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故知新 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20)
연엽주(蓮葉酒)·연엽양(蓮葉釀)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연엽주가 언제부터 빚어졌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1600년대 말엽의 <주방문>과 1716년의 <산림경제>에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500년여 전부터 빚어졌던 것만은 분명하다.
이후 <고사십이집>을 비롯하여 18세기와 19세기의 문헌인 <간본 규합총서>와 <감저종식법>, <고려대규합총서(이본)>, <고사신서>, <군학회등>, <규합총서>, <농
특히 사대부를 비롯하여 선비들 사이에서 ‘개화성(開花聲)’이니 ‘하심주(荷心酒)’니 하여 ‘연꽃’과 ‘연엽주(蓮葉酒)’가 완상이 대상이 되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연엽주 ’만큼 여름철의 낭만과 풍류(風流)가 깃든 술도 드물 것이다.
<주방문> 및 <산림경제>의 ‘연엽주’와 동일한 주방문을 <刊本 규합총서>와 <감저종식법>, <고려대규합총서(이본)>, <고사십이집>, <고사신서>, <군학회등>, <규합총서>, <농정회요>, <반찬등속>, <부인필지>, <술방>, <주방(임용기 소장본)>, <주식방(고대규곤요람>, <증보산림경제>, <학음잡록>, <해동농서> 등에 17차례나 볼 수 있어, ‘연엽주’는 <주방문> 및 <산림경제>를 인용한 것으로 추측되고, 예의 ‘연엽주’ 양주법이 주류를 이룬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한편, 이보다 훨씬 더 낭만적이고 풍류가 깃든 양주 법으로, “멥쌀을 가루로 하여 쪄서 누룩가루와 섞어 주먹 크기나 바가지 크기로 둥글게 빚는다. 이것을 연잎으로 싸고 부드러운 끈으로 붙잡아 맨 후 나뭇가지나 연줄기로 주위를 받쳐 둔다. 일주일 후 열어서 마신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양주 법은 <주방문>을 비롯하여 <온주법>, <임원십육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등에서 목격되는데, 문헌에 따라서는 멥쌀과 찹쌀이 쓰이고, ‘쌀을 가공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온주법>과 <임원십육지>·<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고두밥’, <주방문>과 <임원십육지>·<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 ‘흰 무리떡’, <온주법>에서는 ‘구멍떡’으로 빚는 다양한 방법이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양주방>에는 “끓여 식힌 물과 누룩가루, 엿기름가루를 한데 섞어 만든 물 누룩을 사용하여 찹쌀 1말로 지은 고두밥과 섞어 술밑을 빚는데, 연못 가운데 있는 연잎에 술밑을 싸서 짚으로 동여매어 솔발간(나뭇가지)으로 고정시켜 하루 동안 두면 술이 익는다.”고 기록되어 있어, 술밑을 살아있는 연잎으로 싸서 술독에 담아 안쳐서 발효시키는 방법 가운데서도 매우 멋과 낭만이 있는 양주 법을 수록하고 있다.
한편, 충남 아산 지방의 예안이씨 가문비주로 전해오고 있는 ‘아산 연엽주’는 <규합총서>와 같은 술 빚기를 바탕으로 하되, 신국(神麴)을 사용하는 한편으로, 감초와 솔잎 등이 첨가된 약용약주로서, 충청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데, 연잎 외에도 솔잎과 연근 등이 사용되는 단양주이면서, 특별히 빚은 ‘신국’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양주기법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렇듯 ‘연엽주’의 주방문이 다양한 것은, 술빚기가 힘든 여름철의 대표적인 주품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의 반증이며, 무엇보다 ‘연엽주’의 향기가 그만큼 뛰어났으며, 기호와 건강에도 좋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특히 <주방문>을 비롯하여 <산림경제>, <규합총서>, <임원십육지>, <술방>, <양주방> 등의 기록대로 ‘연엽주’를 재현해 시음회를 가져 본 결과, 그 반응은 상상 밖이었다.
