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왜 한국의 정책당국은 주류유통제도를 빨리 쉽게 변화 시키려고 할까?

 

왜 한국의 정책당국은 주류유통제도를 빨리 쉽게 변화 시키려고 할까?


조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자/경제학박사)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이사

▴살림농산(한살림), 경영고문

(President, BACCHUS KoreaChief Researcher, AOUR Institute Board member of KIHI Consultant, Salimnongsan(Hansalim Co-op.)

 

전체 목차1. 정부가 단기적 비용절감보다 장기적 사회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2. 왜 정책당국은 주류유통제도를 빨리 쉽게 변화시키려고 할까? 3. 오래된 주류도매업의 제도를 당장에 하면 전환하면 왜 곤란한 일이 커질까?4. 유통면허통폐합의 장단점도 비교분석해 보자 5. 알고 보면 경제관과 정책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정책변화의 선택으로 보인다.6. 주류유통 면허 제도를 폐지해도 되는 조건부터 철저히 조사 분석해 봐야 한다. 7.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면 점진적이고 보완적인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책실천이다. 8.가장 중요한 일은 비전과 목표의 설정이다. 주류산업 정책의 방향을 잡자.

 

 

이탈리아는 와인 생산의 중심지로, 와인의 생산과 유통에 있어 나름 오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생산과 유통을 한 군데서 하던 조선의 주막 체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도 주류 유통업의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려고 고민을 했는데, 중소 도매업체 보호가 중요한 정책 목표로 남아있다는 의견이다. 지중해 국가답게 지역별로 정책이 차이가 나는 편이다. 중앙정부의 일사분란한 통치가 적은 편인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우리 전통 주에 해당하는 지역 특산주의 유통을 장려하며 소규모 도매업체 보호에 노력하고 있다는 정보다. 이탈리아 역시 음주에 대한 문화적 허용도가 높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 완화 이후에 음주 문제가 커질 것을 항시 예상하고 있다. 스페인처럼 주류수요 증가에 대비하여 음주 폐해 캠페인을 늘리고 음주가능 연령 제한을 강화하고 있는 편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이탈리아는 주류 유통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도매업체와 소매업체가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탈리아 정부의 규제 완화 역시 유럽통합 시스템과 관련이 있는 일이다. 규제를 줄여야 하나의 유럽이 되므로 EU와의 조율이 중요했다. 그러한 정치적 이유를 넘어 시장 내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에게 더 나은 가격과 품질을 제공하려는 의도도 가졌다고 관계당국이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주류규제 완화의 경우도 다른 나라와 유사한 문제가 즉각 발생했다고 한다. 대형 도매업체들이 와인 맥주 등 주류 유통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도매업체나 생산자들은 지역기반으로 작동되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소규모가 많았다. 우리나라 도매업체들이 전국으로 산재해있고 중소규모가 거의 전부인 상황도 그러한 전통성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소규모 도매업체와 지역 와이너리들은 대형 유통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특히 전통적인 이탈리아 남부 지역의 수많은 작은 와인 생산자들은 대형산지와 연결된 도매업체들의 진입으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 지역 경제가 몰락하게 되었으며, 가격이 낮아진 와인의 대량 유통으로 와인의 품질 저하와 브랜드 가치 하락이 출몰했다. 장인들의 와인 보다 공장형 와인의 시대가 오게 된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각 지역 와인 생산자 협회들이 결성되었다. 협동조합의 나라 이탈리아답게 똘똘 뭉쳐서 사회적으로 해결하자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들 협회들은 특정 지역의 특정 품질의 와인들을 보호하고 그 술들에 대한 지역 마케팅을 위해 힘을 합치면서 경쟁적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걸리지만 이들의 노력은 위대한 일이 되고 있다. 일부 지역의 지역정부에서는 대형 도매업체에 대한 규제 강화와 보호주의적 주류 정책도 논의되었다. 가만히 있으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싹튼 것이었다. 우리 업계들도 마찬가지의 노력을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남유럽의 국가들도 유사한 경험을 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제 러시아로 가보자.

