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소비자 만족지수 1위 ‘조흔와이너리’ 徐光福 대표

소비자 만족지수 1위 ‘조흔와이너리’ 徐光福 대표

KCBI ‘2025년 K-소비자 만족지수 1위’ 부문 수상

소믈리에가 인정하는 와인 보다 소비자가 알아주는 와인

소비자 만족지수 1위
‘조흔와이너리’ 徐光福 대표

다른 작물에 비해 포도 재배는 기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식물이다. 최적의 기후 조건을 갖춘 지역에서만 고품질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다. 포도는 주로 온대 지역에서 잘 자라며, 특히 따뜻한 여름과 온화한 겨울이 이상적이다. 충북 영동이나 경북 영천에 포도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은 것은 바로 이런 기후 조건에 맞기 때문이다.

영천에는 마을형, 농가형, 공장형, 교육형 등 18개의 와이너리들이 운영하다가 현재는 9개의 와이너리가 운영 중에 있는데 이 가운데 학구적으로 와인을 연구하고 생산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조흔와이너리’ 서광복(徐光福, 60)대표다. 서 대표는 같은 포도를 가지고 더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다.

조흔와이너리 서광복 대표가 자신 있게 권하는 샴페인.

추석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추분(秋分)날 영천시 조교동에 자리 잡고 있는 ‘조흔와이너리’를 찾았다.

보통 와이너리들은 산기슭이나 들녘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보통인데 ‘조흔와이너리’는 들판에 있었다. 아마도 이곳 지형이 보기와는 달리 지대가 높기 때문인 것 같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와이너리 바로 옆에 포도밭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대로부터 일궈온 포도밭에 애착도 있고, 포도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에 포도밭에 가까이 와이너리를 지었다고 했다.

돈이 싫어 귀향을 결심했다

서 대표는 이곳 영천이 고향이다. 남들처럼 도회지(대구)에 나가 공부도 하고 직장도 다녔다. 그런데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 직장 친구들은 하나같이 돈의 노예가 된 것처럼 돈, 돈하며 살아가더라. 인간미도 없고 정서적으로도 맞지 않아 월급쟁이를 그만두고 귀향을 결심했다고 한다.

서 대표는 귀향해서 김치나 된장 같은 발효식품을 하려고 했는데 때맞춤 2004년 6월 쓰레기만두 파동이 일어나 방향을 와인으로 바꿨다고 했다. 쓰레기만두 파동은 만두소에 저급한 중국산 단무지나 썩은 무 등 불량 재료를 사용됐다는 보도가 언론을 통해 확산되며 전국적으로 만두 소비가 급감하고 식품업계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때문에 아무리 좋은 재료로 김치를 담가도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로 김치가 냉대 받았기 때문이다.

“식품에 대해 많은 지식은 없지만 발효 식품에 대해선 관심이 많았습니다”라고 서 대표는 말한다. 서 대표는 술도 발효식품이니까 김치 대신 와인으로 눈길을 돌려 와인을 빚기 시작했다.

막상 와인업계에 입문하니 와인은 다른 술에 비해 까탈스럽다는 것을 뒤 늦게 알았다. “책을 통해서 배우고, 인터넷을 통해 배우다가 풀리지 않을 때는 이웃 와이너리를 찾아 와인 빚기를 배우다 보니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고 서 대표는 초창기 시절을 회상했다.

 

게으름피우다가 얻은 블릭스 높은 포도 발견

포도 수확 철이 지났는데 포도가 그대로 달려있다. 이 포도는 겨울을 보낸 후 내년 2월쯤 수확한다. 블릭스가 확 높아진다.

일반적인 와인은 산미가 많이 올라오거나 지나치게 떫거나 달거나 하는 것이 보통인데 서 대표가 테스팅 해보라며 건넨 와인에서는 그런 맛보다는 포도의 맛 그대로가 살아 있었다. 신선했다.

때문에 일반 와인과는 완전히 차별된 맛이다. 와인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어떻게 와인에서 이런 맛이 나올까.

조흔와이너리는 소믈리에보다 소비자가 인정하는 와이너리다.

와인 소믈리에가 평가하는 와인보다 와인을 마시는 고객들로부터 평판을 받는 것이 최고다. 지난 봄 조흔와이너리가 KCBI(Korea Consummer Brand Institute:대한민국 소비자 브랜드 위원회)로부터 ‘2025년 K-소비자 만족지수 1위’를 수상 한 것도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사람이 볼 때 조흔와이너리가 자리 잡고 있는 주변 환경은 참으로 목가적인 풍광이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황금벌판이 도시와 공존하고 있는 것이 평화롭다.

조흔와이너리는 주변 포도밭에서 재배된 직접 재배한 국산 포도만으로 와인을 빚는다.

그런데도 다른 포도 밭 포도보다 블릭스가 높은 포도를 수확한다.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블릭스(당도)가 높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보당을 해줘야 하는데 서 대표는 연구 끝에 자연 상태의 포도에서 24 블릭스가 넘는 포도를 수확한다고 했다.

와이너리를 알리는 광고탑.

