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바람직한 한국 주류정책의 방향(5)
조성기(아우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원주한살림, 이사장 ▴살림농산, 대표이사 ▴생명농업, 이사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정책위원장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이사
상상해 보자.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에서 전략적 논의 후 국세청에 주류정책의 전권을 맡긴다면 국세청은 과연 어떤 준비를 하게 될까? 논문으로 쓰거나 정책포럼에서 발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삶과 술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지난 십 수 연간 한국의 주류정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나눠 왔다. 정책당국자들이 특정 가치의 중요성에 공감을 하더라도 최근 한국의 주류정책을 살펴보면 주류정책과 다른 산업의 정책과 차이를 두지 않았었다. 오매불망 정책핵심 목표로 일자리 창출과 부가가치 생산성 높이기를 지향하며 달려왔다. 정황상 국가적 실업률 상황을 보면 그 의사결정자를 탓하기는 어렵다.
환경문제의 사례를 보자. 과거 국세청이 산하 주류연구원을 통해 조사연구한 후 그 연구성과자료를 정책화하여 환경부가 시도한 소주맥주병 공동사용도 몇 년이 지나자 이형병의 증가하였고 공용병의 사용이 줄었다. 기업들의 마케팅 확장을 위해 공용병 사용을 포기하겠다는 주장을 해당 정부당국이 인정하고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용병 사용은 본질이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환경적 이유였는데 말이다. 영업상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기 어려웠다고 답변한다면 사실상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류문제는 다른 산업에 속한 기업행동과 달라야 한다. ‘달라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주류정책 당국자답다’는 평가가 가능한 일이다. 진정 무엇이 옳은가. ‘현대경영에서 정답이 없다’지만 거듭 강조하듯 주류산업은 다른 산업과 다르다. 다르게 정책을 펴야한다. 왜? 주류산업이니까. ‘술’을 다루는 산업이니까. ‘술’은 ‘핸드폰’과는 다른 산업이다.
그간 추진해 온 주류정책의 목표인 “산업부가가치 제고 차원의 일자리창출과 성장주도”가 계속 정책목표가 되어야 할 것인가? 누차 강조되었지만 그의 지속성 여부에 대해 사회적 재합의가 필수적이다. 정부와 사회의 합의 자리가 관행상 경험상 있기 어렵다면 적어도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정책 목표의 사회적 가치와 그 소재를 적확히 파악하고 그 내용을 담은 정책을 수립 추진 달성해야 한다. 재론하지 않더라도 반도체, 원자력, 자동차, 건설 등의 산업정책관리와 주류정책관리가 다르다는 것은 이제 일반상식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주류산업과 연관된 부처들이 한자리에 앉아서 숙의를 거듭해야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술 문제는 문제가 다각도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문제들을 넘어 기후위기, 식량위기, 에너지위기 등 속수무책인 사안들로 번져가면서 주류정책의 문제, 소재, 정책대상 등은 더 복잡해져 가고 있다.
주류정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정책대상이 있다. 그렇지만 한 시대의 국가적 정책 방향성은 적어도 같은 방향, 우선순위를 논의하고 그 지향점이 같아야 한다. 다른 정책보다도 더 컨트롤타워가 분명해야 하고 그 역할이 중요한다는 것은 그래서이다. 무엇보다 지속 추진 가능성이 관건이다.
현장에서 직접 가봐야 하고 외국의 고민도 다시 곰곰이 살펴봐야 한다. 정책은 단순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왜 국세청이 주세서비스 말고 다른 일과 방향에 신경을 쓰는가?”하고 질타한다. 그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내부에서도 그렇다. 그 주장을 하는 이가 리더였던 적도 있다. 현대 정책의 복합성을 모르는 질책이다. 정부정책을 협소한 기능적 일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대체로 정책적 소양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심한 평가일까? 그렇다면 세상이 이제 변했다면 양해가 될까?
현대 정책 경영은 모든 그야말로 많은 부문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심지어 기능별 부처가 이제 불필요하다는 주장까지도 가능하다. 과거 전자정부 설계 초기에도 나왔던 말이다. 기능별로 부처의 일을 보지 말고 국민의 입장에서 정책 프로세스를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개 기업도 이제는 생산파트가 장인정신만 가지고 생산해서는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 못한다. 새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효율향상마저 어렵다. 효율성 추구를 잣대로 기능적 부서로 나누고 각자 맡은 일을 묵묵히 하던 시대는 지났다.
국세업무는 단순하지 않다. 심지어 사회와 환경 이슈도 다룬다. 일을 살펴보자. 주류산업에 주세만 잘 걷는 국세청이 아니라 세율의 높낮이가 국민건강, 농업발전, 민생, 전통주개발 등 사안과 직접 연결이 된다. 그 사실을 모르는 이는 이제 없다. 주세정책은 문화 사회 환경경제 정책이 되는 것이다. 국세청의 주세정책이 절대 단순하지 않다. 주류제조와 도매 등의 면허관계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주류관계 규제가 많이 완화된 듯하지만 주세를 넘어 면허규제는 유독 분명한 산업이다. 그 정책근거도 분명하다. 품질과 위생안전을 넘어 수출, 거래질서, 업체 간 불공정, 에너지 이슈 등 많은 이슈로 주류정책 성과 관리의 프로세스로 포괄되고 있다. 정책의 현장은 정통 주류경제학이나 과거 정책학의 교실과 완전히 달라졌다. 현장에는 산업 업체의 규모도 다양하고, 애로사항도 속속들이 정말 다양하다. 복합적 과제를 해결하자면 그에 준하는 전문적 공직자가 양성되고 지속 관리되어야 한다.
