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전통주의 지역분권을 말하다
다시 전통주의 지역분권을 말하다.
그러나 막걸리바람은 불과 몇 년을 가지 못하고 바로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그 후로 우리 술은 발전 전략 없이 표류하는 신세가 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전문가 집단 또한 주세행정이나 전통술의 산업적 방향성에 무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전통술 전문가 집단이 보다 전문적이 영역을 개척하거나 혹은 그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영입해야 해결되는 문제이다.
가령 할인점, 도매점, 군납 등의 유통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여 전통술산업의 마케팅방향 등을 토론해야 그나마 실질적인 결과가 도출이 된다. 영업이나 마케팅뿐만 아니라 세무, 노무, 생산시스템, 홍보, 발효공학, 관광, 문화예술 등 양조장을 하는데 필요한 수많은 영역들이 유기적으로 물릴 수 있는 시스템을 짜야 한다.
그런데 전통술은 산업적 여건이 지역마다 서로 다르다. 생산되는 원료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그 속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이 다르다. 그렇다면 전통주산업진흥법에 근거한 거시적인 지원책을 토대로 지역마다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전통주의 발전전략을 모색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전통주산업진흥법에 의해 지역특산주제도 자체가 광역자치단체에 이관되었다. 그러나 지역특산주 추천 이외에 광역자치단체가 지역의 전통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이에 전통주진흥 업무를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처럼 농림축산식품부가 직접 진흥업무를 하는 것도 좋지만 공모방식으로 지자체에서 올라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현시켜야 한다.
지자체와 함께 전통술업체, 지역대학, 지역의 연구소, 문화예술단체, 관광업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지역의 전통술 발전전략을 만드는 것, 나는 그것이 전통주의 지역분권이라고 생각한다.
전주의 전통술 지역분권을 위해
전주는 술을 마시기 위해 여행을 오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도시이다. 전주시내 곳곳에는 이름난 막걸리집들이 포진해 있다. 가맥집도 도심 사이사이 끼어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또한 전주에는 한옥마을이라는 매우 강력한 소비처가 있다. 전주한옥마을은 1년이면 6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지로 성장했다.
전주의 막걸리 양조장들은 1970~80년대까지 도심에 있었으나 시 외곽으로 모조리 이전하였다. 그러나 최근 전주한옥마을을 중심으로 도심에 양조장들이 복원되기 시작했다. 도심양조장은 6차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물적 토대이다.
이러한 도심양조장을 물적 토대로 하여 서울 인사동의 전통주 갤러리처럼 한옥마을에 전통주 갤러리 건립 등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전통술과 막걸리 축제를 열어 전주와 전통술의 위상을 한껏 드높여야 한다. 이에 더해 외국인들과 내국인들을 위한 전통술해설사, 막걸리데이, 전통술 교육 및 투어 등을 통해 전통술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을 그려야 한다.
이러한 그림은 1차적으로 지자체가 나서주어야 한다.
전북은 이미 발효음식 종가 프로젝트, 미생물 가치평가센터 등을 통해 발효음식과 종균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전주 인근으로 농촌진흥청과 익산의 농식품클러스터가 들어섰다.
여기에 전통술산업체들과 지역의 대학,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산학관연체계를 만들고 산학관연이 주기적인 포럼 등의 네트워크 생성을 통해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가령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맥주의 경우 전북은 이미 군산과 김제, 고창, 순창, 무주, 전주 등에서 지자체마다 지역 맥주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익산에 있던 농진청의 벼맥류 특작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맥주의 품종을 연구하는 곳이다. 이들의 공동관심사는 아마도 토종보리를 사용하여 맥아를 만드는 제맥에 모아져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동의 과제를 통해 협력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
씨줄과 날줄로 지역의 사람과 자원을 총체적으로 엮어 저 도저한 수입맥주와 와인의 공세에 맞서야 한다.
2008년 막걸리의 약진시기에 정부에서는 막걸리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일부에서는 막걸리 이후의 대안을 물으며 과도한 막걸리의 투자에 경계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막걸리 이외에 투자했다 해도 현재 상황이 나아졌을까?
주종(酒種)의 투자가 아니라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그 시스템을 한 기관 혹은 일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여 하지 말고 현장이 있는 지역에 맡겨라.
아마도 훨씬 더 창의적이고 현실감 있는 전략들이 나올 것이다.
◈ 글쓴이 유 상 우는
전라북도 막걸리 해설사 1호. 혹은 전라북도 酒당의 도당 위원장 쯤 된다. 한옥마을 인근의 동문거리에서 양조장과 술집(시)을 겸업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전북의 막걸리 발전을 위해 막걸리해설사를 양성하려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