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누룩이 좋아야 술도 좋아진다.

누룩은 술의 씨앗(1)

 

金容完 한국술 the master

 

누룩이 좋아야 술도 좋아진다.

한국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조선시대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누룩(麯子)들은 대한민국 미래 “한국술”이 커가는 데 있어 더없이 든든한 초석(楚石)이 될 것이다. 우리 고유의 누룩제법들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오던 것들로, 조선시대에 이르러 더욱 번성하면서 체계화되었다. 근대에 들어서서는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암흑기를 겪었지만, 근래에 들어 다시 복원작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가 요구하는 과학화된 고품질의 누룩을 위한 연구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한국술”은 주류시장(酒流市場)에 진입하기 시작해 패기 넘치는 젊은 양조 인들의 기발한 발상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발전을 이룩하였다. 이러한 발전의 중심에 우리의 누룩이 있었다. ‘전통 누룩’은 사실 알고 보면 그 제조방법이 간단명료하다. 다만, 시대가 변하고 삶의 환경이 달라져 문헌에 기록된 조선 시대의 ‘누룩 제조방식’이 현대의 삶의 방식과 맞지 않아 어렵게 느껴질 뿐이다. 현대는 술을 소비하는 애주가들의 수준이 조선시대보다 더 높은 품질의 술을 요구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므로 전통적인 제법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그러한 술을 빚을 수 있는 고품질의 누룩을 계속 연구하면서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 누룩의 역사

누룩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기원전 5세기경 B.C 770~206)로 전해져오고 있으나, 정확한 시기는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누룩을 처음 사용한 시기는 1123년경(인종1)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문헌에 기록된 시기를 말한 것일 뿐 정확하지 않다. 중국의 서긍(徐兢)이란 사람이 휘종(徽宗 中國 宋代 1100~1125)의 명을 받고 송나라 사절로 고려에 와서 개성에 한 달여 동안 머물면서 견문(見聞)한 고려의 여러 가지 실정을 그림과 글로 표현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이란 책을 만들어 휘종에게 바쳤는데, 이 문헌에 우리나라 누룩에 대한 설명이 있고, 그 이전의 문헌에는 누룩에 대한 어떠한 기록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이때쯤 누룩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그러나 삼국시대 이전부터 궁중(宮中)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도 술을 빚어 마시고 즐겼다는 기록들을 보면, 누룩이 있어야 술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 볼 때 그 이전부터 누룩이 있었다는 사실을 짐작해 볼 수가 있다. 누룩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만이 유일하게 술의 발효제로 사용한다.

유럽이나 서양에서는 과일을 이용한 단발효(單醱酵)방식으로 술을 빚는다. 우리와 같이 누룩을 발효제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누룩곰팡이를 이용하여 술을 빚는 이유는 술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곡물을 이용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전분을 당화 시키는 동시에 알코올 발효를 진행하는 병행복(竝行複)발효 방식의 술빚기이다. 이때, 자연계의 공기 속에 있는 무수히 많은 곰팡이와 효모균을 곡물의 전분에 접종시켜 발효과정을 거쳐 술의 발효제로 이용한 것이 누룩이다. 누룩은 주변 환경 곧 자연환경과 기후에 따른 영향이 절대적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여 계절마다 온도와 습도의 차이가 심하다. 특히 고온다습한 여름철은 벼농사에 적합한 환경으로, 벼(稻)와 조(粟米), 수수(高粱) 등의 곡물 재배가 적합하다. 이러한 환경은 또 곰팡이의 번식이 왕성하여 고온 저습한 서양에서와 같이 당도가 높은 과일의 재배가 적합하지 못하다.

