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주류도매업의 제도를 당장에 하면 전환하면 왜 곤란한 일이 커질까?
조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자/경제학박사)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이사
▴살림농산(한살림), 경영고문
(President, BACCHUS KoreaChief Researcher, AOUR Institute Board member of KIHI Consultant, Salimnongsan(Hansalim Co-op.)
□ 전체 목차
- 정부가 단기적 비용 절감보다 장기적 사회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
- 왜 정책당국은 주류유통제도를 빨리 쉽게 변화시키려고 할까?
- 오래된 주류도매업의 제도를 당장에 하면 전환하면 왜 곤란한 일이 커질까?
- 유통면허 통폐합의 장단점도 비교·분석해 보자
- 알고 보면 경제관과 정책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정책변화의 선택으로 보인다.
- 주류유통 면허 제도를 폐지해도 되는 조건부터 철저히 조사 분석해 봐야 한다.
-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면 점진적이고 보완적인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책실천이다.
- 가장 중요한 일은 비전과 목표의 설정이다. 주류산업 정책의 방향을 잡자.
셋째 연구원들은 규제로 인한 도매면허권 특혜로 “과다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공정위나 기재부, 일부 국회의 입장이 사실일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과연 주류행정 담당 정책 담당자들에게 “종합주류도매업을 비롯한 주류도매업의 영업이윤율이나 순이익률이 얼마인 줄 아는가?” 물으면, “답을 알까?”. 현재 종합주류도매업의 순이익률이 0-1%정도라면 바르다고, 수긍할까? 조사는 해보고 있을까?
과연 그 힘든 현황을 알고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신규 업체들은 얼마나 될까? 면허만 자유화하면 준비된 업체들이 진입하고 시장은 안정화 될까? 자유론의 정책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질문은 연구자들에게 계속되었다.
시장에서는 막연히 종합주류도매업의 이윤이 ‘적정이윤 수준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인터뷰를 해보면 과거에 좋은 시절이 있었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과거지사였다. 물론 아직도 일부 대형업체들의 이윤 규모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극소수였다. 이윤이 많은 소수의 대형업체들을 조사해 보면 수십 년의 경영 노하우와 우량 거래처, 잘 훈련받은 직원들, 홍보역량 등 축적된 경영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거저 규모가 커진 것은 아니라는 말이면서 시장 정황상 그렇게 되기는 어려운 역사를 가진 것이 주류도매업이었다.
제조사와 특정 거래 관계가 있거나 거래할 소매상이 이미 다수 확보된 신규도매상이 아니라면 신규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경우는 이미 과거지사다. 시장이 그동안 많이 투명해졌다. 적자 경영을 아주 오랫동안 하며 버틸 수 있는 재무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새 업체는 아주 드물다. 이전의 세대가 경영하던 때와 아주 상황이 달라졌다.
넷째 수도권 대형도매상들의 월경판매 문제도 단순히 시장 자유화 논리로 해결해서 될 일은 아니었다. 정책자문위원회 자리에서 공직자들은 “세계가 열려있는 세상에 수도권 업체가 부산을 가든 대전을 가든 막는 게 말이 되는가?”라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그 생각이 다르다는 입장도 근거가 필요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에서 보면 거래의 편리성은 매우 기초적인 시장 규칙이었으니 말이다.
그 당시 지역 이동물량이 적었던 때에는 시장 상황을 둘러싼 정보나 인식이 다르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헤어질 수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와서 보면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게 악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현재로 와서 월경 상황을 보자.
