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향기로운 술을 빚는 ‘온제향가(溫醍香家)’ 張錫根 대표이사
석임을 이용하여 빚은 복분자 와인 ‘온향’과 過夏酒 ‘온조’ 생산
농가맛집 ‘온제향가’가 내 놓은 요리는 품격 높은 예술품
자신의 수감번호였던 ‘264’를 따와 이육사로 개명했던 시인의 눈에 평화스러운 초록의 바다를 바라보니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
칠월은 들도 산도 모두가 초록빛이다. 도회지에선 느껴보지 못하는 초록빛의 향연이다. 평생 원수지간이라도 이런 초록빛 속에선 손 내밀 것 같다. 아옹다옹 쌈질을 일삼는 국회의원들을 초록의 바다로 초청하면 어떨까. 모르긴 해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협력하는데 인색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칠월이 좋다.
그들은 그들이고 맛 좋다는 술도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길이니 마음은 두둥실 흰 구름 따라 산마루를 넘어 간다.
특히나 이번에 찾아가는 술도가는 상호부터가 남다르다. ‘온제향가(溫醍香家)’다. 풀이하면 ‘맑고 향기로운 술을 빚는 집’이란 뜻이다.
얼마나 술맛에 자신이 있으면 이런 상호를 지었을까. 그 술을 빚는 이는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인 장미란 차관과 동명인 장미란(54, 張美蘭) ‘한가람F&B’대표와 장석근(50, 張錫根) ‘온제향가’ 대표다.
이 두 대표는 오누이 관계로 누나인 장미란 대표가 먼저 술을 시작했고, 이어 동생인 장석근 대표가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술을 시작했다고 한다. 장석근 대표는 술을 시작하고부터 마음이 편안해지고 살맛이 나더란다.
‘온제향가연잎밥’ 홈쇼핑 등에서 인기 끌어
장미란 대표는 전남과학대학교에서 전통주 기초를 배우다가 학교 측에 전통주 기초반을 폐쇄시키는 바람에 전통주연구소(소장 박록담)에서 전통주를 배웠다.
그 후 열심히 전통주를 연구하여 처음 전통주를 배웠던 학교에서 15여 년간이나 전통주를 가르치고 있다.
장 대표는 전통주를 연구 개발하는 한편 연잎 밥에도 관심을 가지고 상품화시켜 ‘온제향가연잎밥’을 홈쇼핑 등에서 인기를 끌었다. 현재 ‘한가람F&B’는 장미란 대표가 이끌고 있는 연잎밥 제조업체다.
12가지 엄선된 국내산 재료만을 사용한 온제향가연잎밥은 연잎을 끓인 물로 옹기시루에 밥을 쪄서 찰지고 쫀득쫀득한 식감과 연잎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영양밥이다.
한가람에프앤비 농업회사법인㈜는 전통방식인 옹기시루를 사용해 국내산 원료를 엄선하고, 엄격한 품질관리를 거쳐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HACCP 인증을 취득하는 등 철저한 위생관리도 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주)한가람F&B는 지난 해 4월 대한적십자사 충북적십자사로부터 ESG(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 구조)실천기업 충북1호 가입하기도 했다. ‘ESG 실천기업’은 기업 환경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특히 장 대표는 2022년부터 대한적십자사에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낼 정도로 사회 활동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장 대표는 “ESG 경영 실천을 토대로 지역사회와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온제향가에는 2개의 발명 특허를 소유하고 있다
온제향가는 독특한 발명 특허 2개를 소유하고 있다. 2012년에 받은 발명특허는 ▴천연 발효제인 석임을 이용한 과실주 제조 방법(특허 제 10-1278471)과▴천연 농축 발효제인 석임 제조방법(특허 제 10-1278474)이다.
앞서 받은 특허는 “발효 효소나 젖산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 농축발효제인 석임을 이용하여 술을 빚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과실을 술로 제조하는데 매우 유용한 발효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인위적으로 발효시킨 효소나 젖산을 이용하지 않고 석임을 이용하여 과실의 안정적인 발효와 25brix에서 14∼15% 도수를 지니는 과실 주정을 제조할 수 있고, 생주이면서 보존 기간이 길고 술은 주질이 뛰어나며 그 맛과 향이 풍부한 다양한 과실주를 제조할 수 있는 석임을 이용한 과실주 제조방법에 관한 것”이다.
이 발명으로 인해 각종 과실들을 과실주로 간편하게 제조할 수 있어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과실주의 제조비용이 매우 저렴할 뿐만 아니라 맛과 향에서도 유럽의 와인과 비교할 때 결코 뒤지지 않는 맛과 향을 지닌 과실주를 제조할 수 있어 세계화시대에 가장 향토적이고 지역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고, 이 발명으로 과실뿐만 아니라 산야초로도 술이 가능하고, 그 맛 또한 산야초에 따른 각각의 특색을 지니는 다양한 과실주를 제조할 수 있어 과실주의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석임’이란 무엇인가?
석임은 누룩에 있는 미생물을 증식시켜 본 술을 빚을 때 안정된 발효를 유도하는 전통방식의 탁·약주제조에서 많이 사용했던 전통식 배양 이스트(Yeast)이다. 담근 술이 부글부글 괴면서 거품이 속으로 삭음을 의미하며, 안정적인 발효를 도와줌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고 발효 기간을 단축한다.