필자에 의해 옛 문헌에 수록된 주방문을 근거로 재현한 ‘연엽주’를 맛본 사람이면 한결같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향취가 감돈다.”는 것이 일관된 평가이다. 개인적으로도 “전통주의 대중화 및 세계화를 위해서도 ‘연엽주’와 같은, 보다 다양한 방법의 양주를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연엽주’를 빚을 때는 날물을 쓰지 않도록 하고, 술독은 단단히 밀봉하여 서늘한 곳에 두고 발효시키면 더욱 좋다. 또 어떠한 방법이던지 한여름의 열기가 가라앉고 서리가 내리기 전에 빚어야 술이 시어질 염려가 없으며, 연잎도 수분이 가장 많을 때인 한여름은 피하고, 서리가 내리기 전인 늦여름이나 입추 무렵이 술빚기에 좋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9월~10월이 연엽주를 빚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특히 연못의 연잎에 술밑을 싸서 태양 아래서 발효시키는 방법의 술빚기는 고두밥을한김 나가게 식힌 뒤 누룩과 끓여 식힌 물을 섞어 술밑을 빚되, 고두밥의 양보다 물의 양이 많아서는 안 되고, ‘술밑은 반드시 차게 식힌 후에 연잎에 싸고 볏짚이나 끈으로 묶어서 비나 서리가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조건에서 보더라도 비가 적고 태양이 뜨거운 지금이 양주 적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른 새벽 연못에 나가 연꽃의 개화성(開花聲)을 듣고 술을 빚기 시작하여, 저녁나절에는 연꽃 한두 송이 꺾어 붉은 노을을 뒤로 하고 돌아와서는, 연화차 한 잔에 취하여 곤히 잠들었다가, 다시 날을 잡아 지기(知己)들을 불러 모아놓고 연못의 연엽을 따다 그 자리에서 탁주를 걸러서 놓고, 취하도록 주거니 받거니 수작을 하는데, 연꽃에 취하고 ‘연엽주’ 향기에 취하고 또 사람에 취하다 보니, 신선이 부럽지 않고, 하룻밤 통음(痛飮)하는 것으로도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에 담고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고려대규합총서(이본)>/<산림경제>/<술방> 외 연엽주 주방문
◇술 빚는 법: ① 좋은 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하룻밤 담가 불려두었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 고두밥이 익었으면 고루 펼쳐서 얼음같이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물 2병(6되)을 팔팔 끓여서 넓은 그릇에 담아 얼음같이 차게 식힌 후, 고두밥과 섞어 놓는다(고두밥이 물을 다 빨아들일 때까지 기다린다). ④ 좋은 누룩 7홉을 가루로 빻고, 체로 쳐서 고운 가루를 준비한다. ⑤ 소독하여 준비한 술독에 연잎 1장을 먼저 깔아 놓는다. ⑥ 연잎을 깐 술독에 고두밥을 안치고, 그 위에 누룩가루를 한줌 뿌린다. ⑦ 다시 연잎을 깔고 고두밥을 안친 후, 누룩가루를 뿌리는 방법으로 반복해서 안친다. ⑧ 이와 같이 켜떡 안치듯 하여 술밑을 다 안치고, 맨 위에 누룩가루를 한줌 뿌려준다. ⑨ 술독은 삼베나 면보로 단단히 밀봉하고, 햇볕이 들지 않는 서늘한데 두고 익힌다. * 술 빚을 때 일절 날물을 들이지 말고, 날이 더우면 시어지므로, 가을 서리가 내려 연잎이 마르기 전에 빚으면 오래 두어도 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 <양주방>/<임원십육지>/<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외 연엽주 주방문
◇술 빚는 법: ① 연잎이 다 자라 세고 잎이 크고 구멍 없는 잎을 골라, 줄기를 따라 옆에 작대기 같이 긴 나무를 솔발같이 셋만 박아놓는다. ② 식전에 깨끗한 찹쌀을 깨끗이 씻고 또 씻어 물에 담가 불렸다가,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③ 섬누룩 4되와 곱게 빻은 엿기름가루를 끓여 식힌 물에 담가 물 누룩을 만들어 놓는다. ④ 물 누룩을 고운체에 걸러 찌꺼기를 제거한 누룩 물을 만들어 놓는다. ⑤ 고두밥이 무르게 지어졌으면 고루 펼쳐서 식히되, 덜 식어서 더운 김에 누룩 물로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⑥ 연못의 연잎에 술밑을 싸서 볏짚으로 단단히 묶어 솔발간이 사이에 놓고 새끼로 매어 놓는다. ⑦ 연잎을 한 장 덮어서 하루 종일 햇볕에 익히는데, 그 다음 날 식전에 뜯어다가, 체에 걸러내면 좋다. * 일체의 날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고, 연잎이 마르기 전인 가을이 술빚기에 향미가 좋다.
◇<양주방> 연잎이 다 자라 센 뒤에, 크고 구멍 없는 잎을 가려서, 옆에 작대기 같은 긴 나무를 솥발같이 셋만 박고, 깨끗한 찹쌀로 지에밥을 지어 안을 섬누룩하고 엿기름 찧은 것하고 담갔다가 고운체에 걸러 지은 밥을 더운 김에 그 물로 버무려 식전에 그 연잎에 싸 부리를 오무려 매어 물에 단단히 매어 두어라. 그랬다가 이튿날에 내면 향기롭다. 쌀의 양은 마음대로 하고, 누룩은 쌀 한 되에 너홉을 넣으면 좋으니, 식전쯤 하여 넣고, 한 종일 볕에 익혀 그 이튿날 식전에 내면 좋다.
◇<임원십육지>一名天上黃醴. 白米細末熟烝和麴屑按摩作團如擧如瓠盛于沼中蓮葉用柔縄結褁植(到)木四枝于傍以扶蓮莖七日開飮. <三山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