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故知新 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24)
질 좋은 누룩(황곡) 선택해서 빚어야 맛좋은 ‘사절소곡주’
‘소곡주’를 빚는 시기와 관련하여 문헌을 찾아보면 <고려대규합총서(高麗大閨閤叢書, 異本)>를 비롯하여 <규합총서(閨閤叢書)>, <김승지댁주방문(金承旨宅廚方文)>, <수운잡방(需雲雜方)>, <술방>, <역주방문(曆酒方文)>,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등 수없이 많은 문헌이 있는데, 이들 문헌에 음력 정월 해일에 밑술을 빚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증보산림경제>에는 ‘소곡주방(小麯酒方)’ 외에 ‘비시(非時) 소곡주방’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소곡주’를 빚는 시기인 ‘음력 정월’이 아닌 때에 빚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소곡주’는 <고려대규합총서(이본)>를 비롯하여 <규합총서>, <김승지댁주방문>, <수운잡방>, <술방>, <역주방문>, <증보산림경제> 등 고문헌에 수록되어 있는 주방문에서 보듯 백설기(흰무리) 외에도 죽이나 범벅으로도 빚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삼양주법 ‘사절소곡주’를 직접 빚어보면 이 주방문의 특징을 알 수 있게 되는데, 밑술과 덧술의 쌀이 3말인 데 비하여 물의 양은 3말 8되인 데다, 밑술의 쌀 1말을 씻어 가루로 빻기까지 쌀이 흡수하는 물의 양까지를 감안하면, 용수(用水)의 총량은 족히 4말에 이른다. 그런데 문제는 누룩의 양이 기껏해야 7홉으로, 그 양이 매우 적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술 빚기가 결코 수월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도 본 방문을 접하고 많은 양의 술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맛도 괜찮다면 이 방문을 ‘특기주’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술 빚기를 시도하였는데, 두 차례에 걸쳐 실패를 하였다. 처음에는 덧술에서 발효가 이루어지지 않아 시어져 버렸고, 두 번째에는 밑술의 산도가 너무 높아 덧술은 시도해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해서 터득하게 된 요령으로, 다음의 두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첫째, 질 좋은 누룩(황곡)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인데, 법제(法製)를 충분히 하고 지나치게 곱지도 거칠지도 않은, 녹두알이나 좁쌀알 크기의 비교적 고운 가루를 만들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요령은 고두밥의 익은 정도가 균일해야 덧술의 발효가 순탄하게 이뤄져 맛 좋은 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밑술은 충분히 익힌 후에 사용하도록 하고, 덧술은 지나치게 치대지 않는 것도 발효를 좋게 하는 요령임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숙성되기까지 23일이 소요되었는데, 용수를 박기 시작하여 짧은 기간에 청주 3말을 얻을 수 있었고, 탁주까지 포함하면 4말 5되나 되었는데, 여느 ‘소곡주’처럼 결코 맑은 청주는 아니었으며, 알코올 도수가 낮아 장기 보관이 어려웠다.
반면, 이양주법의 ‘사절소곡주’는 <정일당잡지>에 2가지 방문이 수록되어 있는데, 두 주방문은 술 빚는 물의 양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두 가지 주방문은 본디 한 가지였으나, 술 빚는 물을 줄여 빚음으로써 주질이 좋아졌다는 데서 생겨난 것이다. 이양주법의 ‘사절소곡주’는 다른 ‘소곡주류’에 비해 누룩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아져 여느 주품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소곡주’는 사절 어느 때고 빚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다시 말하면 술이 성공하더라도 소곡주의 특징을 살릴 수 없다는 얘기이다.
