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달지 않은 술이 달콤한 우리 술의 미래다


유상우의 에세이

 

달지 않은 술이 달콤한 우리 술의 미래다

 

모주를 만들며

2015년 전주산 원료를 사용하여 모주를 개발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모주는 막걸리에 한약재 등과 설탕 혹은 꿀 등을 넣고 다린 음료로 전주에서 특히 유명한 술 음료이다.

모주의 단맛을 결정할 때 다른 음료나 술들의 단맛을 살펴 본 적이 있다.

청량음료와 전통음료 등이 모두 10브릭스(당도의 단위) 이상의 당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생과일 가운데 사과나 배의 당도에 근접하고 있었다. 보통 사과나 배가 약 12브릭스 정도이며 포도는 캠벨이 13브릭스 정도이다. 늦가을의 머루포도는 16브릭스 이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브릭스 측정에는 유기산이나 단백질 등의 다른 물질들이 산입된다. 때문에 유기산 등이 풍부한 과일의 당도가 청량음료보다 훨씬 높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당도가 높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막걸리는 맛이 달았다. 그 이유는 감미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수제 방식의 전통 막걸리는 맛이 더 달았다. 쌀 술 등 곡류를 사용한 술은 전분을 당분으로 바꾸고 당분을 다시 알코올로 바꾼다. 그 과정에서 수제 방식의 전통 막걸리는 물을 적게 사용하여 당 함량을 높여서 알코올 발효가 완료되어도 많은 당분이 남게 만든 것 같았다.

전주한옥마을에서 유통되는 모주 또한 그 맛이 무척 달았다. 흑설탕이나 물엿을 넣고 거기에 더해 합성 감미료를 넣어 단맛을 배가시켰다. 그러고 보니 전주한옥마을의 길거리 음식들이 대부분 단 것들이었다. 초코파이, 꽈배기, 슬러시, 아이스크림 등.

한옥마을의 관광객들이 20대 젊은이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나타난 현상이었다.

모주를 개발하며 단맛을 줄이고 싶었지만 당장 한옥마을 한가운데에서 실시한 시험평가에서 반응이 좋지 않았다. 단맛을 더 낼수록 사람들은 맛있다고 했다.

다른 모주제품처럼 우리 제품도 대등한 단맛을 만들었다.

원래 모주는 달달하게 먹는 음료니까.

그러나 꼭 그런 것일까?

전통의 주씨(酒氏) 가문은 이렇게 달달한 술들뿐일까?

 

맥주는 달지 않다.

그동안 국내맥주에 싫증을 느낀 소비자들이 수제맥주에 열광하고 있다. 풍부한 풍미와 씁쓸한 호프 그리고 다양한 색상들이 그들을 새로운 맥주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그런데 맥주가 달달 하다면 어떨까?

물론 극소수는 좋아할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단 맥주를 마시지 않을 것이다.

달지 않은 맥주는 원료 특유의 성질과 맛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한다. 밀로 만든 맥주는 부드러운 거품과 입안에 달콤한 속삭임을 준다. 보리는 그 특유의 풍미와 거기에 더해 어떻게 볶았느냐에 따라 색감은 물론 맛과 향을 세련되고 풍성하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호프 또한 무척 많다 수준이 아니라 대단히 방대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꽃향, 소나무향, 정향, 흙냄새, 쓴맛 등 방대한 향이 호프에서 우러난다.

거기에 더해 어떤 효모를 쓰느냐에 따라 담백하고 깔끔한 라거(하면발효)가 되기도 하고 풍부한 에일(상면발효)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 어떤 온도에서 발효되느냐에 따라 효모가 다양한 과일 향들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맛나게 만든 맥주가 단맛이 좌~악 돈다면 어떨 것인가?

단맛에 의해 모든 맛이 죽어 버린다.

 

대부분의 와인도 달지 않다.

단 와인이 있다. 아이스와인이나 귀부와인이 그것이다. 겨울철 빨래가 얼면서 마르듯 포도를 겨울철의 온도에 두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당도가 확 올라간다.

곰팡이에 의해 귀부병이 걸린 포도를 놔뒀다가 만든 귀부와인도 스위트한 맛이 일품인 와인이다.

아이스와인이나 귀부와인 등 스위트한 와인을 포함한 전체 와인의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와인은 달지 않다.

달지 않게 만들기 때문에 재료가 가진 혹은 기후가 선사한 맛을 살릴 수 있다.

프랑스의 와인은 밭에 등급을 매긴다. 그 등급에 따라 매우 다양한 와인이 생산된다. 또한 그해의 강수량, 일조량에 따라 같은 밭이라도 해마다 다른 와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만약 대부분의 와인을 달게 만들면 어떨 것인가?

피노누아, 카베르네 쇼비뇽, 메를렛, 쉬라즈 등의 다양한 품종을 굳이 구별하여 심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단맛에 묻혀 그 품종 고유의 맛이 발현되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밭뙈기에 등급을 부여하여 원산지명칭을 통제할 필요성도 약화될 것이다. 그 밭이 가진 지력, 일조량, 강수량, 바람 등 고유의 농업환경으로 포도알갱이가 맺혀 와인을 만드는데 단 와인에는 그 밭 고유의 희소성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음식과의 궁합도 생각해볼 문제이다. 솔직히 말해서 단 전통주보다 와인이 한국음식과 더 잘 어울린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나서 와인 한잔은 새로운 음식을 먹기 전에 입안을 정리해준다. 떫고도 중층적인 맛은 음식 고유의 맛을 살려주고 식욕을 촉진해준다.

 

전통술의 새로운 시도 송막

송막은 전통술의 새로운 시도였다. 감미료를 넣지 않은 달지 않은 술.

기존 막걸리에 길들은 사람들은 처음 송막을 어려워했지만 차츰 익숙해져갔고 지금은 꽤 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술이 되었다.

달지 않으니 재료가 가진 원초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원료를 어디에서 생산했고 어떤 품종을 썼고 기후는 어땠는지 등의 농업환경과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술의 근원인 농업을 이야기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말이다.

찹쌀을 사용한 것과 멥쌀을 사용한 것은 분명 다른 맛을 준다. 거기에 신동진벼를 썼는지 혹은 추청(쌀 품종)이라는 쌀 품종을 썼는지 아니면 신개발 된 쌀 술을 썼는지 이러한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앉은뱅이 밀 혹은 고소(밀 품종), 수안(밀 품종)에 따라 누룩이 어떻게 뜨고 술에 어떤 맛을 주는지에 대한 다양성이 부여될 것이다.

와인은 이를 떼루아라 부르더라.

단맛이 나는 전통술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분명 단맛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우리 술의 다양성이다.

그리고 필자 소개란이 바꿀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글쓴이 유상우는

전라북도 전주에서 전주산 농산물로 수제맥주를 만들고 있다. 술로시티는 수제맥주 오목대와 경기전을 만드는 크래프트 양조장이며 맥주를 드실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 술을 교육하고 알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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