡(넓은 개떡)을 만들어 시루에 안쳐 찐다.

⑤떡이 익게 쪄졌으면, 더운 김에 배꽃술누룩가루 2말과 한데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⑥술밑과 준비해 둔 솔 순을 켜켜로 독에 안친 다음, 예의 방법대로 하여 술독을 단단히 싸매 둔다.

⑦7일이 지난 후에 독을 열면, 솔 순에서 물이 날 것이므로, 밑술(찹쌀술)을 덩이째(술덧째) 부어가며 솔 순물을 고운체에 걸러 넓은 그릇에 담아 놓는다.

⑧하룻밤 지나거든 웃물(청주)을 따라내고 녹말같이 앉은 것은 ‘박회전’에 박아 햇볕 바른데 잘 말려 둔다.

⑨마실 때에 냉수에 타서 막걸리를 만들어 마신다.

 

◈누룩 만드는 법

⑴2월 초순에 희게 쓸은 멥쌀 2말을 백세 작말하여 그릇에 담아 놓는다.

⑵쌀가루가 말랐으면 물을 적당량 뿌려가면서 섞어 고운체에 내린다.

⑶쌀가루를 두 손으로 쥐어 달걀크기로 단단히 뭉쳐 배꽃술누룩(이화곡)밑을 만든다.

⑷누룩밑을 예의 방법대로(솔잎이나 볏짚에 싸서 빈 섬에 넣고) 21일가량 띄운다.

⑸배꽃술누룩이 완성되면 법제한 후, 가루로 빻고 깁체에 내려 준비한다.

 

<경향옥액주> 이월 초승에 희게 쓴 멥쌀 두말을 깨끗이 씻고 또 씻어 가루로 만들어 배꽃술 누룩을 만들어 두고, 이월 스무날이 지나서 찹쌀 두말을 깨끗이 씻고 또 씻어 담가라. 찹쌀을 일건져 지에밥을 익게 쪄서 물을 두말 남짓 부어 예사술을 빚듯이 서늘하게 식혀서 가루누룩 두말을 지에밥에 섞어 빚고, 세 이레께나 삼월 초열흘 전이나 되거든 희게 쓴 멥쌀 두말을 깨끗이 씻고 또 씻어 가루로 만들어 두레 떡을 만들어 익게 쪄서 더운 김에 배꽃술 누룩 두말을 가루로 만들어, 솔 순을 어린애짐으로 반짐만 하고 배꽃술 누룩가루 만든 것을 그 더운 두레 떡에 버무려 꽤 치대어 항아리에 넣으며 솔 순을 켜켜로 격지로 놓아 쟁여 넣고 단단히 싸매어라. 한 이레 지나면 솔 순에 물이 날 것이니, 찹쌀술을 덩이째 퍼부어 가며 솔 순물을 버무려 술을 걸러 여러 그릇에 녹말 안치듯이 하룻밤 지나거든 웃물을 따로 푸고 녹말같이 처진 것은 박회전에 박아 햇볕 바른 데에 잘 말리어 두고, 먹을 때에 냉수에 떼어 넣어 타 먹어라.

 

<특징 및 술 빚는 법>

전통주 관련 전문서적으로 두 가지 <양주방>이 전해온다. 먼저 발굴된 <양주방>은 1800년대 말엽 전라도지방의 어느 반가에서 한글로 써 낸 술 전문 서적이고, 나중에 발굴된 <양주방(釀酒方)>은 1700년대 초기 경상도지방의 어느 반가에서 쓰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뿐 정확하지는 않다.

경상도지방 출간본인 <양주방(釀酒方)>에 수록된 주품은 42종이고, ‘이화곡’ 2종이 수록되어 있다. 전라도지방 출간본인 <양주방>에는 주품 82가지의 주방문과 함께 누룩 빚는 법 4가지가 수록되어 있어, 전라도지방 출간본인 <양주방>이 내용면에서 훨씬 다양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경향옥액주’는 전라도지방 출간본인 <양주방>에 수록되어 전해올 뿐, 다른 기록이나 문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주품으로, ‘경향옥액주’는 <양주방>을 집필했던 전라도지방 어느 반가의 가양주로만 전승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경향옥액주’라는 주품을 생각하건데, ‘경향옥액주(瓊香玉液酒)’가 되지 않을까 추측되는데, 이런 추측을 하는 데에는 주방문에서 보듯 ‘경향옥액주’가 2양주이면서도 밑술의 쌀 양과 동량의 가루누룩을 사용하고, 다시 덧술에서도 쌀 양과 동량의 ‘배꽃술누룩(이화곡)’을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쌀 양 대비 누룩 양이 100%나 되는 것으로, 지금까지 밝혀진 어떤 전통주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는 목격할 수 없다. 더욱이 일반 가루누룩과 ‘배꽃술누룩(이화곡)’을 병행하여 술을 빚는 경우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로서, 주방문을 보면 부재료 사용에 따라 ‘송순주’로 볼 수 있음에도 굳이 ‘경향옥액주’로 명명하게 된 배경에는 그에 따른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물론, 덧술에 솔 순을 넣기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어린 애 반짐 정도’를 넣으라고 되어 있어, 여느 ‘송순주’와 비교했을 때도 결코 많은 양이 사용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어, 이처럼 많은 양의 누룩을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직접 술을 빚어 본 결과, ‘경향옥액주’는 누룩의 과다사용에 따른 누룩곰팡이의 색깔이 발효과정에서 술에 배어 약간 푸르스름한 옥색을 띠게 된 것으로 여겨지나, 이는 그저 필자의 판단일 뿐 정확하지는 않다.

그리고 ‘경향옥액주’를 빚을 때 주의할 일은, 술에서 누룩취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누룩의 법제(法製)를 많이 하여 사용하도록 하고, 밑술의 술독 바닥에 누룩의 앙금이 남아있기 십상이므로, 앙금을 풀어서 사용해야 한다. 그 앙금이 생밀가루로 여겨지면 완전히 제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덧술을 할 경우 주발효시의 과다발효에 의한 산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술독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또한 덧술의 이화곡가루는 고운체에 여러 차례 내려서 굵은 알갱이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숙성된 술이 텁텁해지지 않는다.

이렇게 하여 ‘경향옥액주’를 다시 빚게 되었는데, 술을 빚어두었던 사실을 잊어버리고 3개월이 지난 후에야 ‘경향옥액주’를 열어보게 되었는데, 거울처럼 맑게 가라앉은 청주를 맛볼 수 있었다.

‘경향옥액주’는 실로 환상적인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 느꼈던 누룩취는 사라지고, 아주 맑은 솔잎향과 함께 사과향도 있었고 복숭아향기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부드럽고 꿀처럼 매끄러운 술맛은 ‘화이트와인’과 견줄바가 아니었다.

사라지고 맥이 끊기고 말았던 조선시대 전통주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외로움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결코 남들이 맛보지 못한 이렇듯 황홀한 향기와 맛의 전통주를 즐길 수 있다는 기분일 것이다.

더러 “전통주를 복원해서 뭐할 것이냐?”는 힐난으로 필자의 보보등급(步步等級)을 다그치는 이도 있지만, 누군가는 이런 우리 전통주의 가치를 알고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할 것으로, 그리고 그도 필자와는 또 다른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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