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完)

南台祐 교수의 특별기고

 

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完)

 

 

남태우 교수

둘째,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보상으로 변신이 일어난다. 아프로디테의 연인 아도니스는 맷돼지의 엄니에 받혀 죽자 여신이 그의 시신에 신들이 마시는 음료수인 넥타르를 부어 ‘아네모네’라는 바람의 꽃으로 변신시켰다. 서양에서는 히아신스(hyacinth)에 관해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히아신스는 백합과에 속하는 알뿌리 식물이다. 태양의 신 아폴로와 아름다운 소년 히아킨토스(Hyakinthos)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유난히 히아킨토스를 사랑한 아폴로와 날씬한 체구에 민첩한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는 히아킨토스는 어느 날 원반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를 본 바람의 신 제피로스[Zephyros]가 두 사람을 시기한 나머지 바람의 방향을 바꾸어 원반을 히아킨토스의 이마에 맞게 하고, 히아킨토스를 그 자리에서 죽게 만들어 버렸다. 슬픔에 빠진 아폴로는 죽은 히아킨토스의 이마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손가락에 찍어 ‘Ai Ai(슬프다)’라고 땅에 새겼는데, 소년의 피는 어느새 꽃이 되었고 이것이 바로 ‘히아신스’라는 이야기다. 꽃말이 ‘기억, 비애, 스포츠’인 것도 이 전설에서 유래되었으며, 서유럽에서는 이 꽃을 비석에 많이 조각한다.

 

나르키소스(Narcissos)는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 이어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가슴 태우다가 결국 ‘수선화’로 변신하였다. 나르키소스는 보이오티아에 있는 강의 신 케피소스와 님프인 리리오페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나자 어머니는 예언자인 테이레시아스[Teiresias]에게 아들이 오래 살 수 있는지를 물었다. 예언자는 ‘자기 자신을 모르면 오래 살 것이다’라고 대답했으나, 당시에는 아무도 이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한 나르키소스…. 수많은 여성들, 님프, 심지어 남자까지도 이 미소년에게 사랑을 구했으나 자존심 강한 이 청년은 모두 거절했다. 나르키소스에게 반한 수많은 님프 중 하나인 에코(Echo)는 원래 숲과 언덕을 따라다니며 사냥을 하는 아름다운 님프였다. 에코에게는 하나의 결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말하기를 좋아하여 잡담할 때나 논의할 때나 끝까지 지껄이는 것이었다.

에코와 나르키소스/ 니콜라 푸생 카라바조의 나르키소스

어느 날, 사냥을 하던 나르키소스는 동료들과 떨어지게 되었고 소리 내어 동료들을 찾았다. 그의 소리에 에코는 그가 내뱉은 말을 되풀이하며 나르키소스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깜짝 놀란 나르키소스가 그녀에게서 도망치려하자 그녀는 부끄러움에 숲 속으로 도망쳐버렸다. 그때부터 그녀는 동굴 속이나 깊은 산속에만 살게 되었다. 그녀의 형체는 슬픔 때문에 여위고 마침내 모든 살이 없어졌다. 그녀의 뼈는 바위로 변하고 그녀의 몸에서 남은 것이라고는 목소리밖에 없게 되었다. 이 목소리는 지금도 그녀를 부르는 어떤 사람에게도 대답할 준비를 하고 있고 끝까지 말하는 옛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아름다운 청년 나르키소스는 에코뿐 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님프에 대해서도 사랑을 거절했다. 나르키소스로부터 사랑을 거절당한 한 님프는 그가 사랑이 무엇인지 또 애정의 보답을 받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복수의 여신은 그 청을 승낙했다. 어느 날, 나르키소스는 사냥에 지치고 갈증을 풀기 위해 샘까지 왔다. 물을 마시기 위해 몸을 굽힌 물속에서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는 그것을 이 샘에 살고 있는 물의 요정이라고 생각했다.