이제는 지역도매업체들도 큰 업체들과 시장위축을 견디지 못하는 업체들이 수도권으로 월경을 한다는 정보까지 있다. 물론 영세업체들은 오고 갈 능력이 없다. 면허제도가 흔들리고 시장 혼잡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인구 감소가 극심한 지역의 업체들은 인근 중소도시로 월경을 하기도 한다. 지역 인구 감소는 오래된 일이다. 이런 월경 판매는 왜 발생하고 점점 더 커지고 있을까? 경쟁이 과하기 때문이다. 모든 지역에서 판매를 허용한 상황이니 거래 규정상 문제가 없지만, 제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제 월경을 계속 방치할 경우에는 지역 도매는 물론 지역경제에의 마이너스 영향력이 논의된다. 치명성의 임계점을 알려면 정확한 월경 이동량 파악이 우선되어야 한다. 조사결과 치명적이면 면허 행정은 유효성을 상실하게 되고 대책 논의가 커질 것이다. 게다가 경제 불확실성 제고와 경기 악화로 들려오는 지역 자영업의 붕괴 소식은 지역도매상의 위기와 연결된다. 지역도매상들이 더 무너진다면 결국 시장 불균형이 더 커지게 될 일이다. 내버려 둬서는 안 될 일이 된다.
정보는 업계 내부 정보만으로는 확인이 쉽지 않다. 국세청의 세무정보와 공정위의 협조도 필수적일 것이다. 이대로 “시장의 자율조정에 맡길 것인가? 개입해서 해결해 나갈 상황인가?”에 대해 빨리 의사결정을 해야 할 일이 되고있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와 한국주류연구원의 연구 시대를 시간여행을 하면서 조사 관찰해보면 당시에 자유 거래를 진행하기보다 지역 재규제를 통해 정책전환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가능하다. 하지만 역사에 가정은 무의미하고 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알기 어렵다. 차제에 제도의 전체 기간을 재고해 보자.
도매업의 면허권 외의 지역 판매가 허용된 것은 아주 오랜 1992년도의 일이다. 답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면허규제를 강력하게 유지하는 것이 국세청의 실무지침이었고 꼭 필요한 경우에 다른 지역 월경을 허용해서 업체들의 거래 편이성을 돕고자 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시작은 그랬을 것이다. ‘판매구역제’가 폐지되면서 면허 업체들이 전국 어디서나 영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지역을 넘어 전국 모든 주류도매상이 경쟁하는 무한경쟁 시대”가 제도적으로 시행되었다.
거래상 편의성을 돌보자고 시작한 작은 선의가 시장 상황의 변화로 대규모 월경 및 영업 침탈 행위로 변질하여 버리고 있다. 지역업체들의 도산이 지역 수요 자체의 감소로 인한 것인지, 면허 지역 내부 업체들의 경쟁 때문인지, 월경의 영향인지는 사실상 분리분석이 쉽지 않다. 하지만 월경 총량이 심각한 경우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 된다. 면허 지역 조정과 재규제 과제가 정책적 논의 대상으로 대두되는 것이다.
언론 보도 자료를 보면 경북·대구 지역의 도매업체들도 청도군(도매 3개), 의성군(5개) 등이 감소한다. 사실은 더 있을 것이다. 밝혀지지 않은 업체들의 영업 중단이나 폐업 상황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영세 도매업체들이 대형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고, 다른 지역으로 가서라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본격화되고 있을 수도 있다. 시장 논리가 기회를 주는 것일까? 시장의 혼란을 늘리는 것일까?
현실의 대책으로 아직 기재부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역시 자유경쟁 논리를 기본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시작한 지역 자유 판매 허용을 되바꿀만한 정보가 없다는 판단일 것이다. 실무청인 국세청도 면허권역 재조정이나 재규제 강화를 해야 할 시장 문제 정보가 아직 적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종합주류도매업 중앙회는 본래 회원사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떤 입장을 취하기 어려운 단체일 것이다. 공정위도 부당거래행위가 다수 보고되지 않는 한 대안을 내세우기 어렵다. 조사와 판단이 멈춰진 고요한 시간이 이렇게 흐르고 있다. 대책은 무엇일까?
