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취중진담
길어 봤자 5년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솔로몬 왕자가 알려준 “This too shall pass away(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했다고 해서 한 때 유행어처럼 회자되기도 했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 영광도 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부터 봄눈 녹듯이 서서히 녹아내린다.
그러면 권좌에 오른 사람은 어떨까. 천하가 내 발밑에 있다는 착각도 할 것이다. 옛날 같으면 생사여탈(生死與奪)을 한손에 쥐고 있으니 뭐가 무서울까. 독재자들은 임기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푸틴을 보라. 그에게 임기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들의 가슴에는 하루라도 더 해 먹고 싶은 생각뿐이겠지.
지난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전승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 등 다른 정상들과 함께 사열대로 이동하던 중, 중국 관영 CCTV의 생중계 마이크에 두 정상 측 대화 내용 일부가 그대로 잡혀 화제가 되고 있다.
내용인즉,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 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적으로 나눈 영상인데 당시 푸틴 대통령 통역사는 시 주석에게 중국어로 “생명공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인간의 장기는 계속 이식될 수 있다. 오래 살수록 더 젊어지고, 심지어 불멸을 이룰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잠시 후 시 주석은 “일각에서는 금세기에 인류가 150살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라고 답했다.
이들이 나눈 대화의 속뜻은 진정 무엇일까. 필자는 아둔해서 잘 모르겠다.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필자의 나이도 이제 망구(望九)가 되다 보니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의 행실을 보며 살아왔다. 어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정한 정치를 해 왔건만 좌파적 사상에 물든 이들은 그를 비방하고 폄하했다. 지금 대한민국이 이렇게 잘 살 수 있는 것도 그런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데 좌파적 사고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정권이 바뀐 지 100여일이 지났다. 정권을 쥔 자들의 행보는 참으로 가관이다.
현재의 여당은 지금까지 보기 힘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을 가진 정당이다. 입법과 행정을 손아귀에 넣다보니 이제는 슬슬 사법권까지도 쥐락펴락하고픈 모양이다. 돌아가는 꼴이 그렇다.
현재의 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그런 꼴들이 보기 싫어서 TV를 보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대표 경선때 “국힘을 해산시키겠다”고 했고, 대표가 되어서 수락 연설을 하면서 “지금은 여․야 개념이 아니다. 국힘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악수(握手)의 사전적 의미는 “인사, 감사, 친애, 화해 따위의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두 사람이 각자 한 손을 마주 내어 잡는 일”이다. 악수는 아랫사람보다 윗사람이, 약자보다는 강자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다. 힘 있는 자가 베풀어야 한다.
지난 8일 용산 대통령실 오찬 회동에서 여․야 당표가 만나 악수를 했다. 진정 우러난 악수가 아닌 형식적인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날 회동에서 협치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국민들은 앞으로 여․야가 진정한 협치를 통해 정치를 잘 하겠구나 했다.
그런데 하루도 못가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청래 대표는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다”라며 ‘내란 청산’ 기조를 재확인했다. 여당의 강성지지층들은 환호하겠지만 국민들은 어딘가 불안하다.
정치란 영원하지 않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과 같다. 달도 차면 기울듯 인생의 영광이나 행복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말이다.
공산 독재국가가 아닌 이상 민주주의 국가에선 선거를 통해 대통령도 뽑고 국회의원도 뽑는다. 그동안 여․야가 바뀐 것이 어디 한․두 번이었겠는가. 길어봤자 5년이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대중가요가 있다. 떠나고 나면 하고 싶어도 주고 싶어도 할 수 없다. 힘 있는 권력자가 국민을 위해 베푸는 것은 돈 몇 푼이 아니라 따듯한 말 한마디 일수도 있다. 아무리 힘이 있어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뜻이 무엇인지 곱씹어 볼 때가 아닌가.
<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