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寒圖》에 나온 그 소나무를 보신 적이 있나요
秋史가 제주도 대정향교에 서있는 소나무를 보고 그렸답니다
찾아보면 제주도엔 아직도 덜 알려진 비경지대 수두룩
도처에 가성비 좋은 밥집 많은데 일부 언론 왜곡 보도
제주올래길에서 만날 수 있는 ‘대평리 박수기정’도 일품

과거부터 제주도를 가리켜 삼다삼무(三多三無)라고 했다. 삼다는 돌 많고(石多), 바람 많고(風多), 여자 많고(女多), 삼무는 도둑 없고(盜無), 거지 없고(乞無), 대문 없다(大門無)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기자가 최근 돌아본 제주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아닌 것 같다.
제주도관광협회의 도움으로 제주도의 속살을 돌아본 결과 아직도 제주에는 제주도민도 잘 모르는 비경이 천지에 숨어 있고, 일부 대중 언론들이 마치 제주도에 가면 바가지만 쓰고 온다는 잘못된 기사를 내보내 관광객들을 국외로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는데 이는 편견된 시각에서 바라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 숨어 있는 맛집들은 맛있는 음식을 서울보다 싸게 내놓고 있으며 일박에 5만원 미만으로 가능한 호텔도 많았다.
삼다에서 돌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인데 대부분 화산 폭발 때에 형성된 화산석이어서 이색적이다. 이 돌들을 활용하여 예술품을 만드는 재료로 활용하고 있어 어찌 보면 고마운 존재가 되고 있다.
바람도 그렇다. 과거 유달리 어려웠던 제주 환경에서 바람은 막아내기 힘들었겠지만 최근에는 이 바람으로 전기를 일으키는 풍력발전기의 날개를 돌리고 있다. 모르긴 해도 해녀들이 많아서 제주엔 여자들이 많다고 했는지는 지금은 아니다.
삼무 역시 재해석해야 할 대목이다. 도둑과 거지가 없는 것은 확실한 것 같지만 대문은 집집마다 설치되어 있다.
《세한도》에 그려진 소나무를 보셨나요
수없이 제주를 다녀온 사람들에게 물었다. “혹 제주에서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가 그린《세한도(歲寒圖》에 그려진 소나무를 본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소나무 추사의 상상력으로 그린 것 아닌가요?” 제주의 천지연 폭포나 정방폭포는 가봤어도 세한도에 그려진 소나무를 찾아 본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자료를 찾아보면 이렇다.
추사는 1840년(헌종 6)에 윤상도 옥사와 관련되어 제주도로 유배되었다. 1848년까지 이곳에 유배되어 있으면서 이곳에서 제주의 유생에게 학문과 서예를 가르쳤으며 많은 서화를 남겼다고 한다. 특히 여기서 추사체(秋史體)를 완성하게 되는데 학문적, 예술적 고립은 추사는 이를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았을 것이다. 유배지에서 그는 학문적 의리를 다하며 도움을 준 인물 이상적(李尙迪, 1804~1865)을 떠올리며《세한도》를 그렸다고 전해진다.
이상적은 조선 후기 역관으로, 김정희와 학문적 교류를 이어온 인물이다. 그는 북경을 두 차례 방문하며 귀한 책들을 구해 김정희에게 보내는 등 사제 간의 의리를 지켰다. 김정희는 그러한 이상적의 변함없는 품성을 공자의 송백 정신에 비유하여 소나무와 잣나무가 그려진 《세한도》를 헌정했다.
논어에「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 松柏之後凋:한 겨울 추위가 지난 후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라는 말은《세한도》를 감상하다보면 이해가 빠르다.
추사는 유배지에서 가까운 대정향교(大靜鄕校: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향교로 165-17)를 자주 찾아 외로움을 달랬을 것이다.
바로 이곳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서 있었는데 현재는 잣나무는 없고 소나무만 자리를 지키고 서있다.
향교를 지키는 관리인에게 물었더니 세한도에 그려진 소나무가 맞는다고 했다. 2백여년의 세월이 흘러 소나무는 무성하게 자랐지만 나무의 큰 줄기는 세한도의 소나무와 닮아 있었다.
세한도에는 소나무 가지가 오른쪽으로 뻗어 있는데 이 각도로 사진을 찍으려니 향교 건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대방향에서 촬영을 했다.
한 여름이라 모두가 푸르러 세한연후지는 실감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만 느낄 수 있었다.
▴《세한도》의 전승과 귀환:《세한도》는 이후 이상적의 가문을 떠나 여러 소장자를 거쳤고, 1930년대 중반 일본의 경성제대 교수 후지쓰카 지카시의 손에 들어갔다. 일제강점기 말기,《세한도》는 일본으로 반출되었으나, 서예가 소전 손재형의 노력으로 국내로 돌아오게 된다. 이는 한국 문화재 반환의 중요한 사례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돌에 혼을 불어 넣어 ‘돌하르방’을 제작한 장공익 명장
‘돌하르방’은 제주다. 제주하면 떠오르는 것이 돌하르방이다. 돌하르방은 조선시대 관청인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 성문 밖에 세워두었던 석상으로 1971년 8월 25일에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료 제2호’로 지정되었다. ‘하르방’은 할아버지의 제주 방언이다.