 

셋째는 잘못에 대한 벌로 변신하는 경우이다. 아테나 여신도 탁월한 한 인간의 도전을 받은 적이 있었다. 염색의 명인 이드몬(Idmon)의 딸로 태어난 아라크네(Arachne)가 그녀이다. 아라크네는 베 짜기와 자수 기술이 너무도 뛰어났다. 자신의 솜씨에 교만해진 아라크네는 직조의 여신인 아테나이 보다도 자신이 훨씬 뛰어나다고 뽐내고 다녔다. 소문을 들은 아테나이는 노파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그녀를 찾아가 신을 모독하지 말고 용서를 구하라고 충고하였다. 그러나 아라크네는 오히려 그녀를 무시하고 쫒아내려 하자 아테나이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아라크네와 베 짜는 기술을 겨루는 시합을 벌였다.

Gustave Doré (1832~1883), Illustration of 1861 edition of Dante’s Inferno
Jacopo Tintoretto (1518~1594), Athene and Arachne, c.1475-85

아테나이는 자신과 포세이돈이 아테네를 두고 겨룬 승부의 광경과, 신에게 대항한 인간들이 욕을 보는 장면과, 자신의 신목이자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를 수놓아 아라크네에게 경쟁을 포기하라는 경고를 하였다. 그러나 아라크네는 그 뜻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직물에 제우스가 황소로 변신해 에우로페를 납치하는 장면과 함께 아폴론, 포세이돈, 디오니소스 등 신들의 문란한 성생활을 뛰어난 솜씨로 수놓아 신들을 비웃었다. 아테나는 아라크네의 뛰어난 솜씨에는 감탄했지만, 신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자수 내용에 모욕과 분노를 느껴 북으로 직물을 찢는다. 아테나는 이 행동으로 인해 ‘신이 인간에게 패배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만 것이다.

 

Athena and Arachne

아테나이는 아라크네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을 아라크네 스스로가 인식하지 못하도록, 북으로 아라크네의 이마를 때리며 자신의 죄와 치욕을 느끼게 하였고, 아라크네는 치욕을 참지 못하여 목을 맨다. 그런 아라크네를 불쌍히 여긴 아테나이는 그녀와 그의 자손들이 영원히 실을 잣도록 하게 만들고자 아코니트 즙을 뿌려 그녀를 거미로 만들고, 그녀의 목에 매어 있던 밧줄은 거미줄이 된다. 거미가 자신의 집을 완벽하게 짓는 것도 아라크네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아라크네는 그리스어로 ‘거미’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자코포 틴토레토(Jacopo Tintoretto)의 <아테나와 아라크네>,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의 <직녀들>, 파올로 베로네제(Paolo Veronese)의 <아라크네>등 작품에서 잘 묘사되어 있다.

너무도 탁월한 인간이었던 아라크네는 신에게 도전한 다른 인간들처럼 불쌍하게도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이처럼 인간의 탁월함은 신들의 질시의 대상일까? 신들은 인간의 어떤 탁월함을 용납할까? 탁월함을 뜻하는 ‘아레테(arete)’의 일반적인 의미는 사람이나 사물이 가지고 있는 본질에 따른 우수성, 유능성, 탁월한 기량이나 기술 등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발이 빠른 것은 발의 아레테이고, 토지가 비옥한 것은 토지의 아레테이다. 활 쏘는 사람의 아레테는 활을 정확히 잘 쏘아 맞히는 것이고, 교사의 아레테는 학생을 훌륭히 가르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 그리스 신화의 모든 신들은 각자 고유의 전문적 ‘아레테’를 가지고 있다. 전쟁의 신, 음악의 신, 대장장이의 신, 미의 신 등등……. 그래서 그리스 신화에서는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기능적 탁월함은 대체로 부단히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훈련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다. 기술자나 전문직 종사자의 ‘아레테’가 이 분야에 속한다. 그런데 반복과 훈련을 통해 얻은 탁월함은 다른 사람들과의 기능적 격차를 쉽게 체감하고 누리기 때문에 많은 경우 교만 혹은 오만이라는 부작용이 뒤따르게 된다. 이 부작용이 신의 분노를 불러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전문 분야에서의 기능적 탁월함에 그치지 않고 인격적, 도덕적 탁월함을 갖추어 조화로운 아레테의 상태를 추구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런 조화로운 이상적인 아레테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가르쳤다.

