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는 삶
임재철 칼럼니스트
대개 중국인들에게 널리 회자되는 삶의 의미는 먹고 마시는 것이다(人生意义在于吃吃喝喝). 또는 자는 것 외에 삶의 의미는 먹는 것이다(人生的意义除了睡, 就是吃). 유럽에서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은 문화적 소산이자 역사의 산물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 미식의 세계로 떠나자는 건 아니고, 주위의 사람들이나 과객들하고 잘 먹고 마시며 현재를 살아가자는 얘기다.
어느새 6월이다. 지난해의 여름을 생각하면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푸른 신록과 더위가 밖으로 불러내는 시기다. 누군가와는 상관없는 얘기 일 수도 있으나 바깥세상은 언제나 나그네를 끌어당기며,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려 머리를 굴려 보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필자 또한 인지상정이라 비일상적 낭만의 향유와 감성충전이 가능한 여행뿐만 아니라 불쑥불쑥 일상의 먹고 마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을 가다듬게 된다.
우리는 덥든 춥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1년 365일 하루 세 번, 혹은 그 이상 먹고 마신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우리 먹고 마시는 것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의 중심이었던 거다. 말하자면 국내외 유명 식도락 여행이 아니더라도 식탁이든 주막이든 카페이든 어떤 음식이나 음료를 먹고 마셔야 한다. 살살 녹는 환상이어도 좋고, 가득해도 좋고 적어도 좋고, 진하든 싱겁든 따뜻하든 차갑든 뭔가 맛이 나는 것을 먹어야 한다. 종일 빈둥빈둥 놀고도 먹고 마셔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삶의 본질이 아닐까? 차 한 잔에 불과하다는 인생이란 표현도 있지만, 먹고 마시는 것이 우리 인생의 삶이다. 이제까지 여행지에서 먹어봤던 미식 보다는 길거리 음식이 아른거린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기억에 남는 주로 중국 대도시의 큰 길에서 먹었던 볶고 구운 요리 음식이다. 한편으로는 이 글을 쓰면서 서글퍼진다. 그런 도시들로 훌쩍 떠나지 못하는 현실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본, 태국, 유럽 등 음식 좋은 도시로 떠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꽃도 보고 풀도 보고 햇빛을 즐기고 이슬을 즐기지만,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부터 검소하고 소박한 것까지 먹고 마시는 것은 사람이 살면서 가장 놓을 수 없는 거다. 인생은 생사를 제외하고 모두 작은 일이고, 내일과 의외의 일 중 어느 것이 먼저 올지 모르지만, 지금 살아 있는 동안 눈앞의 먹고 마시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지금을 잘 살아야 한다. 차를 끓이지만, 맛보는 것은 삶이 아닌가.
우리가 프랑스 등 유명 산지에 가보면 우리가 마시는 와인 한 병이 인생 수행의 길처럼 얼마나 복잡하고 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를 알게 된다. 그때 와인 한 모금, 와인 한 잔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고 음미하게 되는 때가 많다. 마법처럼 맛있는 유명한 전통식당이나 요리도 마찬가지다. 하여 각기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노력의 가장 큰 의미는 나 자신을 만들기 위한 것이고, 또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리가 올바른 선생님을 선택하면 평생 지혜롭게 살고, 올바른 커뮤니티를 선택하면 평생 순응하게 되며, 올바른 업종을 선택하면 평생을 성취하고, 좋은 친구를 가지면 평생 행복하게 되며, 파트너를 잘 선택하면 평생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어느 책에서 봤다. 먹고 마시는 것도 올바르게 해야 가치가 있고, 먹거리를 잘못 사용하면 온갖 질병 등 심연의 문제가 따른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면 황금이고, 헛되이 보내면 흐르는 물이듯 말이다.
중요한 것은 먹고 마시는 것이 건강과 직결된다. 건강이 곧 행복이며, 따라서 먹고 마시는 것이 삶의 전제이고 근본이다. 인생을 사는 것은 기분이고, 사는 것은 기쁨이다. 그로 인해 매 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건강이 있으면 모든 것이 의미가 있고, 건강이 없으면 모든 것이 구름과 연기이다. 건강과 마음가짐이 행복의 열쇠이고, 낙관적이고, 자신을 기쁘게 하고, 모든 것을 좋게 하는 지혜인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한 사람이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삶의 즐거움을 잃는다”고 했다. 그래서 인생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가령 힘들지 않게 살아가려면 삶에서 더욱 자신을 잘 대해주고 사랑해야 하겠다.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더 의미 있고, 더 가치 있고, 더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먹고 마시는 것도 좋은 인연과 만남에서 이뤄지고, 신뢰에서 온다고 본다. 그래야 햇빛이 항상 마음속에 가득하고, 편안하게 나아갈 수 있다.
다시, 오늘은 무얼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냈나. 그렇다고 뭐 철학적 반문을 하는 건 아니다. 그저 그렇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었든 먹지 않았든 어차피 인생은 서툰 것, 서툰 인생에서 나온 내 글도 너무 서툴다. 인생은 기복이 심하고, 삶이 비록 힘들지만 먹고 마시는 것을 잃어버리면 우린 스스로를 위로할 수 없다. 다음도 없다. 그러니 매일을 소중히 살아가며 즐겁게 먹고 마시기를 바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