국가마다 다른 상황이 전개되는 이유는 각 국가마다 현장의 다른 상황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다른 나라들의 주류정책 상황을 살펴보며 시사점을 도출해 보자. 다만 참고사항일 수도 있다. 그들의 고민의 흔적들을 우리의 처지에서 보고 탐구하는 일은 몇 가지 시사점을 정리하게 한다. 거기서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여행을 해보자. 미국은 강한 주류규제로 유명하다. 미국은 주류를 총, 폭약, 담배 등과 같은 기관에서 강력 규제하도록 배치하고 있고 주류정책을 연방정부 “알코올 담배 무기와폭약국(ATF)”에서 관장 집행한다. 과거 금주법을 오래 강하게 유지했던 경험을 가진 국가답다. 주정부에서도 주류산업의 관리를 알코올 통제국(alcohol control board)에서 다룬다. 술을 “통제하는 입장을 가지고 관장하는 것이 옳은가? 허용하는 입장에서 관리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토론한 결과인 것이다. 우리도 그 토론을 한번쯤은 하고 콘트롤 타워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과거사를 검토한 후 가장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구에게 일을 맡기고, 그 기관을 중심으로 과제별 프로세스별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어떨까? 시도해 볼만한 정책이 아닐까?
미국에서는 도매면허를 가진 업체들이 면허를 없는 다른 주에 가서 판매를 할 수 없다. 금지에는 이유가 분명하다. 주마다 소비, 업계 경쟁 상황이 다르다. 지자체의 정책도 다르다. 소비자들 주장도 다르다. 근본적으로 유통경로를 잡아 주류관련 질서를 일단유사시에 통제 가능하도록 하자는 입장도 분명하다.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도 그런 면허 외 지역 유통허용 정책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다시 토론이 필요하고 제대로 갈 길을 찾아야 한다. 수십 년이 지난 관행도 가능한 과제부터 해결해 가기 시작하는 것이 정책의 길이다. 도매의 경우 지역별로 면허장수도 정했는데 특정 지역면허로 전국 유통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근거가 불명확하다. 불공정 상황에 처하는 업체들은 승복이 안 된다. 하루아침에 30년이나 된 관행을 순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로드맵을 그리고 서서히 조금씩이라도 전환의 제 길을 찾아야 할 일이다.
◇ 지역원료를 사용하는 주류, 소규모 전통주류 등의 면세, 감세는 비용축소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야한다.
일본은 이미 국세청에서 주도하거나 개입하면서 제조 도매 사회 환경 교육 수출 등 전반적 주류정책을 수행해 오고 있는 국가다. 그렇게 알려진 지 오래다. 정부가 직접 개입을 하지 않아도 협의하고 논의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국세청이 파견관을 보내고 시장의 공정성 여부에 함께 협의한다. 공정의 과제를 주세나 규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부처 간 협업이 이루어지는 프로세스 정책경영의 현장이 바로 옆에 있다.
일본 후생성은 알코올 의존증을 생활습관병으로 보고, 생활에서의 음주문제를 예방하는 노력을 한다. 국세청은 오래전부터 청소년위원회를 열고 문부성이나 후생성등과 함께 주류정책을 논의한다. 각자 할 일을 합의한다. 정책의 비전이 같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류산업은 주류세나 안전과 품질 규제이외의 과제에 대해 대부분 자율규제를 해 왔다. 그 자율 규제의 작동여부를 국세청은 멀리서 관리한다. 협단체의 관리도 형식적이지 않다. 협단체에 국세청 퇴직 관리가 참여하는 일은 단순히 퇴직관료 자리차지 하기가 아니다. 전문성을 가지고 업계의 협의역량을 기르는 역할을 한다. 산관 정책프로세스 마저 작동하는 것이다. 이권에 개입해서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은 관찰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럴 리가 없다고 의견들을 낼 수 있지만 이권주장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국주를 사케와 쇼추로 정의 하고 국주수출을 위해 대장성과 외교부와 협조해서 발전정책을 펴고 있다. 외교부는 전통주인 국주를 건배주로 사용한다. 도매업 면허권자가 타 지역으로 가서 사업을 하지 않는 상황은 미국과 같다. 우리는 그 문제로 도매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면, “필요하면 그 지역의 면허를 또 따지 왜 그냥 가서 파는가?”라고 반문한다. 아예 면허권외 지역의 사업은 정부도 업계도 꿈도 꾸지 않는다는 투다.
프랑스는 와인벨트의 국가답게, 독일은 맥주벨트의 국가답게 와인과 맥주에 대해 주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아주 적게 부과하는 전통적인 농업진흥 및 문화보호 대책으로 주류정책을 수립하고 관리한다. 즉 독일은 맥주를, 프랑스는 와인을 중요한 문화유산으로도 보는 전통을 가졌다. 지역곡물을 사용하는 주류의 생산과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주세를 크게 감하거나 면제하는 것이다. 소규모업체에 대해서는 물론 더 줄여준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를 질문하면 “같은 주종의 타국 술이 들어오면 같은 세율을 적용하면 됩니다.”고 답한다. 맞는 말이다. 각국의 형편에 따라 세율을 결정하고, 그 나라에 간 술은 그 나라의 규칙을 그대로 따르면 될 일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도 국산곡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나 소규모 전통주류 제조 물량에 대해 낮은 세율 또는 면세까지 검토해도 아무 일도 안 생긴다. 국제 협상테이블에서 밀려 소주와 위스키의 세율을 같게 한 불이익을 이제 당하지 않을 정도로 국력이 향상되지 않았는가. 대형업체들에 대해 혜택을 주는 것은 무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필요한 정책은 현장연구를 치밀하게 하고 내용을 잘 준비하면 못할 일이 아니다.
◇ 세계보건기구의 상황도 점검하고, 좋은 필요한 정책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