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의 정책당국은 주류유통제도를 빨리 쉽게 변화 시키려고 할까?
조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자/경제학박사)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이사
▴살림농산(한살림), 경영고문
(President, BACCHUS KoreaChief Researcher, AOUR Institute Board member of KIHI Consultant, Salimnongsan(Hansalim Co-op.)
- 가장 중요한 일은 비전과 목표의 설정이다. 주류산업 정책의 방향을 잡자. 이제 영국의 경우를 보자. 2003년 영국은 주류 면허법(Licensing Act 2003)을 개정하면서 술집, 바, 클럽 등의 영업시간을 대폭 연장하고 면허 발급 규제를 완화했다. 이 역시 영국 정부가 시장 자유화의 일환으로 도입된 정책이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영국 주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영국 역시 대처수상이후 신자유주의를 채택하면서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중시하는 문화적 경향이 반영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영국의 오랜 음주 문화와 관련성이 컸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우리의 조선시대에 해당하는 16세기 이후에는 맥주와 와인이 영국인들에게 거의 일상적인 음료로 여겼고, 최근의 보건부에서 주장하는 특별한 물질이라기보다 일반적으로 마시는 음료로 보는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류 산업이 영국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여 규제를 허물고 자유화를 할 경우 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클 것으로 관료들은 생각하게 되었다. 세계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산업이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도 한몫 했는데 , 주류 판매시간 연장 등 자유화 조치로 내국인은 물론 관광객들에게 더 많은 음주기회를 제공하고자하는 노력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과거 주류산업 정책의 경험도 자유화의 선택에 큰 구실을 하게 된다. 주류산업에 대해엄격하게 규제를 할 때 불법 주류 생산과 소비가 조장된 경험을 했던 것이다. 술에 관한한 엄격한 규제를 할 때 오히려 부작용을 경험한 교훈이 현실 정책에 반영되게 된 것이다. 그런 저런 정황이 제조업은 물론 도매 소매업 등 전반적 주류산업에 대해 엄격한 규제는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팽배했던 것이다. 규제강화정책은 현실적으로 집행하기 어렵다는 행정적 판단이 그래서 나온 것이었다.
주류 소매시장의 규제 완화를 하자 시장논리에 따라 대형 유통사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면서, 중소규모 도매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중소규모 주류기업들의 고통은 경쟁력이 약하니 자유경쟁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그대로 생겨났다. 이에 영국정부도 시장에서 난무하는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해 규제를 다시 도입하고, 소규모 도매업체 보호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강화하였다고 한다. 시장은 만만치 않은 것이다.
독일의 경우를 보자. 독일에서도 주류도매업의 규제를 완화한 경험이 있었다. 널리 알려진 바대로 독일은 맥주와 와인 같은 주류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 깊은 역사를 가진 나라다. 독일은 1990년대에 유럽 연합(EU)의 규정에 맞추기 위해 도매업과 소매업에 대한 주류 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이전에는 독일 내에서 주류 유통이 지역별로 엄격히 통제되었었다. 넘나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EU 내 자유로운 무역과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를 풀었고, 도매업체들이 전보다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규제가 완화되자 일부 대형 도매업체가 시장에 빠르게 진입했다. 그 결과 소규모 지역 주류 도매업체들이 경쟁력을 잃고 도산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영국과 다르지 않았다. 특히 독일의 전통적인 맥주 양조장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도매업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특정 지역의 소규모 도매업체들은 이른바 대기업 도매업체들의 시장력에 못견지고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이는 지역 경제와 각 지역의 전통적인 맥주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문제가 불거지자 독일의 일부 지역에서는 다시 도매업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거나 대형 업체들의 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이 논의되었다. 독일의 사례도 급격한 규제 완화가 전통적인 소규모 업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주류 소비문화가 강력히 유지되는 나라다. 그러므로 음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 보건 규제정책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힘이 지역 구석구석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은 자료가 많지 않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스페인의 경우 주류 도매업의 규제 완화가 가격이 불안정해져 시장 혼란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스페인의 경우 지역마다 규제 정책이 달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 규제 완화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일부 지방 정부는 소규모 도매업체 보호를 위한 차별적 세금제도를 적용하고 다른 지방정부는 그런 제도가 없었다. 즉 스페인의 규제완화 상황을 일사분란하게 정리하기 어렵다.
다만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자 주류 접근성이 증가하면서 청소년 음주 문제가 대두되었고, 이에 스페인 정부는 음주 관련 캠페인과 마케팅 규제를 통해 대응했다고 알려져 있다. 다음은 프랑스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이 와인을 너무 많이 마시는 음주문화를 가져 프랑스 정부는 주류 접근성 완화할 경우 음주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프랑스 정부는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함과 동시에 음주 관련 법적 연령 제한, 마케팅 규제를 강화하여 청소년 음주 문제를 억제하는 두날의 칼을 동원하고자 했다.
결국 정부가 다시 주류세를 인상하고, 주류 유통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역시 시장은 쉽지 않았다. 프랑스 사례의 교훈은 주류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예상치 못한 사회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공공 건강 및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