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천년의 쉼터, 천하명주 오미자 52도 오드비


술도가 탐방, ‘오미나라’

 

천년의 쉼터, 천하명주 오미자 52도 오드비

사람과 사람의 마을을 열어주는 술 이야기

 

 

술은 우리의 삶과 같이 익어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처음에 술을 접하면 입에 대지 못할 음식인지라 좀 괴롭기도 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삶에 어느 정도 녹아들면 술이 왠지 달다. 그런 술을 빚는 술도가를 찾아가는 날은 설렘이 앞선다. 이번 탐방에서는 어떤 술을 맛 볼 수 있을지 하는 기대감이 부풀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경상도와 서울을 오가는 영남대로에서 ‘새들도 한번은 쉬어 넘어 간다’는 문경새재의 아랫마을과 보부상이 이용했던 이화령이 겹쳐 지나는 곳에 주막자리가 있다. 지금 그 곳에 가면 오미자로 빚은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를 생산하는 ‘오미나라’가 자리 잡고 있다.

오미나라는 2008년 ‘문경 가은’에 ‘JL크라프트 와이너리’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를 2013년에 문경새재 입구로 이전하여 현재의 ‘오미나라’로 재 개업했다. 방문객을 위해 오미자 농원과 오미자로 만든 오미로제 시음 등이 가능한 복합 체험공간을 만들어 많은 방문객 찾고 있다. 현재는 문경의 관광명소 중 하나다.

요즈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무엇일까? 하고 자문 해보면, 술은 우리의 술이지만 재료는 외산이다. 과연 이런 술들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미로제’는 우리 땅에서 생산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원료인 오미자로 만들어진 순수한 우리의 술이다.

‘오미나라’는 국내 유일한 마스터 브렌더 이종기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이 대표는 블랙스톤, 패스포트, 윈저17 등을 개발한 인물이다. 또 <술을 알면 세상이 즐겁다>, <이종기 교수의 술 이야기> 등 ‘술’에 관한 책도 여러 번 낼 만큼 우리나라 최고의 술 전문가다.

마사토와 부엽토가 쌓여 배수가 용이한 지층이 형성된 경북 문경, 전북 장수, 진안, 강원 인제 등이 오미자의 주산지다. 특히 문경은 전국 오미자의 45%를 생산하고 있다. 오미자는 기관지에 특효를 보여 감기에 쉽게 걸리지 않게 해 주면서 뇌의 혈류를 개선하기 때문에 뇌졸중과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밝힌바 있다.

이종기 대표는 바로 이런 오미자의 효능을 살려 오미자와인을 생각 해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오미자 와인은 그래서 “숙취가 없는 술”이라고 강조한다.

이종기 대표는 1991년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에 있는 Heriot Watt Univ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 양조학을 공부했다. 한번은 주임교수가 각 나라를 대표하는 술을 가져와 시음을 하자고 했는데 이 대표가 준비한 술만 저평가 되서 창피를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귀국해서 세계의 애주가들이 감탄할 명주를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개발한 술이 바로 ‘오미자와인’ 이라고 했다.

오미자의 신맛, 쓴맛, 매운맛은 미생물활동을 억제하는 천연 방부성이 있어 발효가 어려워 약 3년여의 실험을 했다. 그러던 중 오미자 발효 통에서 격렬하게 끓어오르는 현상을 보고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오크통 숙성을 거쳐 오미자의 날카로운 신맛을 부드럽게 하는 방법을 찾아 ‘오미로제 프리미어’ 스틸와인을 생산하게 됐다고 한다.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은 300여 년 전 프랑스 샹파뉴에 에페르네 근교 오빌레 수도원에서 샴페인을 만든 동페리뇽 수사를 스승으로 삼아 병에서 2차 발효를 해 충분한 압력으로 스파클을 만들어 내는 기술, 그리고 압력 손실 없이 찌꺼기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2011년 드디어 로제 샴페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와인을 만들어냈다.

현재 생산되는 오미자 와인의 품질에 대해 이 대표는 “포도를 이용한 와인은 짧으면 2주에서 4주 정도의 발효 기간을 거치고 숙성시키지만, 오미자는 단맛·신맛·짠맛·쓴맛이 강해 발효가 더디다. 하지만 긴 발효 시간 덕분에 오미자가 가진 5가지의 맛을 오미로제에 모두 담아 세계 정상급 와인을 만들어 냈다. 또한 시음을 해보면 ‘향긋하면서 스파이시한 향’과 흉내 낼 수 없는 탁월한 신맛‘에 반한 세계의 전문가들의 극찬을 들었다”고 말한다.