그래서 서양처럼 포도나 사과 등을 이용한 과일주가 빚어지지 못하였다. 대신 곰팡이에 의한 ‘녹말분해효소’를 이용하여 곡물의 전분을 당화시키는 양조기술을 발달시키게 된 것이 누룩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우리나라의 기록인 삼국사기(三國史記)나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미온(美醞), 지주(之酒), 요례(醪禮), 등 술 이름만 보일 뿐, 누룩에 대한 기록은 없다. 그러나 이들 술이 ‘맛있는 술’ ‘맛좋은 술‘이란 의미를 담고 있어, 누룩으로 빚는 술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또한, 일본 최고의 정사(正使)로 알려지는 고지키(古事記)의 기록을 보면, 서기 712년에 덴무(天武)천왕이 편찬한 고지키(古事記 678~686년)의 내용에 ‘응신왕조(應神王條)’의 “양주법(釀酒法)”에 “양주법을 아는 백제의 양주명인(釀酒名人) 인번(仁磻)이 도래하여 술빚는 법을 전해와, 빚은 술을 바치다.” 와 ‘본조월령 6월조’ 에 “응신천왕 때 백제인 수수보리(須須保理)가 참례하여 조주(造酒)가 처음으로 시작되다.” 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누룩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시기는 삼국시대 이전인 것으로 추측된다.

누룩이 만들어졌을 당시의 재료는 지금과 같이 밀(小麥)이나 쌀이 아닌 조(粟米)였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기원 전 3세기경 중국 주나라 때 정부조직법을 정리한 주례(酒禮) 라는 문헌에 산국(散麯)이 등장하고, 한나라 때의 방언(方言) 이란 문헌에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병곡(餠麯 막누룩)이 술빚기의 주종을 이루었다고 한 기록에서 알 수 있다.

한편 고려가요 한림별곡(翰林別曲 1215년)에 특수 누룩으로 빚은 이화주(梨花酒)가 등장하여,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누룩이 만들어졌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후의 기록으로 조선시대 중엽 이후의 음식 관련 문헌인 사시찬요초(四詩纂要抄 1655년)와 규곤시의방(閨壼是義方 1670년)에서 비로소 누룩 이름과 만드는 법을 상세하게 볼 수가 있다.

 

수수보리(須須保理)

일본의 고지키(古事己 덴무천왕 678~686년)에 백제의 수수보리(須須保理)가 새로운 방법으로 좋은 술을 빚어 전하여 후세에 그를 주신(酒神)으로 모셨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또한 반도(半島) 사람인 승보리(僧保利) 형제가 새 술(新酒)의 창시자라고 기록되어 있다.

 

수수보리(須須保理)의 수수(須須)는 술을 빚는 사람, 보리(保理)는 백제 때 스님 형제, 일본말을 해석하면 ‘수수보리(須須保理)’는 술 빚는 반도(半島)의 스님 형제, 즉, 양조기술이 있는 사람(釀造人)을 뜻한다.

한국 누룩과 그 제조방법

<한국술 K-SOOL> 의 발효제로 사용되는 누룩은 자연과 사람, 그리고 시간에 의해 빚어진다. 누룩의 종류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조선시대까지, 그리고 중국의 문헌에 기록된 방문(方文)을 합하면 50여 곡(麯)이나 될 정도로 다양한 누룩제법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여러 종류의 누룩이 있고 각각 만드는 방법도 다르지만, 술의 발효에 관여하는 역할은 거의 같다.

누룩은 밀(小麥), 쌀(粳米), 찹쌀(糯米), 보리(麰), 좁쌀(粟米), 녹두(綠豆) 등 전분이 포함된 주재료를 필요에 따라 알맞게 분쇄하여 적당량의 수분을 주고 원하는 크기와 두께로 성형하여 주변 온도를 따뜻하게 하여 주면, 볏짚과 공기 중의 누룩곰팡이와 효모가 활착하여 번식하게 됨으로써 만들어진다. 곰팡이균(털곰팡이, 거미줄곰팡이)은 전분질을 당화 시키고, 효모균(酵母菌)은 알코올 생성에 관여한다. 전통적인 술 빚기에 이용되는 누룩의 종류는 밀누룩(小麥麯)과 보리 누룩(麰麯), 쌀누룩(米麯), 녹두누룩(綠豆麯) 등이 있다.