서 대표는 블릭스가 높은 포도를 수확하게 된 것은 게으름 때문에 얻은 것이라고 했다. 어쩌다가 포도 수확시기를 넘겨서 2월에야 포도를 수확했더니 블릭스가 높게 나오더라는 것. 그래서 이 포도로 아이스와인을 만들었더니 독일이나 캐나다산 아이스와인 못지않게 맛이 좋더라고 했다.

새로운 발견은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데 있다는 진리가 빛을 발한 케이스라고나 할까.

서 대표는 보기와는 딴 판으로 학구적인 면이 많아 보인다. 한 가지 술을 개발하면 그에 만족하지 않고 또다시 다른 술 개발을 한다. 그러다 보니 크지 않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주종이 자그마치 28종이나 된다.

 

조흔와이너리 주병에는 원숭이와 말이 등장한다

현재 조흔와이너리에서는 증류주를 포함해서 28종의 주종을 생산한다. 그런데 주병에 붙어 있는 라벨에는 말, 원숭이 같은 동물을 상징하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원숭이가 자연으로 떨어진 과일 열매를 먹고 취한 것을 보고 술을 발견한 것을 생각해서 원초적으로 원숭이를 생각했다고 했다.

그리고 말이 라벨에 등장한 것은 영천은 어느 지역을 가도 말과 관련된 유물, 전설, 속설, 지명이 산재한 역사적인 말의 고장이기 때문이다.

서광복(좌)대표가 박영덕(우)편집위원에게 샴페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 조흔와이너리가 출하하고 있는 주종은 ▴영천 머루포도(MBA)로 주조한 조흔레드 2015(오크숙성, 12%)가 있다. 이 와인은 직접 생산한 GAP인증 받은 머루포도를 11월 초 서리가 내릴 즈음 수확해 당을 첨가하지 않고 발효한 와인으로 20도 내외에서 발효되어 2차 젖산 발효를 거치며 풍부한 아로마틱 향이 생성되고 1년 오크숙성으로 깊은 오크향이 우러나 부드럽고 과일향이 풍부하다.

▴별 헤는 말(馬)/ 홀스타 레드. 오크숙성으로 100% 영천 머루포도로 빚은 와인으로 알코올 도수 13.5%다. 이 와인은 MBA를 최고의 방법으로 블랜딩한 와인으로 독창적인 제조방법을 접목 아마로네 제조법(겨우내 건조시켜 발효)으로 소량 생산하는 프리미엄 와인인데 진한 루비색을 띠고 있으며 과일향과 산미가 살아 있다.

▴홀스타 화이트(12%). 가장 당도가 오른 9월에 직접 생산한 거봉포도로 빚은 와인이다. 100% 천연당을 저온 건조시켜 발효 후 저온 숙성시켜 풍부한 산과 달콤한 과일향과 아로마틱한 부케향을 낸다.

▴조흔 로제(스위트, 12%). 머루포도를 10월 중순경 포도가 가장 달콤하고 풍부한 과일향이 우러나올 때 수확하여 발효시킨 와인. 루비빛 와인색과 풍부한 과일향이 조화를 이루어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왕니이다.

▴조흔 화이트(12%). 친환경 머루포도와 영천 거봉을 9월에 수확해 발효한 와인. 풍부한 산과 달콤한 과일향 그리고 아로마틱한 부케향을 동시에 낸다.

▴조흔 아이스와인(12%). 포도의 당을 동결>추출>발효하여 만든 조흔만의 독창적인 고농축 아이스와인이다. 포도의 풍부한 향을 그대로 압축시킨 와인의 달콤함이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조흔 블루베리(375㎖, 14%). 직접 생산한 GAP인증 받은 영천 블루베리로 담은 와인으로 아주 특별한 분이나 여성을 위한 와인.

조흔이 생산하고 있는 각종와인들.
와인 뿐만 아니라 증류주인 코냑도 생산하다.

1등 와인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한다

조흔와이너리는 술맛 보고 찾아오는 고객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고객들은 포도밭에 들어가 직접 포도를 수확하고, 이 포도로 와인을 빚는 와인 탄생과정을 직접 체험한다.

자신이 직접 와인을 만들어 보면 와인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마련인데 이런 것이 바로 와인의 대중화를 이루어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체험 객들에게 레드와인, 화이트와인뿐만아니라 조흔와이너리의 대표 제품인 샤인머스켓 와인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와인을 증류하면 코냑이 된다.
와이너리 옥상에서 와인 한잔 따라놓고 기타를 친다. 서 대표가 즐기는 여가생활이다.

와인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장은 2층에 마련돼 있는데 교육장 한켠에는 기타도 있다. 음악교실도 아니데….

교육장의 창문 커튼을 치우면 황금벌판이 펼쳐진다. 석양을 바라보며 와인 한잔 걸치면 노래 한 자락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서 대표가 기타를 치며 여가를 즐기는 방법이다.

서 대표는 취재를 마치고 떠나는 기자에게 말했다. “현재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열악한 여건이지만 1등 와인으로 자리 잡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 대표의 결기가 이루어졌으면 하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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