아라크네는 아테네 여신과 수를 놓고 경합을 벌이며 오만을 떨다가 거미로 변한다. 아들 딸 7명씩 14명이나 자식을 가진 니오베(Niobe)는 티탄신족 레토 여신을 자식이 둘밖에 없다고 업수이 여기다가 자식을 모두 잃고 바위 샘물로 변한다. 케익스(Ceyx)와 알키오네(Alcyone)는 행복에 겨워 자신들을 제우스와 헤라에 비유했다. 신들이 분노하여 케익스는 제비갈매기로 알키오네는 물총새로 변신시켰다.

 

악타이온(Actaeon)은 뛰어난 사냥꾼으로 반인반마의 현자 케이론(Chiron)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이아손과 헤라클레스 등과 함께 아르고호를 타고 콜키스로 가서 황금 양모를 찾는 모험에도 참여하였다. 이렇게 용감한 그였지만, 아르테미스 여신의 분노를 사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깊은 골짜기의 제일 깊은 곳에 동굴이 하나 있었다. 이 동굴은 아르테미스가 사냥에 지치면 와서 몸을 씻고 휴식을 취하는 곳이었다.

 

(목욕중인 아르테미스를 발견한 악타이온/ 티치아노)

사슴으로 변한 악타이온이 숲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사냥개들이 그를 발견했다. 개들은 사슴으로 변한 악타이온을 추격하기 시작했고 동료 사냥꾼들은 그 개들을 격려했다. 사냥개들은 악타이온의 등에 달려들었고 이빨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악타이온의 동료들은 개들에게 성원을 보냈고 그 자리에 악타이온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며 그를 찾기 시작했다. 개들은 그를 둘러싸고 찢고 뜯고 하였다. 그리고 그가 갈기갈기 찢겨 넘어갈 때까지 아르테미스의 분노는 풀리지 않았다.

 

넷째는 보상으로의 변신이다.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이 세상에 대홍수를 일으키기에 앞서, 생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간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그네로 변신하고 지상에 내려왔다. 사람들은 문을 꼭 닫아 잠그고 그들을 냉대했다. 어느 날 밤 그들은 프리기아의 어느 산허리에서 가난한 농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필레몬(Philemon)과 그 아내인 바우키스(Baucis)가 사는 오두막을 찾아갔다. 노부부는 나그네를 대접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했다.

천상에서 방문한 두 사람의 나그네가 초라한 집에 들어와 머리를 숙이고 얕은 대문을 들어섰을 때, 그 노인은 자리를 만들었고, 노파는 무엇을 찾는 듯이 서성거리더니 자리 위에 헝겊을 갖다 펴고 그들에게 앉기를 권하였다. 그리고 잿더미 속에서 불기를 찾아내어 마른 나뭇잎과 나무껍질을 모아 놓고 입으로 불어 불을 피웠다. 노파는 방 한구석으로 장작과 마른 나뭇가지를 가지고 와서 잘게 쪼개어 작은 가마 밑에 넣었다. 노인이 정원에서 채소를 뜯어 오니 노파는 잎을 줄기에서 따 잘게 썰어 냄비에 넣었다, 노인은 갈라진 막대로 굴뚝에 걸떠 놓았던 베이컨 덩어리를 끄집어 내렸다.

그리고 그것을 한 조각 베어 채소와 함께 끓이기 위해 냄비 속에 넣고 나머지는 다음에 쓰기 위해서 남겨 놓았다. 너도밤나무로 만든 그룻에는 손님들을 위해 데운 세숫물을 떠놓았다. 노인 내외는 이런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서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건네며 손님들을 지루하지 않게 했다. 손님들을 위해 준비된 의자에는 해초를 속에 넣어 만든 쿠션이 깔려 있었는데, 그 위에 덮개도 덮여 있었다. 이 덮개는 낡고 초라한 것이었지만, 큰일을 치를 때만 특별히 내놓는 것이었다. 앞치마 차림의 노파는 떨리는 손으로 식탁을 날라 왔다. 그 식탁의 다리 하나가 다른 것보다 길었기 때문에 얇은 나뭇조각으로 고여 뒤뚱거리지 않게 했다.

