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90%를 수출하는 한국애플리즈 韓壬燮 대표이사
초록색 소주병에 사과 와인 담아 수출하니 인기폭발
사과 농사짓는 방법 배우러 전 세계 과수원 현장 답사
과일의 왕이라 불리는 사과(apple, 沙果)를 좋아하시나요?
사과는 과일의 왕으로 불리며,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고 있다. 또한, 사과는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건강을 상징하기도 해서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상에 올리는 주요 제물중 하나가 된 것이다.
요즘에야 사시사철 어디엘 가도 사과를 만날 수 있지만 필자가 책보를 메고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참으로 귀한 과일이었다.
옆집에 제사라도 있는 날은 졸린 눈을 비벼가며 음복(제사 지내고 나누어 먹는 음식과 술)을 기다렸다. 음복에 혹 사과 한쪽이라도 있으면 그 것을 몇 등분 하여 나누어 먹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사과는 진짜로 맛있었다.
그렇게 맛있는 사과를 가지고 ‘애플사이다(Cider)’를 만들어 50여 나라에 수출하고 있는 (주)한국애플리즈(대표이사 韓壬燮, 74)가 지금 국내 양조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애플리즈는 일반 전통주양조장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로봇이 작업을 하고 있고, 1분에 120병의 사이다를 생산하고 있는 공장이 두 개나 된다. 이렇게 생산된 술들은 50여 나라에 수출돼 연매출이 90억여 원에 달한다. 국내 양조업계는 이 같은 현실을 보고 부러움에 앞서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22일 경상북도 의성군의 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여 경북 북부로 확산된 초대형 산불에서도 의성 단촌면에 위치하고 있는 한국애플리즈는 큰 피해 없이 화마를 견디어 냈다는 소식에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동했다.
건설역군으로 중동에 갔다가 유럽에서 사이다보고 아이디 얻어
기자가 한국애플리즈를 방문한 날은 눈이 부시게 햇살 좋은 봄날이었다. 도로가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애플리즈 주변에는 철쭉들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사과꽃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런 풍경을 목가적이라고 했던가. 그런데 생각지도 않던 화마가 와이너리를 덮치려들자 직원들은 일손을 멈추고 필사적으로 불길을 막았다. 그래서 한국애플리즈는 화마의 피해를 극소화했다고 한 대표는 설명했다.
과거 의성군은 20여만 명의 상주인구가 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5만여 명에 지나지 않아 이렇다 할 큰 기업들이 별로 없다. 때문에 한국애플리즈는 지역 일자리 창출(직원이 30여명에 달한다)에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의성군에서 한국애플리즈는 독보적인 존재며 상당한 세금을 내고 있는 업체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제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전국에서 세금 제일 많이 내는 농사꾼이 되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술 산업으로 세금을 내게 되었다”고 웃었다.
한 대표가 사과로 와인을 생산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한 계기였다고 했다.
한 대표는 집안 대대로 사과 과수원을 운영해 왔는데 1970년대 유럽 등지에서 일하면서 프랑스의 칼바도스를 보고 한국의 사과로 와인을 만들어 보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한 대표는 귀국 후 의성 지역 특산물인 사과를 원료로 와인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다.
한 대표가 군에서 제대할 무렵은 국내에서 중동 붐이 한창 일기 시작할 무렵이었다고 한다. 산업의 역군으로 사우디 행 비행기를 탄다. 당시 중동에서는 건설 붐이 한창이던 시절이라 한 대표는 플랜트 덕트(PLANT DUCT) 기술자로 산업역군에 동참하게 되었다.
1975년부터 1980년 11월까지 중동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일했다. 그런 가운데 특히 증류소에 증류기를 제작 공급하는 업체에서 일하면서 보고 배운 것이 술 만들고 증류기 다루는 것이었다고 했다.
사과는 자연 그대로 키워야 맛도 좋고 비용도 절약
한 대표는 1996년 한 대표가 태어나고 자란 의성 땅에 와이너리를 세운다. 한 대표는 막상 회사를 설립하고 나서 와인 생산을 시작했지만 초창기에는 생산된 와인이 안정화 되지 않아 어려움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을 곱씹으며 밤낮 가리지 않고 사과와인 개발에 몰두했다. 사과와인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당산 즉, 당도(糖度)와 산도(酸度)의 비율이 잘 맞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더란다.
오랜 연구 끝에 최적의 당산비율을 찾아내 사과 와인을 빚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애플리즈에서는 사과 품종 중 부사를 사용하고 있는데 원자재 값이 만만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과수원에서 부사 사과 1박스(20㎏ 기준)를 수확하려면 인건비를 비롯, 비료, 농약값 등으로 3만여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한 대표도 처음에는 최상품의 사과로 와인(사이다)을 생산했다. 그래야 “우리는 제일 좋은 사과로 와인을 생산합니다”라고 홍보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과를 원자재로 한 사이다 생산은 원가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 단점이었다. 농가에서는 많은 비용을 들여서 생산하는 사과를 싸게 팔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한 대표는 근본문제를 해결하는데 몰두했다.
그래서 8천여 평 과수원에다 직접 사과를 심어 수확하여 원자재를 확보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 문제 해결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사과 농사를 짓는데 적은 비용으로 가능할까를 생각한 끝에 다른 나라의 과수농가를 견학하기로 했다.
한 대표는 사과의 원산지부터 찾아 나섰다.
