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가무치 소주’로 대상 받는 ‘(주) 多農바이오’ 韓景子 대표

“그냥 웃지요” 개발한 술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면 신이 나지요. 한 대표 앞에 놓인 능화는 품절된 상태, 생각 보다 너무 많이 팔렸다. 사과 값이 안정화 되면 재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가무치 소주’로 대상 받는 ‘(주) 多農바이오’ 韓景子 대표

‘2025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상 거머쥔 ‘가무치 소주’

“술은 손맛 보다 과학이다” 양조 설비 좋아야 술맛도 좋아진다

 

 

가무치 소주의 제품들.

 

‘가물치’를 경상도 사람들은 ‘가무치’라고 부른다.

가물치는 저수지나 웅덩이 또는 물이 잘 흐르지 않는 하천의 물풀이 많은 곳에 사는 민물고기다. 대도시 사람들은 가물치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아 그 생김새가 어떤지를 잘 모를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 광고에 부쩍 가물치 판매광고가 자주 등장하고 있어 가물치의 생김생김을 엿 볼 수 있다. 생김생김이 마만치 않아 보이지만 활기가 넘쳐 보인다.

가물치는 1433년 펴낸《향약집성방》에서 ‘가모치(加母致)’라는 차자표기(借字表記法:다른 나라의 글자를 빌려서 자기 나라의 말을 적는 방법)로 처음 등장한다.

왜 물고기에 어미 ‘母’자가 등장할까.

아마도 이는 산모들의 부기 제거, 보양식으로 자주 이용되는 민물고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뿐만 아니라 가물치는 고단백 식품으로 건강 식재료 자주 이용되고 있는 물고기다.

가물치는 ‘검다(黑)’의 유의어인 ‘감다’에 물고기를 의미하는 ‘-티’가 붙어서 ‘가모티’로 변했고, 17세기 이후엔 ‘가믈티’에서 ‘가물치’로 변했을 것이라고 언어학자들은 말한다.

큰 덩치와 사나운 외모, 그리고 특유의 점박이 무늬가 인상적이라 환경을 제대로 갖춰주면 꽤나 볼 만한 관상용 물고기라고 할 수 있는데 가물치는 민물어류계의 최상위 포식자이다.

‘다농바이오’가 생산 판매하고 있는 ‘가무치 소주’가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 ‘2025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증류부문에서 대상을 거머쥔 것이다.

‘다농바이오’는 역사가 깊은 양조장은 아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오래된 양조장들을 제치고 대상을 받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가무치 소주’로 대상 받는 ‘(주) 多農바이오’ 韓景子 대표

‘25도 가무치소주증류부문에서 대상받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홍문표)는 지난 8월 4일‘2025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18개 수상작을 선정하여 발표했는데 증류주부문에서 다농바이오의 ‘25도 가무치소주’가 대상을 받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듣고 기자는 내일처럼 기뻤다.

왜냐하면 기자가 ‘多農바이오(대표 韓景子)를 처음 찾은 것은 지난 2023년 5월이었다. 당시 신생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증류식 소주(가무치 25도)가 상당히 괜찮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북 충주시 메가폴리스산업단지에 자리 잡고 있는 ‘다농바이오’를 찾았다. 우선 회사명에 대한 설명부터 들어보자. ‘다농’은 다양한(多) 농산물(農)이고, 여기에 발효생명과학(BIO)을 더해 술을 만들고자 하는 방향성을 생각하여 지은 사명이라고 했다.

국내 양조장 치고는 규모가 크다. 약 2,400여 평 대지에 양조장이 들어서 있는데 양조장은 2017년 10월 31일 설립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저런 설비를 갖추다 보니 막상 술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2022년. 기자가 방문하기 전 1년 전 일이라고 했다.

