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하우스 막걸리’가 성공하려면

‘하우스 막걸리’가 성공하려면

– 우리 술의 이중과제를 극복해야 –

 

 

이 화 선

우리술과천연식초연구회 대표

friend@dreamwiz.com

 

‘하우스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는 최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식품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맥주에 이어 ‘하우스 막걸리’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면서부터 수면 위로 급부상한 데 있다.

 

하우스 막걸리, 가장 큰 수혜자는?

하우스 막걸리란 식당에서 직접 빚은 막걸리를 자체 브랜드를 붙여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작은 식당 규모에서도 양조, 판매가 가능하니, 음식점 주인들에게는 가뜩이나 어려운 영업 환경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좋은 재료로 만든 품질 좋고, 맛 좋은 술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으니 소비자 선택권이 확장되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농민들에게는 우리 농산물 활용도가 높아져 쌀 수입 전면 개방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또 국가 전체를 놓고 볼 때 쌀 문제는 비단 농민들에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식량자급률이 20% 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하우스 막걸리 도입 전에 주세법 개정부터

산업적으로 보았을 때 이처럼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데 불구하고 왜 이제까지 도입되지 않았을까. 식품위생이라든가, 보관이나 유통 등 물류관리, 또는 설령 실행된다 하더라도 양조 과정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우려 등이 타당한 이유라고 보기는 힘들다. 가장 근본 이유는 현행 세법에 있다. 과거 일제가 세금수탈을 목적으로 1909년 주세법을 공포하고, 1916년에 다시 주세법을 고쳐 주세령을 시행함에 따라, 과거 몇천 년에 걸쳐 자유롭게 술을 빚어 먹으며 화려하게 때로는 소박하게 소통과 배려, 나눔의 문화를 구가하던 우리 고유의 가양주문화와 주막문화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식민 지배를 벗어난 지 반세기를 훨씬 지났음에도 침탈당한 것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1994년 12월에『조세범처벌법』에 신설 규정을 두어 자가(自家) 양주(釀酒)의 길을 조금 터주기는 했지만, 무려 해방 후 반세기 만에, 일제가 주세법을 공포한 후 무려 1세기 만의 일이었다. 이외에도 현대적 의미의 ‘주막 문화’ 또는 ‘가양주 문화’라고 함직한 하우스 막걸리를 발목 잡고 있는 족쇄들은 주세법 곳곳에 살아 있다. 예를 하나만 들면 누룩이 1% 이상 들어간 술은 주세법 시행령에 의거 청주로 표시할 수 없어 이름도 애매한 약주라고 써야한다. 이는 일본 통감부와 총독부가 일본식 청주를 우리 전통 청주와 구분하기 위해 ‘조선주는 탁주, 약주, 소주로 한다.’고 규정하였고, 현재 대한민국 주세법에도 이런 흐름이 계속되어 일본식으로 만든 맑은 술은 청주, 누룩을 넣어 전통식으로 빚은 맑은 술은 약주라고 써야 한다. 우리 술 시장, 우리 술 문화는 아직까지도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셈이다.

 

우려는 우려일 뿐, 수많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산업

하우스 막걸리 도입을 두고 일부 부정적인 견해는 적응하고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일 뿐이다. 하우스 막걸리 도입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우리에게 돌아오는 득과 극복해야 할 이중과제를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자. 주류 산업은 경제적으로 전․후방 연관효과를 뚜렷이 예측할 수 있는 산업이다. 특히, 우리 전통 술은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뿐더러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큰 대안이다. 당연히 쌀 수입 전명 개방의 파고를 가뿐히 넘길 수 있는 해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뜻에서 최근 농식품부에서 6차 산업 육성 차원이라는 언급이 나왔으리라는 짐작이 간다. 또한 술은 도자기, 음식, 문화 예술이 함께 따라 갈 뿐 아니라,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분야이다.

 

대형 주류회사와 하우스 막걸리는 시장 자체가 달라, 대척할 지점이 없어

하우스 막걸리 도입을 지지하면서도 가장 큰 우려를 나타내는 부분이 표면적으로는 대형 주류회사와의 경쟁이다. 그러나 대형 주류회사와 하우스 막걸리와는 리그가 다르다. 즉 시장을 달리한다. 사실 소비자들은 그간 이름만 다를 뿐 1천 원 안팎의 거기서 거기인 획일화된 품질의 저가 소주와 막걸리 밖에 접할 수 없었고, 당연히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될 수밖에 없는 문제를 낳았다.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없는 우리 전통 술 시장은 차별화된 술을 찾는 고급화 된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없어 수입 와인과 위스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대형 주류회사가 고민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고 보여 진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 대형이라는 말에는 제조원가나, 물류관리, 영업과 마케팅에 큰 강점이 있다. 그러나 늘 균일한 맛을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점 때문에 우리 전통 술 주조 방식을 쓸 수 없는 한계에 부닥친다. 안 된 이야기지만 모 주류회사 전통주 광고처럼 “쌀을 52% 깎아내어 특수 배양한 효모로 숙성시킨 청주”는 우리 전통 술이 아니다. 차라리 “일본 주조방식으로 만든 고급사케”라고 하는 정직한 접근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도 영동이나 문경에서 재배한 포도나 과실로 만든 와인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로 또 같이, 이중 과제 아닌 표리 관계에 있는 단일과제

이러한 고민을 대척 점 없이 공유하고 함께 갈 수 있는 대안 중 하나가 최근 논의되고 있는 하우스 막걸리이다. 아무런 첨가물 없이 오로지 곡식과 전통누룩, 물로만 빚어지는 우리 전통 술 맛은 다양하고 변화무쌍할 수밖에 없다. 계절에 따라, 가양주인 또는 주막주인의 손맛에서 우러나오는 술은 늘 똑 같은 맛을 낼 수는 없지만, 기가 막힌 프리미엄 명주를 맛보는 즐거움과 고급의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관계 당국이나,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안고 있는 이와 같은 이중의 고민을 풀려면 대형 주류회사가 주도해온 기존의 술 시장은 그대로 두되,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우리 전통 프리미엄 술은 경제적 관점에서 육성해야 한다.

 

술 시장 지형은 소비자가 그려 낼 일, 차제에 제도 개혁도 검토해야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아마 시장에서 냉정하게 평가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우리 술 지형이 다시 그려질 것이다. 차제에 제도자체를 과감하게 개혁하여 국세청에서 하고 있는 전통주 관련 기술연구 등 업무도 모두 농식품부에 이관하고 국세청은 본연의 일인 세금만 잘 걷으면 된다.

일본 사케가 세계 시장에서 단순히 사케만 팔린 것이 아니다. 음악, 영화, 기모노, 도자기, 요리 등이 뒤 따라 나갔다. 또 유럽에서 와인은 술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농업과 관광업을 이끌고 있다. 우리도 부러워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술 시장은 일제 침탈을 겪으면서,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극복해야할 이중과제를 안고 있다. 지금은 취하지 않으면 넘기기 힘든 세월은 아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역동적일 뿐 아니라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미래 동력이다. 이들에게 제대로 된 술과 술잔을 쥐어줘 보자. 무궁한 창조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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