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개발과 농식품 가공팀)
우리 술,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자
이뿐만 아니라 스낵하면 예전에는 짠맛이 나는 과자가 대부분이 이었는데 단맛이 나는 모 과자의 열풍이후로 모든 과자에서도 기존 제품에 단맛을 첨가한 제품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같은 제품에서도 매운맛, 단맛 등 여러 맛을 가미한 시리즈 제품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기존 제품의 틀을 흔드는 여러 시도들을 업체들은 왜할까? 아마도 이러한 시도들이 현재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는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수도 적기에 경쟁을 특별히 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대표 제품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가 있었다면 지금은 비슷한 제품이 많아지고 서로 경쟁시대가 되다보니 남들과 다른 특별한 제품이 생산 되어야만 회사의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의 시도가 많아진다고 본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먹거리가 많아지면서 예전과 다르게 소비자의 입맛도 다양해졌으며 소비패턴 역시 맛이 좋다면 약간 비싸도 사먹게 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위와 같이 다양하면서도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 술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을까? 먼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주의 예를 들어보면 예전에 마시던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1920년도 35도에서 시작해서 계속 낮아지다가 최근에는 18도 이하의 제품이 많아 진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소주회사의 원가를 낮추기 위한 이유라는 설명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현재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보고서 도수를 낮추었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모 제품의 경우 1973년 25도 제품이 1998년 23도 제품으로 알코올 도수가 내려가는데 25년 걸렸지만 21도에서 17.8도로 내려가는 데는 10년 밖에 걸리지 않은 것은 현재의 소비 패턴이 독한 소주를 기피하는 현상이 그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막걸리는 어떨까? 1970년대 중반에 막걸리의 소비는 모든 주류 소비에 있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19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맥주와 소주에게 소비량을 내주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그렇다할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막걸리의 변화는 그때와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개인적으로 그때의 막걸리를 마셔보지 못했기에 맛의 변화는 정확하게 판단을 할 수 없지만 제조방법을 봐서는 밀가루에서 쌀로 누룩의 함량을 적게 쓰게 되는 등 막걸리 역시 소비자의 기호도를 맞추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해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 비해 그 결과는 크지 않은 듯하다. 물론 모든 것을 결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소주나 맥주의 경우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준비를 했기 때문에 소비자 폭도 넓히고 소비량도 넓히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약주 역시 한때 몇 가지 제품이 히트를 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나온 제품들이 꾸준하게 뒤받침 해주지 못해 지금의 약주 소비는 예전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그 당시에 제품들 역시 많은 고민 끝에 만들어 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결과를 얻었다.
이처럼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나 그 시대의 트렌드를 읽는 것은 사실 많은 노력과 돈이 들어가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앞장 설수는 없겠지만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흐름에 빠르게 대처하는 일은 가능 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막걸리의 도수는 거의 모든 제품이 6%에서 멈춰있다. 하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시대의 흐름을 생각해서 3-4도의 저도수 막걸리가 만들어 지면 안 되는 것일까?(일부 저도수의 캔 막걸리 제품이 있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생막걸리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또한 쌀과 함께 다양한 외국 곡물(귀리, 퀴노아 등 외국에서 잘 알려진 슈퍼곡물 등)을 사용하는 것은, 감미료 역시 아스파탐 외에 다양한 감미료를 혼합해서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일까?
약주 역시 최근 RTD 제품이 대형 전통주 회사에서 나오고 있지만 비슷한 형태로 일반 양조장에서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해서 만들어보는 것은 아니면 다양한 한약재를 넣어서 칵테일 원료용 약주를 만들어 판매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식이 아닐까 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히 생각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우리 술의 변화를 보면 현재 다른 주류의 변화에 비해 너무 대응이 느리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지 궁금하다. 우리 술은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계속 변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있어 주도적이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하는 변화는 결국의 우리 술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이다. 소비자는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변화를 읽지 못한다면 우리 술의 미래도 어려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