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설날 아침 소갈비와 고추전, 흰살 생선전 그리고 술 한 잔

유경희의 술안주 레시피

 

설날 아침 소갈비와 고추전, 흰살 생선전 그리고 술 한 잔

 

 

2월의 달력 중순에는 우리 고유의 명절 설날이 들어있습니다. 설날이 다가오면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중 중요한 것이 흰 가래떡입니다.

설날 아침에는 떡국이 빠질 수 없으니까요.

제가 어렸던 시절에는 쌀을 불려서 동네 방앗간에 가야 가래떡을 뽑을 수 있었는데 워낙 동네 사람들이 많아서 긴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너무 추워서 발을 동동 구르며 언니와 제가 교대로 쌀그릇을 지키고 있으면 방앗간집 할머님이 김이 무럭무럭 나는

가래떡을 기계에서 뚝 잘라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시던 인심 좋은 그때가 기억납니다.

우리 차례가 되어 흰떡을 뽑고 찹쌀 인절미를 쪄오면 어머니께서 두레반상을 펴시고 식구들이 모두 모여 인절미 고물을 묻히면서 맛있게 먹던 추억도 있습니다. 온 집안에 고소한 콩냄새가 가득했습니다.

떡은 다해 놓으신 어머니는 설 전날 작은 어머니들과 함께 차례 상과 손님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장만하시느냐고 분주하게 움직이시던 그 모습들이 생각납니다. 가득 쌓여 있던 재료들이 어느 순간 예쁘고 정갈한 음식으로 한 가지씩 만들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는 어머니 손이 너무 부럽고 신기했습니다. 그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의 제가 요리 연구가로 활동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섣달 그믐날이면 “복조리 사세요~”를 외치며 동네 골목을 누비던 장사들이 있었는데 복조리를 사서 문 앞에 걸어두면 새해에 큰 복이 들어온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집집마다 문 앞에 복조리를 걸어두는 풍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섣달 그믐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고 해서 억지로 잠을 참아 보기도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고 깜짝 놀라 운적도 있었습니다. 누군가 몰래 눈썹에 밀가루를 발아 놓았던 것인 줄 모르고선 말입니다.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상에 식구들이 둘러앉는데 떡국을 한 그릇 더 먹을 때 마다 나이가 한살씩 늘어간다고 해서 제가 더 먹겠다고 해 식사 하시던 어른들이 웃으시던 기억도 납니다. 그때 저는 저보다 나이 먹은 언니가 부러웠기 때문이죠.

상을 물리고 어머니가 준비해 놓으신 예쁜 한복을 갈아입고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면 천 원짜리를 복주머니에 넣어 주시면서 덕담도 잊지 않고 한마디씩 해주셨습니다.

친척 형제들과 하얗게 쌓인 눈을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어 밟으며 세배하러 가는 길은 아이들의 고운 한복색깔로 명절 분위기를 한층 더해 주었습니다.

어느 집에 가서도 세배를 하면 세뱃돈과 맛있는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었던 설날은 우리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설날에 빼놓을 수 없는 놀이로 윷놀이, 연날리기, 팽이 돌리기 등이 있는데 동네 넓은 마당에 이웃주민들이 모두 모여 깔깔거리며 힘차게 윷을 던지는 소리와 함께 팽이가 쓰러질까봐 “돌아라~!” 소리를 연실 해대며 팽이를 치던 친구와 서로 연줄이 엉킬 새라 멀리 들고 뛰어 다니던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가끔 볼 수 있지만 이제는 그 모습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시대에 따라 설날의 풍속도들이 많이 달라져 가고 있지만 옛세대와 새로운 세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지내게 될 설날에는 어린 시절 즐겁게 했던 명절놀이를 가족 모두 함께 해보며 뜻 깊고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독자 분들과 맛있는 소갈비와 고추전, 흰살 생선전 그리고 술 한 잔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 소갈비 찜

재료:소갈비 600g, 불린 표고버섯 3장, 밤5알, 은행6알, 대추5개, 당근 50g, 육수(무 50g,다시마 5cm를 끊여서 우려낸 물)6컵

양념장:간장 5큰 술, 물엿 2큰 술, 설탕 1큰 술, 다진 파 3큰 술, 다진 마늘 2큰 술, 청주 1작은 술, 참기름, 후춧가루 약간씩, 달걀 1개, 배1/2개, 양파1/2개

만드는 법:① 소갈비는 찬물에 담가 2~3번 물을 갈아주면서 2시간정도 담가 둔 다음 물을 끊이다가 갈비를 넣고 데친 다음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② 냄비에 양념장을 넣고 소갈비를 버무린 다음 2시간 정도 재워 둔다.③ 밤은 껍데기를 벗기고 모서리를 다듬어 준다.④ 파와 마늘은 다져주고 표고버섯은 기둥을 떼고 2등분을 해 놓는다.⑤ 재워 놓은 소갈비를 육수와 끊이다가 국물이 반으로 줄어들면 밤, 당근, 대추, 표고버섯을 넣고 더 졸이다가 마지막에 은행을 넣어준다.⑥ 계란으로 만든 황, 백 지단을 얹어 준다.

◇대추효능:중초를 보하고 기운을 만들며 보혈작용이 있으며 정신을 안정시킨다. 위를 편안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소고기효능: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기혈을 보하며 근골을 튼튼하게 한다.

 

◈흰살 생선전

재료:흰살생선(동태) 1마리, 흰 후춧가루, 소금 약간, 밀가루 4큰 술, 달걀 2개, 식용유, 초간장(간장 1큰술, 물 1큰 술, 식초1큰 술, 깨소금 약간)

만드는 법:① 생선의 살을 잘 발라 포를 뜬 후 포위에 소금과 흰 후춧가루를 뿌려서 10분정도 두었다가 물기를 닦아준다.② 달걀을 풀어 놓는다.③ 생선포에 밀가루를 묻친다음 물어놓은 달걀을 입힌다.④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생선을 놓은 다음 중불에서 2분정도 익히고 뒤집어서 2분정도 익혀준다.

◇동태의 효능:동태에는 단백질, 비타민B2, 페치오닌 등과 같은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간 기능을 활발하게 하며 숙취제거 효능이 있다.

 

◈고추전

재료:청고추 4개, 홍고추 3개, 소고기우둔살 100g, 두부 30g, 밀가루2큰 술, 달걀 1개, 식용유 약간

양념:간장1작은 술, 설탕1/4작은 술, 다진 파, 1작은 술, 다진 마늘1/2작은 술, 소금, 후춧가루, 참기름, 깨소금 약간

만드는 법:① 청, 홍고추는 깨끗이 씻어 길이로 반을 잘라 씨를 털어낸다.② 소고기는 다지고 두부는 면보에 물을 짜서 으깬다.③소고기와 두부에 준비한 양념을 넣고 버무린 다음 고추전소를 만들어 둔다.④ 고추 속에 밀가루를 골고루 바르고 소를 고르게 채워준다.⑤ 달걀을 풀고 고추소를 채운 쪽에만 밀가루를 바르고 달걀을 입힌다.⑥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고추전소쪽을 중불에서 2~3분 정도 익혀준 후 뒤집어서 2분정도 익혀준다.

◇고추의 효능:중초를 따뜻하게 하며 한기를 몰아내고 기운을 아래로 내리고 위(胃)에서의 소화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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