1990년대 러시아 주류 시장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소련 붕괴 후 러시아는 시장 경제로의 급격한 전환을 맞이하였다. 주류 산업도 덩달아 자유화되었던 것이다. 주류 면허 발급이 급격히 늘어나자 불법 주류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이 난립하며, 가짜 주류 문제가 심각해졌다. 술을 매우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의 알코올 중독 증가와 과다 음주와 관련된 사망률의 증가가 이어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자유주의의 대가를 경험한 러시아 정부는 결국 주류 산업에 대한 규제를 다시 강화하여 문제를 해결하자고 논의했다. 이른바 재규제 정책이 작동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류도매업도 면허(TO)업체들이 타 지역에서 주류도매행위를 하는 것을 재 규제하자는 논의가 있지만 한번 푼 규제를 다시 규제하기는 힘들다는 입장들이 많다. 규제와 재규제를 반복하면 정책의 권위가 실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격한 자유화가 시장과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러시아는 권위 실추 보다 사회정상화가 우선이라고 논의 되었다는 것이다.

술이 아닌 시장불경제 물품에서 유사 사례를 찾게 된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대마초 사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을 때, 이 역시 비슷한 혼란을 야기했다. 많은 새로운 유통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했으나, 정부가 이들의 탐욕을 다루고 통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자유화로 대마초 사용이 급증했고, 사회적 문제(범죄율 상승, 건강 문제)가 늘었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인도정부는 다시 규제를 강화하게 된 것이다. 시장 불경제 물품은 술, 담배, 마약 등이다. 불경제가 발생하거나 저생산성이 발생할 때 시장자유화 품목이나 산업들은 이제 발불일 곳이 줄어드는 것이 세상사가 되고 있다.

 

이 사례들은 준비 없이 시장 개방이 지나치게 빠르게 이루어졌을 때, 다시 말하면 규제 변화시 변화전망에 대한 적절한 사전 분석이나 제도적 시스템적 대비 없이 규제가 철폐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시장 혼란과 부작용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주류는 불경제 제품으로 규제에서 비규제로 변할 때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제품이므로 주류 정책의 변화가 점진적이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지금까지 살펴 본 유럽 국가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주류산업 전반, 특히 도매업의 규제 완화를 단행할 때 단기적으로 가격 경쟁을 촉진하고 주류에 대한 음주 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소 도매업체의 존속, 지역경제 안정과 불공정 거래 방지, 음주 관련 사회 경제적 문제를 위한 추가적인 규제나 정책적 대비와 지원이 치밀하게 필요하다는 점이 공통된 문제로 제기 정리 되었다.

 

즉 주류 도매업의 규제 완화는 유럽에서 환경과 보건 등 사회, 산업과 물가 등 경제 등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시 정리해 보자.

대형 유통업체와 주류 도매업 간의 합병과 인수합병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소규모 도매 유통업체와 지역 상점들이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러한 충격은 전체 유럽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한 사실이었다.

특히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형 업체들이 주류 시장을 지배하면서 발생한 불공정 행위가 시장 전체와 사회경제에 미치는 폐해에 대한 우려가 컸고, 일부 국가에서는 다시 규제를 강화하거나 그래야 한다는 논의가 지속되게 되었다.

 

주류 유통의 대형화와 경쟁 과열은 장거리 이동 물류 량의 증가로 이어져,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는 등 환경영향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주류 유통의 중앙 집중화로 물류 망이 전국화 되어 가면서 도매업체 간이나 도소매업체간 운송 거리를 점차 늘려 환경에의 부정적인 영향이 명확해지자 환경 규제 강화의 필요성도 대두되었다.

주류 접근성의 확대는 음주 문제와 행정과 의료비용, 공중보건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예외 없이 주류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음주율 증가하였고 알코올 친화적 음주문화가 오래된 지역에서는 그 정도가 빠르고 심했다. 그러니 당연히 다시 주류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프랑스도 마찬가지고, 독일에서도 도매업 규제를 일부 복원하거나 주류 판매 시 허가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재규제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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