 

오미나라는 2013년에 개관하여 현재 년 1500명 정도의 방문객이 찾아온다. 오미자 와인 판매는 유통회사를 이용한 판매보다 직접 판매를 기준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오미나라 체험 후 현장 판매가 50%, 재 구매 20%, 행사, 레스토랑, 음식점을 통한 판매 20%, 두레(생협) 10%의 비율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연간 총매출을 기준으로 2013년에는 1억 3천만 원, 2014년 3억 5천만 원, 2015년 8월 말 현재 4억 원으로 작년대비 50%이상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오미자와인의 인기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또한 금번에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한 예비창조기업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오미자와인이 생산되는 과정은 산간 고랭지 밭에서 친환경농법으로 계약 및 재배한 오미자를 수확하여 18개월 이상 스테인리스 용기에서 발효한다. 12개월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된 오미자술을 랙킹(Racking)과 여과(Filter)를 시키면 알코올 12도의 ‘오미로제 프리미어’ 스틸 와인이 탄생된다.

이종기 대표는 “세계최고의 명품 술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면서 “영국의 위스키, 중국의 마오타이와 같은 도수가 높은 술을 개발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 왔고, 현재 오미자 증류주로 52도 술인 ‘오미자 오드비(생명의 물)’을 개발해서 상품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오미자 오드비(생명의 물) 52도는 오미자 와인을 숙성시킨 후 2번의 증류를 통해 생산한 원액을 다시 오크통에서 1년, 또는 달 항아리에서 2년을 숙성시켜 생산한다. 이때 오크통에 1년 숙성된 오미자 오드비는 맛과 색이 독특하여 그 풍취가 애호가들에게 최상의 평가를 받고 있으며, 달 항아리 2년 숙성된 오미자 오드비는 순수하고 맑고 깨끗하여 여러 음식에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위스키나 브랜디는 식사와 같이 마시기는 힘든 술이지만, 오미자 오드비(생명의 물) 52도는 식사와도 잘 어울리며 특히 허브와 스파이시한 향과 맛으로 인해 긴 여운을 남긴다. 또한 뒤끝 없이 깔끔한 것이 최고의 식사주로 추천 할만하다”고 자랑한다.

탐방에 나선 기자도 직접 시음을 통해 그 맛을 인정했다. 첫 인상은 깨끗했고, 두 번째는 그 향이 은은했고, 세 번째로 목 넘김은 하늘의 별을 보는 정도로 황홀했다.

이 대표는 오미자 오드비를 개발하는 과정에 있었던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올해 7월에 이 대표와 거래하는 거래처 회장의 회갑연에 ‘오미자 오드비(생명의 물) 52도’ 한 항아리를 제공했다고 한다. 술이 맛있었던 탓에 술 항아리가 금방 비워졌다. 하객들이 ‘오미자 오드비’를 더 내놓으라고 했을 때, 하객 중 한분이 약 3500만원하는 중국술 5리터 한 항아리 가지고 왔는데, 회갑연이 끝날 때까지 하객들이 ‘오미자 오드비’만 찾고, 중국술은 다 비우지도 못하는 것을 보고 자부심을 가졌다고 했다.

현재는 상품용 주병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주병이 공급되면 곧 바로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내년 초부터는 중국면세점에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오미나라의 시음장에도 숨어 있는 볼거리가 있다. 시음장 안에는 견우직녀 설화에서 까치와 까마귀가 오미자 덩굴에 앉아 다리를 만들어 사랑을 이어 주었다는 설화를 형상화한 3만6천500개의 별로 된 은하수가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종기 대표는 현재의 ‘오미나라’를 시작한 이유는 일본의 6차 산업을 통한 관광산업의 발전을 보고 우리나라 그리고 이 대표가 있는 문경시의 경제 활성화와 오미나라의 지지기반인 오미자를 생산하는 농민들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작 했다고 한다.

“세계의 유명와인 산지를 가보면 주변의 포도를 생산하는 농민들을 위해 와인을 생산하고 발전시키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다”면서 이 대표는 “세계 최고의 명주 개발은 나의 평생 과제”라고 말하고, “오미자를 생산 하는 농민과 그 관련된 산업의 발전도 함께 해야만 진정한 명주는 탄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술은 외국의 술과는 다르게 마음을 전하는 소통의 술이다. 또한 술 본연의 역할과 다르게 치유 기능의 역할을 하는 약주도 우리 고유의 술 문화다. 이제 우리나라도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명주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의 반만년 역사에서 많은 침탈로 잃어버린 것들 중에 통치자도 민중도 함께 했던 것이 바로 술일 것이다.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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