그렇게 한 후, 노파는 좋은 향취가 나는 풀로 식탁을 훔쳤다. 그리고 그 위에 순결한 처녀 아르테미스의 성목(聖木)인 올리브나무 열매와 식초에 절인 산딸기를 놓았다. 그밖에 무와 치즈 그리고 잿속에 넣어 약간 익힌 달걀을 곁들였다. 접시는 다 토기였고, 그 옆에는 흙으로 만든 주전자와 나무 컵이 놓여 있었다. 모든 준비가 다 되었을 때 김이 무럭무럭 나는 스튜(stew)가 식탁에 올려졌다. 그리 오래 된 것은 아니지만, 포도주도 곁들여 나왔다. 후식은 사과와 꿀이었다. 그밖에 이러한 모든 것보다도 더 좋은 것은 호의적인 얼굴과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운 환대였다.

그런데,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노인들이 놀란 것은 술을 따르자마자 저절로 새 술이 술병 속에 차는 것이었다. 두려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바우키스와 필레몬은 이 손님들이 천상에서 온 신임을 알았다. 그들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깍지 끼고, 대접이 소홀하였음을 용서해 주십사고 빌었다.

이 집에는 한 마리의 거위가 있었는데, 늙은 부부는 그것을 집을 지키는 신처럼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늙은 부부는 그것을 잡아서 손님을 대접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거위는 발과 날개로 달아나면서 노인들에게는 잡히지 않았다. 마침내 거위는 신들 사이로 가서 몸을 피했다. 신들은 거위를 죽이지 말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들은 하늘의 신이다, 이런 야박한 마을은 그 불경스러움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당신들만은 그 징벌을 면하게 하리라. 이 집을 떠나 우리와 더불어 저 산정으로 가자.”

늙은 부부는 이 신들의 말에 따라 지팡이를 손에 들고 험준한 언덕길을 올라갔다. 그리고 꼭대기 근처에 다다랐을 때 눈을 돌려 밑을 내려다보니 그들의 집만 빼놓고는 마을이 홍수 속에 잠겨 있었다. 그들이 이 광경을 보고 놀라면서 이웃 사람들의 운명을 탄식하고 있을 때, 문득 그들 자신의 고가(古家)가 신전으로 변했다. 네모진 기둥 대신에 둥근 기둥이 서고, 지붕을 인 짚은 금빛으로 번쩍이면서 황금 지붕으로 둔갑했다. 마루는 대리석으로, 문은 조각과 황금 장식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아폴로도루스라는 설화 작가에 의해서 제우스의 홍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듀칼리온(Deucalion)은 프로메테우스의 아들이다. 그는 프티아 일대의 지역에서 통치한 왕이었고, 에피메테우스(Epimetheus, 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와 판도라(Pandora)의 딸 피르하(Pyrrha)와 결혼했는데, 판도라는 신들이 만든 최초의 여자였다. 그러나 제우스가 청동기 시대의 인간들을 멸절시키려고 하자, 듀칼리온은 자기 아버지 프로메테우스의 충고에 따라 큰 괘나 방주 같은 배를 하나 만들고, 필요한 물건들을 그 안에 저장한 다음 자기 아내를 데리고 배에 탔다.

그리고 제우수가 하늘에서 땅으로 큰 비를 쏟아 부어서 그리스의 대부분을 씻어 내렸다. 이리하여 모든 인간이 다 죽었다. 가까이에 있는 높은 산들로 몰려간 소수의 사람들만이 죽음을 모면하였다. 이때에 테살리에 있는 산들이 두 쪽으로 갈라져서 이스머스 지협과 펠로폰네소스 반도 건너편의 온 세상은 물에 휩쓸렸다. 그러나 듀칼리온은 방주를 타고서 밤낮 9일 동안 바다 위로 떠다니다가 파르나소스 산 위에서 배의 밑부분이 땅바닥에 닿았고, 비가 그치자 그는 그 산위에서 하륙시키고 ‘피난의 신 제우스’에게 번제를 바쳤다.

그러자 제우스가 헤르메스를 그에게 보내어 그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허락해 주었다. 그는 사람들을 원한다고 선택하였다. 이리하여 그는 제우스의 분부에 따라서 돌들을 주워 가지고 자기의 머리 위로 던졌다. 그러자 듀카리온이 던진 돌들은 남자들이 되었고, 피하르가 던진 돌들은 여자들이 되었다. 그래서 그리스에서는 사람들을 돌을 뜻하는 ‘라아스’에서 온 ‘라오스(단수)-라오이(복수)’ 라고 부르게 되었다.