천연 발효제인 석임을 이용하여 ‘온향’과 ‘온조’ 생산
장석근 대표는 “온향은 천연 발효제인 석임을 이용하여 진한 맛과 특유의 향이 있고 제철복분자로 1년에 딱 한번 빚는 프리미엄 와인”이라며 일반와인에 비해 칼로리와 당을 낮춘 건강한 와인이라고 했다.
온제향가에서 사용하는 전통주조방법인 석임제조 방법으로 술을 제조하면▴쌀, 누룩 사용 특유의 아로마 생성▴누룩취
대폭감소▴효모자가 증식 활성화▴안정적 발효 일정하고 우수한 주질을 유지할 수 있고 장 대표는 설명했다.
온향은 항산화 효과가 있는 복분자의 폴리페놀 성분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제철 생 복분자를 사용하여 1년에 딱 한번 빚어 더욱 귀한 술이라는 것이 주류 전문가들의 평판이다.
충북 보은의 특산물 가운데 하나가 대추다. 온조는 지역특산주로 당연히 대추가 주재료다. 그 동안 숱한 대추술이 출하되고 있지만 대추를 주재료로 하여 과하주를 빚을 생각들은 하지 않은 모양이다.
온제향가의 장 대표는 과하주법을 사용하여 전통주인 과하주를 생산하고 있는데 내로라하는 주당들도 ‘온조’ 한 잔 마셔보면 엄지척이 저절로 나온다.
온조는 찹쌀과 대추의 단맛이 어우러진 진한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과하주 중에 가장 높은 알코올 도수 25%인데 입안에서 기분 좋게 퍼져 입안 전체를 자극한다. 구렁이 담 넘듯이 목 넘김이 기가 막힐 정도다. 참으로 오랜만에 기분 좋은 술을 만났다.
이는 찹쌀의 진한 단맛과 대추의 단맛이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감칠맛과 재료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기 때문이다.
온조는 여름을 지나는 술로 국내 과하주 중에 가장 높은 알코올 도수를 가지고 있으며, 고문헌의 방문대로 빚어내어 시중에서 쉽게 맛볼수 없는 특별한 전통주다. 25%, 375㎖에 담은 온조 역시 35,000원에 출하한다.
전통 과하주법을 사용하여 빚은 온양주(溫釀酒)인 과하주는 멥쌀과 누룩을 사용하여 발효하고 2번 증류하여 50%의 증류주를 추출한 후 그 후 찹쌀과 누룩을 사용하여 3일을 발효시킨 후 추출한 증류주와 5가지 재료(대추, 잣, 계피, 통후추, 생강)를 넣어 한 달 동안 숙성시킨 고급 대추주(오종주)다.
‘온제향가’가 내 놓은 요리는 하나하나가 예술품 같다
‘온제향가’는 술만 빚는 도가는 아니다. 농가 전통맛집이다. 특히 온제향가는 충청북도와 보은군이 지정한 보은군 대표 농가맛집이다.
속리산을 품고 있는 보은의 넉넉한 자연이 선사한 농특산물과 향토음식을 활용하여 밥을 먹는 사람의 마음 한자리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밥상을 차려내는 맛집이다.
식사를 하는 것이 아름다운 예술품을 먹는다는 기분이 든다. 주 메뉴가 연밥이지만 연밥은 맨 마지막 코스에 나온다.
자연밥상에 올라오는 요리에는 일체의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 집에서 직접 담근 장과 초를 사용하여 맛을 낸다. 이 요리 역시 장미란 대표가 개발했다고 하는데 현재 요리는 둘째인 장영란씨가 손님 맞이는 장석근 대표가 한다.
‘온제반상’과 ‘향가반상’으로 구분 짓는데 일반적으로 대추곰, 사과물김치, 닭가슴살샐러드, 더덕잣즙냉채, 잡채, 도토리산채전, 채소모듬, 나물고기말이가 나온다. 향기반상에는 여기에 돼지목살구이, 과일볶음, 무채나물이 추가된다.
요리가 끝나면 연잎밥, 6가지 반찬과 된장찌개가 나오는데 오랜만에 된장찌개다운 찌개를 먹고 나니 왕이 된 기분이다. 후식으로 나오는(그 때 그 때 다르다) 보리수 아이스크림도 일품이다. 계절 반찬과 항시 제공되는 신선한 멍게 젓과 부각나물이 입맛을 돌게 한다.
전통주 체험 프로그램 운영
온제향가에는 석임방법으로 술 빚기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장미란 대표는 시간 나는 대로 전통주 빚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전통주 빚기 이론 및 체험을 한다.
▴기초:재료, 형태별 술빚기▴응용:특용작물을 이용한 술빚기▴과실주 만들기 체험▴전통주를 이용한 음식 개발▴맥주 만들기 체험▴증류주 만들기 체험▴천연 발효제를 이용한 과일주 만들기▴온제향가에서는 쌀과 누룩으로 빚은 천연 발효제인 ‘석임’을 이용한 복분자·포도·오미자 등 다양한 과실주를 만드는 체험,▴밀·쌀·녹두 등의 재료에 여러 가지 초재를 이용하여 발효하는 누룩 체험,▴고조리서를 바탕으로 한 술빚기 체험,▴각 지역별 특용작물을 이용한 술빚기 체험 등을 실시한다.
전국팔도강산에 산재하고 있는 술도가를 많이 다녀봤지만 ‘온제향가’는 소박하면서도 술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도가였다. 그 끝이 창대하길 바란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