증류주는 손맛보다 증류기가 좌우한다. 다농이 국내 최초로 설치한 독일 코테사의 상압식 증류기를 수입해서 설치했다. 이 증류기는 1,000ℓ 용량으로 9단짜리 증류봉 2개가 설치되어 있는데 다른 증류기에서 생산된 술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양조장에는 당시 국내 최고의 독일 코테사의 상압식 증류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기자도 처음 대하는 증류기라 신기하기도 했고, 신생 양조장이 이런 증류기를 설치한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증류기였다.

당시 한 대표는 “양조장 설비업자가 하자는 대로 했다. 그래서 3억7천만 원이나 들여서 최상급 코테사의 상압식 증류기를 수입해서 설치했다. 이 증류기는 1,000ℓ 용량으로 9단짜리 증류봉 2개가 설치되어 있는데 국내 양조장에 설치된 증류기 가운데서는 크기나 가격 면에서 최고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결국엔 이 증류기 덕분에 양질의 술을 생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이번에 ‘가무치 소주’가 대상을 받게 된 것도 이 증류기 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술은 손맛이 아니라 과학이다.

당시 다농바이오 공장을 둘러보고 술맛도 보니 의외로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2013년 김지민이 유행시킨 “이건 제가 할께요 느낌 아니까”라는 유행어가 떠올랐다.

그래서 기자도 속마음으로 “가무치가 언젠가는 정상을 차지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출시 3년여 만에 대상을 거머줬다는 소식에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농을 이끌고 있는 패밀리. 한 대표는 직원들이 보배라고 했다. 사진 좌로부터 시계방향 김민정 Manager, 한규민 Head Distiller, 고준 Distiller, 황동민 Head Blender, 장보아 QC Manager, 한경자 CEO, 장윤정 Manager.

사과 가격 너무 올라 능화는 생산 중단 했습니다

다농은 기자가 방문했던 2023년 이후 2년여 사이 많은 변화를 이루었다고 한 대표는 말했다.

다농이 개발해서 히트를 친 술이 ‘능화’였다. 당시 충주지역 사과가 풍년을 이뤄 가격이 폭락했다. 한 대표는 과수원 농가의 아픔을 덜어줘야 갰다는 생각으로 사과를 이용해서 능화를 개발했는데 이 술이 대박을 터틀인 것. 사과와 쌀 증류주를 블렌딩한 40%(2년 숙성)와 58%(3년 숙성) ‘능화’를 개발해서 출시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주류업계에 퍼져나가 수천 병이 금세 매진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완전 품절된 상태라고 했다. 사과 값이 떨어지기전에는 재생산이 어렵다고 한다.

능화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유러피언 버진오크 캐스크에서 장기간 숙성시켜 한 모금 머금는 순간 향긋한 사과 꽃과 민트의 신선한
숨결이 입 안 가득 퍼지고, 달콤한 건살구와 구운 견과류 의 따뜻함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 대표가 들고 있는 술이 수록이다. 한마디로 쌀로 만든 위스키다. 59%인 수록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셰리포트와인 캐스크 사용, 알코올 도수는 59% ‘수록

일반적으로 주명을 지을 때는 지명(地名)을 사용하거나 송화백일주처럼 식물의 이름에서 따오는 것이 보통이다.

다농은 다르다. ‘가무치 소주’도 민물고기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데 지난 봄 출시한 59% ‘수록’도 그렇다. 수록((水鹿)은 물 사슴이라고 부르는데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 남부 등지에 널리 분포하는 대형 사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삼바사슴을 ‘수록’이라고 부른다. 또 ‘수록은 거두어 모은다’, ‘기록으로 남긴다’는 뜻도 가지고 있어 술 이름으로는 좋아 보인다.

‘수록’은 어떤 술인가. 한마디로 쌀로 만든 위스키다. 그러나 각종 규제 때문에 위스키란 말을 사용하지 못하고 증류식 소주라고 한다.

‘수록’은 최근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는 증류식 소주와는 차원이 다르다. 고급 위스키처럼 다양한 오크통에서 숙성한 원액을 블렌딩한 숙성 소주다. 오크통 숙성 소주라는 단어가 국내에 등장한 지 30년 만의 일이다.

