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 보기(218)
경험을 마시는 여행, 찾아가는 양조장의 새로운 가능성
이러한 변화는 여러 관광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국가통계포털(https://kosis.kr/)의 ‘국민 여행 조사’에 따르면 내국인의 여행 형태는 이미 개별여행이 약 80% 내외를 차지하며 단체 관광을 압도하는 구조로 전환되었다. 과거 여행사 중심의 대규모 패키지 관광은 빠르게 축소되고, 개인이 직접 일정과 소비를 설계하는 자유여행이 사실상 표준이 되고 있다. 여행 목적 또한 변화하여 쇼핑이나 단순 방문보다 음식·휴식·체험 활동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확인된다.
이러한 여행 형태의 변화를 반영한 대표적인 사업 중의 하나가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이다.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역의 우수한 전통주 양조장을 선정하여, 생산·체험·관광이 연계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육성하는 지원 사업이다. 양조장을, 술을 생산하는 생산 장소에서 관광이 가능한 장소로 바꾸는 일을 한 것이다. 특히 최근 전반적인 음주량은 줄어드는 반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술 소비는 감소하는 반면, 술을 ‘경험하는 문화’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에게 전통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인식된다. 이에 따라 찾아가는 양조장 역시 단순 시음이나 체험에 머무르기보다, 방문객이 술을 어떻게 경험하고 기억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동안 견학 프로그램 확대, 시음 행사, 시설 개선 등이 주요 방향이었다면,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특히 변화한 여행 방식과 소비문화를 반영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스토리 기반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젊은 여행객들은 단순히 상품을 소비하기보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경험을 함께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양조장을 방문해 술을 한두 잔 마시는 것보다, 그 술이 어떤 역사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어떤 지역의 농업 환경과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어져 왔는지를 듣고 직접 체험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예를 들어 전통 누룩을 만드는 과정이나 계절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빚어지는 술의 특징을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이나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전통주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하는 체험 프로그램 등은 단순한 시음 행사보다 훨씬 깊은 기억을 남긴다. 이러한 경험은 방문객들에게 술을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공간 자체를 콘텐츠로 만드는 양조장’이다. 최근 젊은 세대의 여행 문화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공간의 매력이다. 독특한 건축, 감각적인 디자인, 사진을 찍기 좋은 장소는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관광지가 ‘포토 스폿’으로 알려지면서 방문객이 많이 증가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하면 양조장 역시 단순한 생산 시설의 모습에서 벗어나 전통 양조 문화와 현대적인 감각이 결합된 문화 공간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오래된 양조 도구와 발효 공간, 숙성 공간 등을 하나의 전시 공간처럼 구성하거나, 전통적인 분위기와 현대적인 디자인을 함께 살린 공간을 만들어서 방문객들은 그곳에서 술뿐 아니라 공간 자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는 술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젊은 세대는 과거처럼 술을 많이 마시는 방식보다 다양한 맛을 경험하고 자신에게 맞는 술을 찾는 방식의 소비를 선호한다. 따라서 한 번에 많은 양을 마시는 시음 방식보다는 여러 종류의 술을 조금씩 경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음식과 전통주를 함께 즐기는 페어링 경험 등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또한, 전통주를 와인처럼 향과 맛의 특징을 설명하고, 어떤 음식과 어울리는지를 소개하는 방식 역시 젊은 소비자들에게 흥미로운 접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전통주를 어렵거나 낯선 술이 아니라, 즐기고 탐색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의 새로운 전환은 ‘얼마나 많은 술을 마시게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행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특히 젊은 세대는 새로운 경험을 찾기 위해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찾아가는 양조장은 단순한 양조장 지원 사업이 아니라 지역 관광과 전통주 산업을 연결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찾아가는 양조장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와 농업, 음식과 예술이 결합한 복합적인 여행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술 소비가 줄어드는 시대일수록 전통주는 더욱 문화적 경험으로 확장되어야 하며, 바로 그 지점에서 찾아가는 양조장은 전통주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