지역의 도매상 쇠락은 지역 소주사의 판매부진, 도매거래 축소, 지역 소주가 생산 축소, 단가상승, 도매의 판촉비나 지역쇼케이스 감소 등이 소비자 접근성 하락, 현금흐름 악화, 금융비용증가, 투자위축 등의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가설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역의 도매상 쇠락이 계속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지역 소주사의 판매부진, 지역 쇼케이스 업체들의 매출부진. 도매거래 축소, 소매점 신뢰 추락, 지역 소주사 생산 축소, 단가상승, 도매의 판촉비나 지역쇼케이스 감소, 소비자 접근성의 하락, 현금흐름 악화, 금융비용 증가, 투자위축 등의 많은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정통 경제학의 모델에서는 물론 이러한 과정조차 균형으로 가는 과정으로 보고 자유화를 통해 일시적 조정 기간이 끝나면 문제가 사라진 적정 균형상태가 부활할 것으로 가정하고 기대한다. 현실 정책에서는 시장 방치가 최고의 답일 것인지, 정답을 알 수 있는 정보가 아직 없다. 다만 상황이 좋지 않다는 보고를 듣게 될 뿐이다.
일부 연구자들이 문제의 뿌리는 ‘면허규제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잘못된 규제운영과 그로 인한 시장 구조와 과정의 왜곡’이라고 하더라도 일부의 의견일 뿐이다. 면허규제의 자유화가 강점도 많으니까 말이다. 이론적으로도 효율성과 경쟁의 이점도 명료하다. 우선 정책설명이 간결하다. 시장 조정 기간 동안 피해는 있지만 적고 기다리면 해결된다. 현실의 정보, 자본, 지역 수요의 비대칭 상황은 쉽게 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강점이 단점이 되어 버리는 순간을 맞으면 파국이지만 기다리면 파국도 해소된다고 본다.
자유화를 할 경우에 이익을 기대하고 기다리던 신규 업체들도 일부 진입하기 시작할 것이다. 작은 업체들부터 시작하겠지만 점차 대형 물류업들, 심지어 대형 플렛폼 기업들까지도 진입할 수 있다. 빠르게 배달되고 다양한 술을 손쉽게 집에서도 배달이 가능해질 수 있다. 편리해지면 소비자들이 환호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술 문제가 커질 수 있지만 역시 잘 보이지 않는다. 부작용이 표면화되려면 아주 많이 커져야 한다. 안 그래도 시장과 기술에 의해 무너지는 징후가 보이던 제조 도매 소매의 3단계 체제도 시간이 가면서 시장이 경계를 흔들고 나아가 해체될 가능성도 크다. 소비자 선호를 최고로 중시하는 정책체계에서는 그런 상황은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자유화는 그렇게 조용히 큰 변화를 낳을 것이다.
자유시장의 신은 본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결과는 국내외 사례에서 경험한 바와 유사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전국유통망을 확보한 대형업체들의 규모는 더 커지고 지역별 독과점형 업종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예상 가능한 미래다. 중소기업들은 하나둘 서서히 붕괴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유화를 위해 몇 가지 법령을 추가로 개정하면서 시장은 자유도가 점점 더 급물살을 타게 된다. 규제 완화로 인한 변화는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 대가는 정책적 시장관리라는 개념이 사라지는 일이다. 그나마 질서를 모니터하던 인프라나 시장관리를 책임지던 정책당국도 다시는 보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시장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니까 말이다. 시장은 사실상 무소불위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빛의 속도이니 결국 인간지능이 자유화 정책의 관리를 차지하게 될 수도 있다. 무심의 대가는 인간의 자유이자 소멸이다.
정치 권력이나 정책당국의 힘과 지지도 예상대로일 것이다. 정치 권력은 부당거래나 특혜라는 말을 너무 싫어한다. 결국, 시장 교란과 불균형 확대를 걱정하는 일부 당국자들은 사서 고생하자고 하는 이들로 치부되고 말 일이다. 주류 경제학자들이나 정책학자들 집단이 배후에서 지지할 것이다. 실패해도 책임질 일이 없을 수 있다. 지금의 혼란 상황도 그런 상황일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