59%인 ‘수록’은 다양한 경계 위에서 균형을 찾은 브랜드다. 우선 수록 브랜드의 출발점이 되는 이 제품은 다양한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된 원액을 블렌딩해 만들어졌으며, 부드럽고 달콤한 첫 인상에 이어, 은은한 우디함과 건과일, 허브류의 여운이 이어진다.

공장안에는 1천여객의 오크통이 쌓여 있는데 이 가운데 800개 오크통엔 증류주가 가득 담겨 있다. 엄청난 재화가 잠자고 있다고나 할까. 언젠가 10년 20년 숙성된 술이 출하될 것이다.
취재에 동행한 박영덕 편집위원에게 한 대표가 오크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roma)은 복숭아조림과 사과잼, 밀크초콜릿 꿀, 은근한 우디함, 박과류의 청량함을 느낄 수 있다.

(Taste)은 아카시아 꿀과 바닐라, 코코아 파우더와 쿠키, 스파이스와 과일류, 묵직한 텍스쳐를 맛볼 수 있다.

마무리(Finish)는 허브와 민트의 잔잔한 마무리, 복숭아 향이 은은하게 깔리는 여운, 미세하게 깔리는 탄닌의 구조감이다.

월 27일 개최한 ‘2025 K-Sool 프리미엄 시음상담회’에서 다농의 가무치를 선보이고 있다.

1천여 개 오크통 가운데 800여개엔 증류주가 가득

한 대표를 자주 볼 기회는 많지 않지만 가끔 보게 될 때 이런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작은 체구에 그런 배포가 들어 있을까. 이번 방문시 한 대표가 보여준 오크통 규모를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한 대표가 양조장을 하기 전에는 진천에서 꽤 큰 폐차사업을 하다가 업종을 바꾸고 싶어 폐차장을 처분했다고 한다. 처분한 자금으로 다이소를 시작했고, 남은 자금으로 지금 양조장이 들어서 있는 공장부지를 불하 받아 공장부터 지었다고 한다. 이는 공장 건물 임대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가무치 소주의 제품들.

2년 전에 방문했을 때는 건물을 임대 주었는데 이번 방문했을 때는 임대를 준 회사들을 내 보내고 이 공간에 1천여 개의 오크통을 채워 놓은 것. 1천여 개 오크통엔 각종 증류주가 채워진 것만 800개였다. 새로 입고된 200여개의 오크통도 지금과 같은 생산 속도라면 머지않아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술을 시작할 때 “행복, 열정,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맛있는 술, 좋은 술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술을 가지고 가업을 이끌어 가면서 잘하면 후세들이 먹고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좋은 술을 만들어 장기 숙성시키면 우리도 외국처럼 12년숙성, 15년숙성, 25년 숙성 소주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 우리의 술이 좋은 평판을 받을 수 있을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양조장들이 증류주를 장기 숙성을 시키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공간 부족, 자금부족 등으로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다농에선 이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한 대표는 술을 시작할 때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고 한다. 유식한 말로 무지자무외(無知者無畏)라고나 할까. 그러나 이제 한 대표는 술에 대한 경영은 자타가 부러울 만큼 앞서 나가고 있다.

이번 대상을 받게 된 것도 술에 대한 철학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농은 올해 안에 공장안에 ‘증류소 비지 터 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센터에서는 찾아오는 참관객들이 편하게 시음도 할 수 있고, 체험도 할 수 있으며 술에 대한 다양한 홍보와 토론도 할 수 있으며 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는 교육도 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올해 안에 증류소 비지 터 센터를 개설할 계획

“행복․열정․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맛있는 술,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한 대표는 올해 안에 공장안에 ‘증류소 비지 터 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센터에서는 찾아오는 참관객들이 편하게 시음도 할 수 있고, 체험도 할 수 있으며 술에 대한 다양한 홍보와 토론도 할 수 있으며 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는 교육도 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 다농은 양조산업을 넘어 지역의 명소를 이뤄 진정한 6차 산업을 꿈꾸고 있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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