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술자리 풍성해지는 가을 날 어떻게 마셔야 할까

김원하의 취중진담

 

술자리 풍성해지는 가을 날 어떻게 마셔야 할까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尹東柱 시인이 그가 타계하기 4년 전 1941년에 발표한 <별을 혜는 밤>의 첫 소절이다.

 

윤동주 시인의 말처럼 불볕더위가 사그라져 가는 대지위에는 서늘한 가을 기운이 밀려온다. 코발트 쪽빛 하늘이 유난히 돋보이는 가을 한 가운데에는 민족의 명절 한 가위가 턱 하니 자리 잡고 있어 풍성함이 온 천지에 가득하다.

가을은 날씨 탓도 있겠지만 주당들의 술자리도 풍성해지는 계절이다. 모든 것이 풍성하게만 느껴지는 가을에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샐러리맨들을 대폿집으로 향하게 한다. 찐득한 날씨 탓에 술맛이 제대로 날리 없었던 주당들은 서늘해진 밤공기 마시며 술잔을 기울이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문제는 이런 좋은 계절에는 유달리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곱게 술 마시고 대중교통 이용해서 귀가 하면 그 보다 좋을 리 없겠지만 자동차 핸들을 잡는데 문제가 커진다. 한두 잔은 괜찮겠지 하며 핸들을 잡는 순간 불행의 씨앗은 커지기 마련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육아휴직 중인 여경이 음주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해임됐는데 이 여경은 자녀를 차량에 태우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이 여경(경위)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55%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이 교육부에서 ‘교원 징계 유형별 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징계 받은 초·중·고등학교 교원 1천595명 중 음주운전이 676명(42.4%)으로 가장 많아 매달 22.5명꼴로 교원들이 징계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광주 북부경찰서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노인을 치여 숨지게 하고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로 김 모(50)씨를 긴급체포했더니 혈중 알코올농도 0.119% 상태였다고 한다.

이처럼 음주운전을 하게 되면 단속당해 처벌을 받음은 물론 교통사고를 내서 고귀한 생명을 빼앗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겠다니 이는 무슨 배포인가.

음주운전도 문제지만 술에 취하면 엉뚱한 객기를 부리는 것도 문제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빌라에 침입해 혼자 사는 5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 강간)로 강모(35)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는데 경찰 조사결과 강 씨는 친구와 술을 마신 뒤 귀가하던 중 빌라에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김종필 전 총리의 증언록 ‘笑而不答’에 실린 내용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술을 좋아했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마셨는데, 골프장이나 논두렁에서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은 ‘막사이다’를 즐겼다. 그런데 아무리 마셔도 무각(無覺·정신없이 취한 상태)에 빠진 적을 보지 못했다. 주변 사람한테 주정을 해대거나 몸이 헝클어지는 경우도 없었다. 자기 관리가 엄격했다.”고 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것은 술을 마시데 정신 바짝 차리고 마셔야 되겠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음주문화다.

‘笑而不答’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경호실장 박종규는 술에 만취하면 청와대 본관 앞에서 “야, 박정희 나와” 하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곤 했다. 박 대통령은 이튿날 아침 박 실장에게 “이그, 그 술버릇 언제 좀 고치나”라고 한 번 꾸짖곤 그만이었다.>

평소 정제된 박종규 실장의 정제된 이미지를 술이 벗겨 낸 것이다. 같은 술을 마시되 어느 사람은 무각 상태로 s마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반면 주사를 부리며 난동을 부리는 것은 정신문제라고 본다.

평소엔 샌님처럼 얌전하던 사람이 술 몇잔들어가면 이사람 저사람 붙들고 시비 걸고, 말이 많아지는 경우를 종종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그의 원래 모습이라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술 마시고 흥에 겨워 당신의 정제된 모든 것을 벗겨내는 우는 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 잔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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