 

다섯째는 주로 신들이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변신하는 경우이다. 특히 제우스는 뭇 인간 여상들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여러 동물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랑의 유혹을 위한 변신이다. 헤라는 아름다운 여신으로 자라났고 제우스의 작업망에 걸려들었다. 제우스는 누이였던 데메테르를 강간하기 위해 ‘황소’로 둔갑했던 전적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분위기를 바꿔서 우악스런 황소가 아니라 ‘뻐꾸기’로 변신했다. 사정없이 번개를 휘두르는 최고신이면서 가녀린 한 마리 새로 변신하다니 얼굴도 두껍다. 기왕 변신을 했으니 무대도 그럴듯하게 꾸며야 했다.

그는 형제 포세이돈에게 올림포스 산에 비바람을 불러와 달라고 부탁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느 날 작은 뻐꾸기 한 마리가 애처롭게 날아들자 이를 불쌍하게 여긴 헤라는 흠뻑 젖은 새를 가슴에 품어주었다. 남자의 창조력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역시 사랑에 빠졌을 때다. 인터넷 게시판에 세 줄 이상의 글을 올려본 적이 없는 남자라도 사랑에 빠지면 구구절절한 장문의 연애편지를 쓸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기후까지 조작해 가면서 완벽한 작업환경을 설정할 수 있는 제우스의 경우와 인간의 성공률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헤라의 가슴에 안긴 뻐꾸기는 본색을 드러내 본래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헤라를 겁탈하려 들었다. 그러나 헤라는 결혼을 약속하지 않으면 절대 성적 관계를 맺을 수 없노라고 끝까지 저항했다. 천하의 바람둥이에게도 이 여자가 바로 나의 동반자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당장의 욕망에 눈이 멀어 앞뒤 잴 겨를이 없던 차에 임자를 만난 것인지 제우스는 결국 헤라와 결혼을 하고 말았다.

제우스는 소아시아의 에우로페 공주가 소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멋진 ‘황소’로 변신하여 접근했다. 테베의 공주 안티오페(Antiope)는 온실 속의 화초로 자라나 깨끗한 환경을 즐기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은근히 거칠고 더러운 것을 꿈꾸고 있었다. 이를 간파한 제우스는 흉측한 괴물 ‘사타로스(Satyros)’로 변신하여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다. 제우스는 이제 여신들로 부터 눈을 돌려 요정과 인간 여성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위대한 신인 그가 평범한 요정이나 인간 여성을 상대로 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변신술이 필요했다.

임신한 안티오페는 아버지를 피해 달아나 시키온의 왕 에포페우스와 결혼했으나, 삼촌인 리코스가 그녀를 다시 데려다 감금했다. 시키온에서 돌아오는 길(또는 감옥에서 도망치는 길이었다고도 함)에 암피온과 제토스를 낳았다.

한 목동의 손에 자라난 그들은 뒤에 어머니 안티오페를 되찾았으며, 리코스와 그의 아내 디르케를 죽였다. 디르케가 숭배했던 디오니소스는 이에 앙심을 품고 안티오페를 미치게 했다. 그리스 전역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던 그녀는 파르나소스 산에 있는 티토레아의 포코스에게 치료를 받고 그와 결혼했다. 안티오페는 또한 전쟁의 신 아레스와 여전사들의 부족인 아마존족의 여왕 사이에서 태어난 딸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는 그녀를 납치하여 아내로 삼았다고 한다. 테세우스는 아마존에서 데려온 아내 안티오페가 죽은 후에 미노스 왕의 딸 파이드라와 재혼을 하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첫째부터 넷째 가지의 변신 유형은 수동적이다. 위기를 모면하거나 오만에 대한 응징으로 변신을 당한 경우이다. 제우스가 여성 편력을 하면서 보여준 남다른 능력은 그의 바람기를 강조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그의 빼어난 시대 적응력을 암시한다. 원하는 상대를 얻기 위해서라면 제우스는 반인반수 사티로스나 완전 금수 황소, 백조, 뻐꾸기, 독수리로 변신했고, 때로는 상대 여인이 모시는 신이나 유부녀의 남편으로도 변신했으니 정확한 상황판단과 신출귀몰한 변신에는 발군이었다. 번개나 빗물 같은 자연현상 역시 그의 변신영역에서 빠지지 않았다.

<完>

그동안 디오니소스를 연재해주신 남태우 교수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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