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溫故知新 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19)

하숭사시절주(夏崇四時節酒) · 하숭사절주(河崇四節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책의 제목은 한문으로 <諺書酒饌方>이라고 하여 “언문글씨(한글)로 된 술과 음식방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諺書酒饌方>에는 39종의 주품명과 누룩류 6종, 식초류 3종, 음식(안주)류 40여종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주품 가운데 하나가 ‘하숭의 사시절주’이다.
술을 빚는 사람이라면 누구라 할 것 없이 우리나라의 고온다습한 여름철이 술 빚기 어려운 계절이라는 것을 실감할 것이고, 어떻게 하면 계절변화에 맞추어 좋은 술을 빚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안고 있을 것이기
그런데 재미있는 한 가지 사실은 “하숭”은 ‘여름철에 좋은’을 뜻하고, “사시절주”는 ‘사계절 빚는 맛이 뛰어난 술’이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하숭의 사시절주”라는 주품명에서 이른바 ‘모순(矛盾)을 찾아 볼 수 있다. 여름철에는 맛이나 향기가 좋은 술을 빚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떻든 <諺書酒饌方>에 수록된 ‘하숭의 사시절주’의 재현작업을 통해서 그 맛과 향기, 그리고 술 빚는 법을 찾게 되었다. <諺書酒饌方>의 ‘하숭의 사시절주’는 두 가지 방문이 수록되어 있는데, 먼저 ‘하숭의 사시절주’와 유사한 이름의 술로 <山家要錄>의 ‘하숭사절주’가 있다. <諺書酒饌方>의 ‘하숭의 사시절주’와 <山家要錄>의 ‘하숭사절주’는 매우 유사한 주방문을 보여주고 있어, 동일한 주품으로 분류하고자 하였으나, ‘하절주’와 ‘하절삼일주’처럼 주방문이 같으면서도 주품명이 다른 경우, 그 분류 기준을 주품명에 두었으므로, <山家要錄>의 ‘하숭사절주’는 ‘사절주’와는 다른 ‘여름철 사절주’로 분류하였고, <諺書酒饌方>의 ‘하숭의 사시절주’는 ‘절주’와는 다른 ‘여름철의 절주’로 분류하게 되었음을 밝혀둔다. 특히 ‘하숭의 사시절주 또 한법’은 <諺書酒饌方>의 ‘하일절주’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절주’의 한 가지 또는 ‘이법(理法)’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어떻든 <諺書酒饌方>의 ‘하숭의 사시절주’는 <山家要錄>의 ‘하숭사절주’와는 밑술 빚는 방법이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山家要錄>의 ‘하숭사절주’는 밑술을 빚는 방법에서 “멥쌀 1말을 세말하여 무리떡을 찌고, 물 2병을 끓여서 차게 식힌다. 무리떡이 익었으면 퍼서 식혀 둔 물과 합하고 차게 식힌다.”고 하여 백설기를 끓여 식힌 물과 섞어 죽상태로 만들어 사용하는 반면, <諺書酒饌方>의 ‘하숭의 사시절주’는 “멥쌀 1말을 백세작말하여 백설기떡을 찌고, 팔팔 끓는 물 3병을 백설기떡에 섞고, 고루 풀어서 덩어리진 것이 없는 죽처럼 만들어 식기를 기다린다.”고 하여 백설기와 끓는 물을 섞는다는 점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하숭의 사시절주’는 그 특징이 밑술 빚는 법에 있다고 하겠는데, 밑술 빚는 방법에서 끓는 물과 갓 쪄 낸 무리떡(백설기)를 합하고 덩어리가 일절 남지 않도록 풀어놓아야 한다. 물이 뜨거우므로 떡이 잘 풀어지기는 하지만, 떡덩어리가 풀리지 않은 멍우리 상태로 식게 되면 잘 삭지도 않고 독 밑에 침전되면서 골마지가 끼고 산(酸)이 올라오는 현상을 초래한다.
덧술의 고두밥도 마찬가지로 서늘하게 식기를 기다렸다가 사용하는데, 빚은 술은 서늘한 곳에 두고 발효시키고, 술덧이 끓으면 즉시 찬 곳으로 옮겨서 차게 식혀주어야 술이 시어지지 않는다. 덧술의 쌀 양이 적기 때문에 술덧의 발효가 빠르게, 그리고 품온의 상승이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숭의 사시절주 또 한 방법’은 ‘하숭의 사시절주’와는 전혀 다른 방법이다. 백설기를 쪄서 끓는 물과 섞어 빚는 방법의 불편함에서 수월한 방법을 택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쌀 양보다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여 죽을 쑤어 밑술의 발효를 원활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덧술 방문은 <諺書酒饌方>의 ‘하일절주’와 <釀酒集>의 ‘하시절품주’, <양주방>의 ‘청명향’ 등에서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와 같은 방문의 경우 자칫 산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세심한 주의와 요령이 필요하다. 그 요령은 ‘하일절주’편에서 자세히 설명하였다.
◈ 하숭의 사시절쥬 <諺書酒饌方>
◇ 밑술 빚는 법 : ① 멥쌀 1말을 백세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가루로 빻는다). ② 쌀가루를 시루에 안쳐서 백설기떡을 찌고, 솥에 물 3병을 끓이다가, 떡이 익었으면 퍼내어 넓은 그릇에 담아 놓는다. ③ 솥의 팔팔 끓는 물 3병을 백설기떡에 섞고, 고루 풀어서 덩어리진 것이 없게 하여 죽처럼 만들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 식은 죽(백설기떡)에 좋은 누룩 2되 5홉과 진말 5홉을 섞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 ⑤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봄과 가을에는 5일, 여름에는 3~4일, 겨울에는 6~7일간 발효시킨다.
◇ 덧술 빚는 법 : ① 멥쌀 또는 찹쌀 3되를 백세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다. ② 솥에 물을 붓고 시루를 올려서 쌀을 안친 다음, 고두밥을 짓는다. ③ 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가장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 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 ⑤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두터이 싸매어 7일간 발효시킨다. * 주방문 말미에 “7일 만에 쓰면 청주는 3병이요, 탁주는 1동이니, 맛이 이화주 같으니라.”고 하였다.
◈ 하숭의 사시절쥬 또 한 법 <諺書酒饌方>
◇ 밑술 빚는 법 : ① 멥쌀 5되를 백세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가루로 빻는다). ② 솥에 물 (3병)을 붓고 끓이다가, 물이 뜨거워지면 쌀가루를 풀어 넣고, 팔팔 끓여서 죽을 쑨다. ③ 죽을 넓은 그릇에 퍼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 차게 식은 죽에 좋은 누룩 2되를 섞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 5.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봄과 가을, 겨울에는 4~5일, 여름에는 3일간 발효시킨다.
◇ 덧술 빚는 법 : ① 멥쌀 1말을 백번 씻어 백세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 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 째 떼어 ‘바조’ 위에 올려놓고, 찬물을 고루 많이 뿌려서 고두밥을 가장 차게 식힌다. ③ 고두밥에 물기가 빠지길 기다렸다가, 차가워졌으면 밑술을 합하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 ④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일간 발효시킨다. * 주방문 말미에 “누룩을 잘게 빻아 볕 쬐어 잡내 없앤 후에 쓰되, 독을 가장 닉은 것을 골라 연기(내) 쏘여 넣으라.”고 하였다. ‘바조’는 술짜는 틀(酒槽)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