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하루하루 앞으로 걸어 나아가야!

하루하루 앞으로 걸어 나아가야!

 

임재철 칼럼니스트

 

알게 모르게 몸이 변하고 있다. 어느덧 이 나이가 되었다. 오래된 사진을 보면 항상 멍 해진다. 어떻게 눈 깜짝할 사이에 이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을까. 젊었을 때는 직장과 일을 위해, 가정을 위해, 말할 수 없는 추구를 위해 뛰어다녔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허리가 예전만큼 부드럽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서야 놀란 기억이 난다. 이미 기억이 된 그 세월들이다.

 

술 한 잔처럼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조용히 말 못 할 근심이 만들어지고 있다. 젊었을 때는 능력을 증명하는 데 급급했고, 인생을 힘껏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몸이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일깨워주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는 밤을 새우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지금은 잠을 적게 자면 하루 종일 기운이 없다. 그러니까 비로소 알게 된 삶의 근본인 건강 문제를 받아들인다.

 

세월은 젊음을 가져갔지만, 필자에게는 더 맑은 눈을 주었다고 본다. 가끔은 혼자서 많은 길을 걸어온 자신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그리고 이제야 무엇을 꽉 잡고 무엇을 가볍게 내려놓아야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은 너무 크고 모멘트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다만 열정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진심을 알게 된 무게와 마음 챙김을 더 많이 해야 하고 함께하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 같다.

또한, 우리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가슴을 쓸어내리며 예봉을 감추어야 한다. 좀 더 천천히, 더 이상 시간에 쫓기지 말고, 바꿀 수 없는 일은 돌려주는 법도 배워야 한다. 받는 그것보다는 주어야 하고 소란스러움과 중요성을 잘 분별해야 한다. 즉 나중에 보거나 하기보다는 ‘지금만’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가령 현재를 소중히 여기는 법이랄까.

 

그래서 필자는 좋은 시절보다는 평범해 보이는 이 순간들이 바로 우리 삶의 가장 진정한 모습이라는 배움을 갖는다. 즉, 친구들과 차 한잔을 마시고 술 한잔을 하기로 약속하며, 맑은 날 햇볕을 쬐며 길을 걷는 등의 일이 그렇다. 이러한 삶은 평범할지 모르지만, 깊은 뜻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든지 간에 매일 아침은 새롭게 시작하고 착실하게 마음으로 나아가면 되는 거란 생각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며, 평범한 날들이지만 나는 그것이 좋다 하며 평소의 평범한 자신으로 돌아가거나 평소의 모든 생활로 돌아가는 일도 쉽지 않다. 그것은 많은 경우 우리에게 쓸데없는 생각이 많고, 과거를 후회하고, 일상은 얼룩덜룩하고, 늘 고난은 무성하며, 가슴 한 켠에는 가시 돋친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많은 세월 속에 가라앉은 장애물로 인해 혼란스럽고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기가 어렵다.

문득 ‘강한 사람은 모든 비바람을 이겨낼 수 있지만, 약한 사람은 평범한 순간에 무너진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인생 자체를 다시 시작할 수 없지만 모든 선택 지점에서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시간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희망을 보게 하며, 동시에 많은 과거와 슬픔을 잊게 한다. 심지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법을 가르쳐 준다.

 

창문을 여니 차가운 겨울바람이 얼굴에 온다. 창밖은 얼어붙은 바람과 땅이다. 그러니 찬바람에 취한다. 필자 역시 베이비부머의 정점 세대로서 척박한 고생도 했고 복도 누렸던지라, 어떻게 보면 삼수를 가든 갑산을 가든 누가 뭐라 하겠나 싶기도 하지만, 일단 마음이 편하지 않은 날들이 많다. 누군가는 외로움도 하나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Young man is walking on the Cammino de Santiago de Compostela.

얼핏 원고 마감이 오히려 더 고요하고 마음이 풍요로울 때가 많다. 그렇듯 우리의 마음이 어떻든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뒤돌아보지 말고, 산천을 보아야 한다. 바로 평범한 일상과 우리가 마침내 소중함을 알게 된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기에 말이다. 미리 불안해하거나 고민을 예측하지 말고, 오늘을 걸으며 현재를 살고, 그저 하루하루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그리고는 또 몽상가의 말 같지만, 영혼이 가까운 사람끼리 자연스럽게 서로 맞추어 좋은 차 한잔과 술 한잔하는 세상이 딱 좋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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