그 이유는 다른 주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용되는 누룩의 양이 적기 때문에, <정일당잡지>에서는 누룩의 양을 늘려 변질을 방지하는 선택을 하였고, <술 만드는 법>의 ‘사절소곡주’에서는 2차 덧술에 누룩을 보태어 발효를 돕는 한편으로 밀가루를 사용하여 잡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술 빚는 법
◈ 사절소곡주 <술 만드는 법>
◇술 재료▴밑술:멥쌀 1말, 누룩가루 7홉, 밀가루 7홉, 물 3말 ▴덧술:멥쌀 2말, 물 2말 5되 ▴2차 덧술:찹쌀 1말, 진말 3홉, 누룩 3홉, 물(5되)
◇술 빚는 법 ▴밑술:① 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뒤) 작말한다. ② 물 3말을 박바가지를 띄워 여러 번 솟구치게 끓이다가, 쌀가루에 (골고루 나눠 붓고 주걱으로 개어서) 한 덩어리가 되게 (범벅을) 쑨다. ③ (범벅이) 서늘하게 식기를 기다려 누룩가루 7홉과 밀가루 7홉을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친 다음, 예의 방법대로 하여 봄가을에는 찬 곳에 두고, 겨울은 더운 데 두어 술이 익기를 기다린다.
▴덧술:① 멥쌀 2말을 백세 하여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뒤) 시루에 안쳐서 무르익게 고두밥을 짓는다. ② 물 2말가웃(5되)을 팔팔 끓여 고두밥에 붓고, 주걱으로 고루 헤쳐 (뚜껑을 덮어 놓은 뒤) 고두밥이 물을 다 먹고 매우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고두밥에 밑술을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친 다음, 예의 방법대로 하여 술이 괴기를 기다린다.
▴2차 덧술:① 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뒤) 시루에 안쳐서 무르익게 고두밥을 짓는다. ② 물(5되)을 따로 (끓여서 차게 식혀) 두었다가 고두밥에 붓고, 고루 주물러서 고두밥 덩어리를 풀어놓는다. ③ 고두밥에 재차 진말과 누룩 각 3홉을 넣고 고루 버무린 다음, 다시 덧술과 합하여 술밑을 빚는다. ④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친 다음, 예의 방법대로 하여 21간 발효시킨다. ⑤ 술덧이 가라앉으므로 술덧 가운데를 헤치고 용수를 박아 채주한다.
▴덧술을 담을 때, 2차 덧술을 담을 때 덧술의 발효기간이 나와 있지 않다. 덧술과 2차 덧술을 따로 담그는 것인지, 아니면 한꺼번에 빚어 덧술로 끝내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다. 다만, 본문 중의 덧술 과정에서 “술밋 우거든”을 “술이 괴어오르거든”으로 이해하면, 2차 덧술을 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어 삼양주법을 취하였다.
◈ 사절소국주 <정일당잡지(貞一堂雜識)>
◇술 재료 ▴밑술:멥쌀 2되 5홉, 누룩 3홉, 끓는 물 5되(쌀되) ▴덧술 : 찹쌀 1말, 섬누룩 1되, 시루밑물 5~7되, 끓여 식힌 물 3~4되
◇술 빚는 법 ▴밑술:① 멥쌀 2되 5홉을 백세하여 (물에 담갔다 다시 씻어 건져 물기 뺀 후) 작말한다. ② 쌀 되던 되로 5되를 오랫동안 끓여 쌀가루에 붓고, 주걱으로 고루 저어 범벅을 만들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식은 범벅에 누룩가루 3홉을 섞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 ④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여름은 서늘한 곳에 두고 발효시켜 익기를 기다린다.
▴덧술:① 물 3~4되를 끓여서 차게 식힌 후, 섬누룩 1되를 담가 하룻밤 재워 물누룩을 만들어놓았다가, 체에 밭쳐(찌꺼기를 제거함) 누룩물을 만들어놓는다. ② 누룩을 불리는 날 찹쌀 1말을 백세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③ 고두밥을 찔 때 시루에서 한김 나면, 아이 뜬 물을(쌀뜨물) 3~4되 뿌려서 익게 찐 후, 소래기에 퍼낸다. ④ 고두밥을 찌던 시루밑물 5~7되를 고두밥에 붓고, 주걱으로 고루 헤쳐 두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⑤ 물 먹인 고두밥에 밑술과 누룩물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⑥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일간 발효시킨다.
◈ 사절소국주 별법 <정일당잡지(貞一堂雜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