그리고 곡물에 여러 가지 식물의 잎이나 즙(汁)을 이용한 누룩으로 초곡(草麯) 등이 있는데, 이러한 누룩들은 초재(草材)에 포함되어있는 고유의 향이나 맛을 술에 함유시켜 약성(藥性)과 향을 배가시키기 위해서이다. 일반적으로 밀누룩(小麥麯)이 가장 널리 이용되었다. 이는 밀누룩이 다른 곡물로 만든 누룩보다 전분의 함유량이 많아 누룩의 역가(糖化力)가 높아 당화과정이 순조롭고 알코올 발효가 잘 되면서 안전한 술빚기가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쌀누룩과 녹두누룩은 특수 누룩으로 분류하는데, 쌀누룩은 이화곡(梨花麯)이라고 하여 이화주를 빚는 데 쓰이고, 녹두누룩으로 빚는 백수환동곡과 향온곡은 백수환동주(白壽還童酒)와 향온주(香醞酒)를 빚는 데 쓰인다.

 

특수누룩의 변신 새로운 술의 탄생

녹두누룩으로 빚는 향온주나 백수환동주와 같은 술은 밀누룩(小麥麯)으로 빚은 여느 술에 비해 매우 독특한 향기와 맛을 자랑하는데, 술에 맛을 들이게 되면 다른 술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정도라고 한다. 녹두의 차가운 성질로 인해 술의 변패가 적어서 저장성도 좋아 오래 두고 마실 수 있다. 단점은 녹두누룩은 녹두의 찬 성질로 인해 늦게 끓어오르고 발효가 원활하지 못하다. 이유는 밀로 만드는 누룩은 전분질이 풍부하여 역가(糖化力 Saccharogenic Power S.P)가 300 S.P 이상 높게 나오지만, 단백질 성분의 녹두(綠豆)로 빚는 누룩은 “전문분석기관”에 의뢰하여 역가(糖化力)를 분석해 본 결과 100 S.P 정도로서 매우 낮은 역가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 누룩으로 술을 빚는 경우 다른 누룩에 비해 술이 산패(酸敗)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녹두누룩을 빚을 때, 통밀의 분량을 높인다거나, 술을 빚을 때, 밀누룩(小麥麯)을 첨가하여야 술이 잘못되는 낭패를 사전에 면할 수 있다. 백수환동곡과 같은 찹쌀과 녹두로만 누룩을 빚는 경우 곡물을 밀가루처럼 곱게 분쇄하여 수분이 골고루 분포되는 습식(濕式)방식의 누룩으로 함유 수분이 80% 이상이 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녹두누룩으로 빚은 술은 한마디로 무슨 향기라고 단정할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한 향취를 간직하고 있어, 궁중과 부유층, 사대부가(士大夫家)에서도 주인 혼자서 반주(飯酒)로나 즐겼을 만큼 귀하게 여겼다. 따라서 어느 정도 술빚기에 자신감이 붙으면 녹두누룩을 이용한 술 빚기를 시도해서 자기 집안의 가양주(家釀酒)로, 또는 상품으로 만들어보길 권한다. 우리 <한국술 K-SOOL>은 발효를 잘 시키는 일 못지않게 어떤 누룩을 쓰느냐에 따라 술맛과 향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자연스럽게 누룩 만드는 일과 그에 따른 각별한 정성을 요구한다. 옛사람들은 누룩을 만들 때 좋은 날(길일:吉日)과 좋은 때(길시:吉時)를 택하였는데, 중국의 문헌인 거가필용(居家必用), 제민요술(齊民要術), 동파집(東坡集)이나, 우리의 옛 문헌인 고사찰요(攷事撮要), 사시찬요(四時纂要) 등의 기록에서 “누룩 디디는 좋은 날은 신미(辛未), 경자(更子)일이다.” 또 “좋은 날은 제(際), 만(滿), 개(開), 성(成)일이다” “삼복(三伏) 중에 누룩을 디디면 벌레가 안 꾄다.” “누룩 디디는 시기는 초복 후가 가장 좋고, 중복 후 말복 전은 그 다음이다.”라고 수록되어 있어 누룩 만드는 일에 계절에 따른 일기(日氣)와 온도를 중시하는 정성을 쏟았음을 엿볼 수 있으며, 누룩을 만드는 일이 주로 여름철에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전통누룩의 innovation 한국누룩의 과학화

