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95)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개발과 농식품 가공팀)
우리 과실주(와인) 뒤돌아보기
이러한 다양한 전통주 중에 오늘은 과실주(와인)를 이야기 해보려 한다. 와인이라 부르기는 우리나라 과실주 들은 와인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기에 여기에서는 과실주라 부르려고 한다. 과실주 중 상당수가 농민들이 생산하는 지역특산주로서 카테고리상 전통주의 한 분야에 들어가고 있다(지역특산주는 주세법상 전통주 부류에 들어감). 개인적으로 와인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지 않았지만 전통주의 부류에 들어가다 보니 관심을 가지고 과실주 제조나 유통, 소비에 관여를 하게 된 적이 많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전통주를 한 자리에서 테이스팅하고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많을 때는 30개 정도의 우리 술을 시음하는데 막걸리가 15종 정도가 되면 약주, 과실주, 소주 등이 그 절반을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과실주는 일반적으로 많은 전통주 중에 하나의 범위에서 테이스팅을 해오고는 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좋은 기회가 있어서 한국 과실주들을 한자리에서 마시는 기회가 주어졌다. 한 지자체에서 개최한 국산와인 테이스팅이었으며 많은 전문가(소믈리에, 유통사, 연구자 등)들이 모여서 국산 과실주에 대한 테이스팅을 하고 평가를 하는 자리였다. 그날 마신 와인 수가 대략 60종 정도 이었으며 이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알려져 있는 지역특산주 형태의 과실주 들은 상당 부분 마실 수 있는 기회였다.
이날 마신 과실주들은 기본적으로 과거에 마신 과실주에 비해 상당부분 품질이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많은 분들도 유사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하지만 약 60개의 출품 과실주 중에 상품성이 있는 술은 10종 정도라고 생각했다(이 부분은 개인적인 의견임). 특히 과실주들은 자체적으로 크게 드라이, 스위트로 나누어서 시음을 하였는데 드라이한 술을 마시면서 간혹 스위트한 맛이 느껴져서 기획하신 분에게 질문을 하면 업체에서 드라이한 술로 출품을 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고 이것은 업체들이 자신들이 만든 술에 대한 테이스팅을 제대로 안했거나 드라이한 와인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이러한 표현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미 드라이라는 카테고리가 있으면 좋을 듯한 과실주 들이 많이 있었다. 또한 자신들이 만든 과실주가 산화되었는지 코르크(곰팡이) 냄새가 나는지도 확인을 잘 안 한 술들이 많이 있었다. 이것은 비단 이번 상황뿐만이 아니라 다른 행사장에서도 많이 느껴졌던 것이다. 아마도 유통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보관을 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판단되어 지지만 이러한 과실주 자체가 생산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유통이 되었다는 우리 과실주 전체의 품질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소비하는 입장에서도 우리 과실주에 대한 맛의 소비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는가 생각해본다. 지금 소비되는 그리고 소비되었던 과실주를 살펴보면 포도 과실주도 있었지만 한때 유행을 했던 복분자, 머루 그리고 오디 과실주 들이 매우 당도가 높은 과실주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스위트한 과실주 들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과실주 들이 당도가 높다보니 한번은 즐길 수 있으나 긴 측면에서 보면 당도에 의해 제대로 된 과실주의 맛을 느끼기가 어려워서 지속적인 소비층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의 입맛을 맞춘다는 이유로 너무나도 쉬는 방식의 맛을 택한 게 아닌가라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산 과실주와 외국산 와인들이 서로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우리의 과실주들은 품질, 가격, 마케팅 모든 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물론 우리 과실주들도 원료에서부터 신경을 쓰고 잘 발효시켜서 숙성까지 잘한 제품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은 열에 하나로 찾기가 어렵다 보니 우리의 과실주 시장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과실주 제조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품종도 개발해야 하며 그 품종에 맞는 발효법, 브랜딩 그리고 숙성방법 등 연구해야 할 부분도 많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의 과실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과실주 역시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서 만든 매우 중요한 주류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과실주 들은 해외는커녕 우리나라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힘들겠지만 우리 과실주에 맞는 더 많은 고민들로 인해 우리의 과실주들이 외국산 와인 시장을 조금씩이라도 잠식해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