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봄처럼 싱그런 ‘행복도시’ 세종시를 위하여!

『빈 술병』

 

봄처럼 싱그런 ‘행복도시’ 세종시를 위하여!

 

육정균 (시인/부동산학박사)

 

육정균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봄이 와도 봄처럼 느끼지 못한다”는 뜻으로 슬픔과 절망에 빠져 있어 좋은 일도 즐겁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 상태를 이른다.

즉, 봄이 왔으나 봄을 그대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시리고 절망에 빠져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봄’이라는 이름은 사계절을 시작하는 첫 절기로 우리가 붙여준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봄’은 그 절기에 걸맞는 참 좋은 상황들에게도 별명처럼 붙여서 불린다. ‘청춘’ ‘소망’ ‘전성기’ ‘한창때 ‘젊음’ 등등에 ‘봄’이라는 포괄적 의미의 표현이 자연스럽고 은유적으로 인용된다. 수많은 단어들 중에서 가장 우리를 들뜨게 하고 따스하게 감싸 안는 첫사랑 같은 느낌을 안개처럼 포근하게 선사해주는 단어가 바로 ‘봄’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봄’이지만 올 때마다 반갑고 정겨운 손님인 양 우리 손을 살며시 잡으면서 ‘봄’은 늘 그렇게 가벼운 발걸음을 딛는다. 제아무리 야멸찬 혹한이 기승을 부리며 뒤꼭지를 붙잡고 늘어져도 정작 ‘겨울’은 ‘봄’이라는 이름 앞에 서면 별 의미 없이 눈 녹듯 사라진다.

골짜기의 잔설과 계곡의 두꺼운 얼음이 녹고 졸졸 시냇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온 세상으로 봄기운은 흐드러져, 매화부터 개나리, 벚꽃, 목련, 철쭉 등 봄꽃의 대궐을 마련한다.

세종 보람동 한 상가 건물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텅텅 빈 모습.

그런데 올봄은 작년 말부터 불어 닥친 정치적 혼란이 예상치 못한 악재로 다가오더니 새로운 대통령을 다시 뽑아야 하는 혼돈의 상황으로 왔다. 지금은 이토록 지천에 흠씬 ‘봄’이 무르익고 있고,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며 시절이 가는 이 놀라운 변화의 나날들이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며,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물들이고 있는가를 되짚어 볼 겨를도 없다.

다만, 더 이상의 혼란이 없는 나라, 자기의 안위보다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국태민안(國泰民安)만을 위해 헌신할 지도자를 다시 만나게 되길 기도하는 마음에서 춘래불사춘의 그늘진 마음이 ‘봄’ 꽃들과 푸른 새싹처럼 희망으로 찬란하게 피워 나길 기원해 본다.

 

지난 월요일(4.7.)은 국토교통부에서 민원자문관 근무를 마치고, 한껏 피어오르는 ‘봄’을 느끼고자 차량들의 매연이 많은 BRT 대로를 벗어나 실개천 사이 오솔길을 걸어서 퇴근을 했다.

정부과천청사의 중앙부처가 2012년 11월부터 국토교통부부터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한 이래 지금은 법무부를 뺀 모든 중앙부처가 세종특별자치시로 내려왔고,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는 나름 활기찬 도시로 발전해 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거의 1시간 반 정도를 걸어오면서 외진 오솔길을 벗어나 대로변과 아파트단지 상가를 둘러보면서 너무나 거리의 목 좋은 특급 상가들이 여기도 공실, 저기도 공실, 공실 천지임을 느낀다.

세종시는 ‘행복도시’라지만 특급상가를 분양받은 시민들 입장에서는 결코 ‘행복도시’가 아닌 것이다. 비싼 특급상가를 많은 돈을 들여 분양받은 시민들은 아마도 비싼 대출이자에 허덕이고, 상가에 투자한 매몰비용(埋沒費用)으로 봄이 왔건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낼 것 같다.

그렇다면, 최근 ‘행복도시’ 등 이른바 신도시 건설지역에서 1층의 목 좋은 특급상가까지 공실이 넘쳐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극심한 정치 불안과 코로나 이후 세계적인 불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것도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임은 맞다.

그러나 ‘행복도시’ 등 최근 신도시의 극심한 상가 공실현상은 지나친 상가의 공급에 그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 신도시 건설은 LH나 SH 등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산하공사가 담당하고 있다.

신도시 건설은 기존의 국토계획과 도시계획을 모두 무너뜨리고 새롭게 기획·설계되어 기존의 도시계획과는 전혀 다른 획기적인 모습으로 바뀌지만, 신도시의 기본적인 토지이용계획 등 도시계획은 상업용지, 주거용지, 공업용지, 공공용지, 녹지 등을 일정비율로 조화롭게 배분해서 신도시에 거주하게 될 시민들의 삶이 윤택하고 편리하며 평화롭도록 설계하여야 한다.

전국 1위 공실률을 자랑하는? 세종시의 공실모습

상주인구나 주변 유동인구에 비하여 너무나 많은 상업용지를 배분하여서도 아니 되고, 공원이나 도로 등 필요한 SOC용지를 비좁게 배분하여 도시기능을 애초부터 불편하게 하여서도 아니 되고, 녹지배분도 넉넉히 하여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로 발전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LH 등 신도시 개발주체들은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상업용지의 비중을 과도하게 극대화하면서 공공용지나 녹지의 비중을 줄이는 일에 몰두한 것이 2기 신도시, 특히 광교신도시의 호수조망 고층아파트단지내 수많은 상가의 공실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도시 건설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과잉 상가공급현상은 이제 개발주체도 감독자인 국가도 선량한 국민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서 막아야 할 때다. ‘행복도시’ 등의 상가공실은 과잉공급이 절대 원인이기 때문이다. 상주인구의 증가만이 상가공실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므로 첨단산업단지와 수도권 대학 유치에 정치인과 시민 모두 발 벗고 나서야만 할 것이다.

상가는 없지만, 쾌적하게 조성된 파리 신도시 아파트단지 주택가 모습

봄꽃과 새싹 움트는 정겨운 봄, 우리와 비슷한 계절을 가진 프랑스의 ‘봄’과 파리 신도시의 답사여행을 엊그제 다녀왔다. 프랑스 신도시 아파트 등 주택가에는 오직 주택뿐, 단지 내 상가는 물론 근린 상가도 없어서 먼 상업지역까지 가야하는 불편을 체험하고 왔다. 프랑스엔 주택가에 상가나 편의시설이 아주 없어서, 한국은 상가가 너무 넘쳐서 귀국 후 그리웠던 공주산성 밤막걸리를 한잔 마셔도 마음 편하게 취할 수 없는 ‘행복도시’의 ‘봄’이다.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현) 국토교통부 민원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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