대정향교 인근(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176)에 자리잡고 있는 ‘금능석물원(金陵石物苑)은 약 40여년을 돌하르방을 제작한 장공익명장이 제작한 약 3천5백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이다.
작품은 1만여 평 부지에 석상, 동물, 종교, 설화, 생활, 제주 생활의 모습을 주제별로 화산석으로 제작해 놨는데 한 바퀴 돌아보면 제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공원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연못이 있으며, 돌하르방을 비롯해 ‘해녀상’, ‘동자상’, ‘물 허벅을 지고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상’ 등 제주 지역의 전설을 돌로 표현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관광지에 있는 전시공간이 그저 그러려니 한 생각이 “어!~”하는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재밌다.
언제 제주의 생활, 민속, 문화를 찾아서 돌아보겠는가. 여기에 전시되어 있는 조각품들은 제주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꼭들러봐야할 (명소?)가 아닐까 여겨진다. 전시되어 있는 하르방이라도 똑같이 생긴 하르방은 없어 제주 석물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게 하는 석물원이다.
특히 세계 여러 나라의 대통령과 총리, 지도자들이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선물하였던 돌하르방의 모형도 함께 전시해 놓았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하는 불교적인 색채가 묻어나는 석불들은 수 십 년 동안 이곳을 지켜온 장공익의 작품이다. 금릉석물원 내에는 정여굴과 조롱굴 2개의 동굴이 있으며 굴 안에는 불공을 드릴 수 있는 암자가 있다.
입장료(6,000원)가 전혀 아깝지 않은 석물원이다.
바위틈과 마을 속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손바닥 선인장’
제주도는 식물의 보고다.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그런데 평소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선인장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면 새로운 볼거리가 된다.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359-4를 지나는 올래길가에는 ‘선인장 군락지’가 이방인을 반긴다. 이름하여 ‘월평리 선인장 군락지’다.
바다와 숲 그리고 빈티지. 한림은 제주에서 가장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서부 대표 관광지 애월에 가려졌던 한림은 남쪽엔 금오름과 성이시돌 목장, 서쪽 해안에는 월령포구와 선인장 군락지, 읍내 곳곳에는 빈티지 감성이 충만한 다양한 카페가 있다.
월령리에는 해안을 따라 높게 세워진 풍력발전기와 선인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손바닥 선인장은 월령리 자생종 선인장으로 손바닥과 비슷하다고 해서 부쳐진 이름인데, 여름이 되면 까만 현무암 사이로 노란 꽃과 자색 열매를 맺으며 장관을 이룬다.
바다 한가운데엔 커다란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큰 기계가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모습이 호기심을 자아낸다. 커다란 풍력발전기와 까만 돌틈 사이로 자란 선인장은 호기심으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또 한 번 사람을 매료시킨다.
‘월평리 선인장 군락지’는 올래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만나는 관광지다. 군락지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쉴만한물가’에서 팔고 있는 2000원 짜리 보리빵이 오후의 출출함을 달래준다.
제주올래길을 완주한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대평리 박수기정’
대평리에 위치한 박수기정은 중문의 주상절리나 애월 해안도로의 해안 절벽 같은 멋진 풍경을 지닌 곳이다. 샘물을 뜻하는 ‘박수’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져 ‘바가지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샘물이 솟아나는 절벽’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제주 올레 9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하며 올레길은 박수기정의 윗길로 오르게 되어있다. 소나무가 무성한 산길을 오르면 소녀 등대가 서 있는 한적한 대평포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박수기정 위쪽 평야 지대에서는 밭농사가 이루어지는 것도 볼 수 있다. 박수기정의 절벽을 한눈에 보려면 박수기정 위보다는 대평포구 근처에서 보는 것이 좋으며, 포구 아래의 자갈 해안에서 보면 병풍같이 쭉 펼쳐진 박수기정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인근에 박수기정과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카페들이 있으므로, 여유 있게 앉아 박수기정의 시원한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박수기정은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너머 주홍빛으로 하늘을 물들이며 천천히 해가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웅장한 절경에 압도당하는 기분마저 든다. 제주 자연이 그려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보고 싶다면, 저녁 시간 박수기정에 방문해 멋진 일몰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머체왓숲길을 걸어보자
제주엔 걸어볼만한 명소길이 참 많다. 차를 타고 달리다. 길가에 세워진 팻말에 끌려 들어간 ‘머체왓숲길’도 그 중하나다. 이방인이라 전체 둘레길 6.7km(2시간 30분)을 다 걷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머체왓길은 수려한 서중천 계곡을 끼고 드넓은 목장 초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오름들과 함께 생명력이 살아 있는 길이다.
머체왓길은 서중천, 동백나무숲, 삼나무숲, 편백나무 숲, 조록나무 군락, 제주참꽃 군락 등 다양하게 어우러진 숲길이다.
오름의 내부 용암(마그마)이 지하에서 굳어진 돌무더기를 ‘머체’라고 한다. 제주말로 왓은 밭을 의미한다. 머체왓숲길은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될 만큼 신비한 길이다. 때 묻지 않은 신비한 숲에 아름드리나무와 계곡의 청량함에 새삼 놀라게 한다.
기상악화가 아닌 이상 09:00~18:00까지 문을 연다.
<제주 현지에서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