야생 사과는 중앙아시아와 중국 대륙 사이에 위치한 톈산 산맥과 타림 분지가 원산지로, 이후 전 세계에 퍼지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카자흐스탄의 최대도시 알마티나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도시 알말리크 같은 톈산 산맥 인근 도시 이름들의 어원이 사과이다.
유럽에서 개량된 사과나무는 17세기에 미국에 전파되어 사과나무 재배는 미국의 주요산업 중 하나로 발전되었다. 동양의 경우 중국에서 1세기경에 재배한 기록이 있으며 이후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으로 점차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대표는 사과를 생산하는 60여 나라를 찾아 그들이 어떻게 사과를 재배하는지를 살펴 본 결과 “사과는 자연 그대로 키우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을 알았다고 했다.
현재 우리 과수농가들은 사과를 마치 예술품처럼 키우려고 하는데 이는 최상품만 찾는 유통업자들 때문인데 우리의 과수농가를 병들게 하는 원인이라고 한 대표는 말한다.
유기농으로 사과 키워야 맛도 좋다
한 대표는 “사과 과수원에 가보세요,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마치 분재농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과 한 상자 생산하는데 3만원의 비용이 들게 됩니다. 농가 수입도 안 오르고 소비자는 비싸게 사과를 구입해야 합니다.”
“유기농법 즉, 자연그대로 키우면 물만 주면 됩니다.” 그래야 경비가 적게 들고 맛도 좋은 사과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한 대표는 말한다.
한 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사과농장의 운영방법은 첫째 사과 묘목을 심을 때 간격을 넓게 하여 사과나무가 크게 자라도록 하여 사과가 열렸을 때 햇볕을 충분히 받도록 한다. 둘째 사과가 열리면 솎아내지 말고 자연 그대로 놔둔다. 셋째 사과가 다 익으면 일부러 따지 말고 떨어진 사과를 줍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이런 내용을 주변 과수농가에 전파하려들자 대부분의 과수원 대표들은 한 대표의 말을 귓등으로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자연농법으로 키운 사과의 맛이 좋고 수확량도 많아 많은 농가가 유기농으로 사과를 재배한다고 했다.
와인병 없어 경주법주 술병에 와인 담아 출품
한 대표가 30여 년 전 와인산업에 도전할 때는 이렇다 할 와인병도 구할 수 없던 시절. 처음으로 사이다를 만들어 2001년 세계와인박람회에 출품할 때 와인 병을 구하지 못해 경주법주병에 와인을 담아 출품했다고 한다.
“박람회장에 참관했던 사람들이 부스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우리 와인 때문인가”하며 좋아했는데 어느 참관객이 묻더라고요 “마실 수 있는 와인이냐”고요.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지금 한국애플리즈가 생산하는 ‘애플사이다(Cider)’는 우리의 흔한 소주병에 담아서 수출한다. 이는 외국에도 우리의 희석식 소주가 많이 알려져 친숙한 술병에 대한 부담이 적고, 고객들 입장에서도 혼술 하기에 적당한 량이기 때문이라고 한 대표는 설명한다.
외국에서는 사과로 만든 와인이 ‘사이다’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는 ‘사이다’라는 이름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청량음료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사과를 착즙해 발효한 뒤 탄산가스를 첨가해 제조한 스파클링 와인이다.
2009년부터 수출에 눈을 돌려 사이다를 수출하기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소주병에 와인을 담아 수출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해외에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런 덕에 2019년 제56회 무역의 날에 처음으로 백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고, 2021년 58회에서는 삼백만 불, 2023년 60회 때는 오백만 불 탑을 수상했는데 올해는 칠백만 수출의 탑을 기대하면서 불철주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술을 수출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한 대표는 전통주수출협의회를 구성하여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한편 경북식품수출기업협회도 이끌어가고 있다.
회원사들에게 수출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수출이 증가해야 전통주산업의 활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록색 소주병에 사과 와인을 넣어 수출한다
한국애플리즈는 사과와인과 브랜디 등을 생산하여 90% 이상을 현재 미국, 호주, 중국, 캄보디아 등 전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은 워낙 수출 물량이 많다보니 신경을 덜 썼는데 그래도 내수 시장 확보를 위해서 꾸준하게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의성사과를 주원료로 발효, 증류하여 장기간 숙성된 원액 사용해 생산하고 있는 제품 가운데 증류주로는 ◇비긴19:19%/375㎖◇금과명주:15년산 40%/750㎖가 있다.
그리고 대중적인 술로는 대중적 과실주로서는 “더 찾을수록”, 사이다 “애피소드”, 디저트와인 “한스오차드” 등이 있다.
한국애플리즈 증류주의 특징은 숨 쉬는 옹기 독에서 장기간 저온 숙성시켜 맛이 깊고 깔끔하다.
2년 전 한국애플리즈는 경북 농식품 수출프런티어 기업으로 선정으로 선정되었는데 따지고 보면 술을 가지고 6차 산업으로 육성시켜야 된다고 주장하고 나선 사람이 한 대표다.
와인은 고급술에 속하는 술이다. 그런데 한국애플리즈에서는 주력상품을 흔한 초록색 소주병에 담아 수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다.
한 대표는 산업의 발전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외국 고객들이 희석식 소주를 좋아해서 소주병에 와인을 담아서 “이것이 한국의 사과와인(Cider)이다”라고 자신 있게 권하자 더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