최근에 들어와 누룩연구가들이 문헌에 등장하는 누룩방문을 근간으로 정교하게 띄우는 누룩 매뉴얼을 연구개발하고 있어, 문헌 속의 누룩방문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인 누룩방문(方文)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일반적인 생활환경에서 품질이 보장된 누룩을 띄울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이 속속 개발되어 실행되고 있는 사실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누룩을 성형하는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옛날에는 오직 나무로 만든 누룩틀을 이용하여 발로만 디뎌 누룩을 성형하였지만, 요즘에는 기계공학을 접목하여 정교하고 정확한 누룩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누룩성형기’가 개발되고 있다. 술의 품질을 균등하게 하려면 누룩의 품질이 균등해야 한다. 발로 디뎌 만드는 누룩은 디딜 때 힘의 균형이 일정하지 않아 균등한 품질의 누룩을 만들기 어렵다. 현대기술이 접목된 성형기를 이용하여 고품질의 누룩을 만들어 내는 시대가 도래하였다는 것은 앞으로 <한국술 K-SOOL> 이 주류시장에서 균등한 품질의 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최근에 개발된 ‘누룩성형기’는 유압(油壓) 형태의 성형기로서 최대 5ton의 압력(壓力)을 가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성형기이다. 이 성형기의 장점은 분곡(粉麯)이나 미곡(米麯)처럼 곡물을 곱게 갈아 만들어지는 누룩이든, 곡물을 거칠게 갈아서 두텁게 성형하는 조곡(粗麯)이나 병곡(餠麯)방식의 누룩이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압력의 하중, 속도 등을 조절할 수 있고 누룩의 두께나 크기를 필요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누룩은 품질이 균등해야 한다. 누룩의 품질이 균등해야 술의 품질도 균등해진다. 균등한 품질의 누룩을 만들려면 일정한 압력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누룩성형기가 제격이다. 차세대 <한국술 K-SOOL> 은 새롭게 개발되는 한국누룩을 이용하여 대량으로 빚어낼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연구되고 실행되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연재에 즈음하여

병오년 새해부터 한국술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면을 할애해 주신 <삶과술>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0여 년 동안 <한국술>과 <한국누룩>을 연구하면서 집필한 <味親한국술> 1, 2부와 <고문헌 속 누룩여행>을 기반으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내용으로 연재를 시작한다. 술을 빚기 위해서는 우선 누룩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누룩에 관한 내용부터 소개하기로 한다. <제조매뉴얼>부터 연재하는 것보다 젊은 양조인들이 한국술에 관한 역사와 한국누룩의 매카니즘부터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차례차례 순서에 의해서 연재해 나가기로 하였다.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린다.

2026년 새해(丙午年) 아침에….

 

필자 金容完 : 한국술 the master. E-mail htsbook@naver.com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물자담당관 역임▲농업회사법인 한통술이노베이션주식회사 대표▲중국청도(칭따오)한미양조유한공사(韓味釀造有限公司) 동사장▲한국전통술계승원 원장▲신한대학교 양조대학 설립 추진위 위원장▲마산대동양조장 100년 양조가문 3대손(since 1922년)▲발명특허 제10-1490080호 소규모양조시스템 술또옥(막걸리제조장치)▲주류제조 벤처인큐베이팅 프로그램(venture incubating program)▲미생물학과 이화학을 접목한 과학적인 양조매뉴얼 전수▲소규모 특산주 주류제조에 따른 행정절차와 한국술 제조제법 전수

◇저서:1부 味親한국술 한국의 정통명주 특집.2부 味親한국술 꽃과 초재(草材) 별곡미(別穀米)로 빚는 특주 특집. 3부 느린 마음으로 쓴 누룩여행(누룩제조매뉴얼)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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