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주류도매업의 제도를 당장에 하면 전환하면 왜 곤란한 일이 커질까?
조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자/경제학박사)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이사
▴살림농산(한살림), 경영고문
(President, BACCHUS KoreaChief Researcher, AOUR Institute Board member of KIHI Consultant, Salimnongsan(Hansalim Co-op.)
□ 전체 목차
- 정부가 단기적 비용 절감보다 장기적 사회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
- 왜 정책당국은 주류유통제도를 빨리 쉽게 변화시키려고 할까?
- 오래된 주류도매업의 제도를 당장에 하면 전환하면 왜 곤란한 일이 커질까?
- 유통면허 통폐합의 장단점도 비교·분석해 보자
- 알고 보면 경제관과 정책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정책변화의 선택으로 보인다.
- 주류유통 면허 제도를 폐지해도 되는 조건부터 철저히 조사 분석해 봐야 한다.
-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면 점진적이고 보완적인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책실천이다.
- 가장 중요한 일은 비전과 목표의 설정이다. 주류산업 정책의 방향을 잡자.
◇ 주류정책의 전환을 위한 제도적 장치, 프랑스의 인터프로페시옹 검토
이제 정책 전환을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를 시안으로 연구 검토해야 해야 한다는 사안, 내용을 점검하자.
질적 전환을 위해서 프랑스의 인터프로페시옹(Interprofession) 제도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자. 기존의 대안으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할 때 새 제도를 구상해야 하는 “다양성의 시각”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인터프로페시옹’은 주류를 포함한 특정 산업의 생산자, 가공업자, 도매업자, 소매업자가 모두 참여해 만드는 공동기구다. 법적으로 인정받은 법인격을 가진 공적·사적 혼합기구로, 정부도 감독으로 참여하게 된다. 주세법 하에 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를 두어 감독하므로 공적 사적 혼합기구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인터프로페시옹은 그 참여 범위가 훨씬 넓다. 생산자·도매상·소매상·정부·소비자단체뿐만 아니라 학계 등이 한자리에 앉아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맞춰 운영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춘 것이다. 그래서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주요기능은 살펴보자. 주류업에 국한 시켜 볼 때 시장정보를 수집 분석해서 주류업계 전체에 제공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중 가격정보는 합의된 시장 기준 가격 정보다. 모여 합의한 가격은 담합가격이 아니다. 참여하는 업체들은 일정 비율의 분담금을 낸다. 마케팅, 연구개발, 교육, 품질 관리, 신규 투자 등에 분담금을 사용한다. 지금은 그런 일들이 대부분 각자도생으로 하거나 비어있는 일이다. 시장가격 신호로 자유시장체제다. 인터프로페시옹의 가격은 다르다. 품질보증, 원산지 표시 등에도 기금을 활용한다. 원산지, 생산방식, 유통규격 등을 산업계 스스로 정하고 감독하지만, 정부 규제와 연결이 되어 있어 법적 효력을 갖는다.
합의 기구를 운영하는 장점은 업계의 자율적 영업행위가 공공성을 담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함께 책임지는 것이다. 현재 중앙회 수준에서 하기 힘든 일을 업계가 함께 규칙을 만들고, 정부가 감독해서 담합과 갈등을 예방하고 합의된 규칙 속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은 정책과제를 도매업체들이 자신들의 중앙회 결정만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합의도 어렵고 공공성을 가지기는 더 힘들다. 그 제약을 정부와 소비자, 연구자들. 학계가 생산자, 도매업체, 소매상 등이 한 기구 내에서 협의로, 합의로 극복한다. 소통의 기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공공성, 투명성을 가지고 공동의 활동 등을 하는 기구가 ‘인터프로페시옹’이다.
정부와 같은 자리에서 협의를 하니 정책수립 따로 실행 따로 하던 상황이 사라질 것이다. 공동 분담금은 그 일들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마케팅과 연구개발, 지역축제, 영세부문 활성화 등에 기금을 사용하고 지역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형 인터프로페시옹을 변형해서 한국주류산업에서 작동시키게 되면 협단체들은 이익단체의 수준에서 벗어나게 되고 생산, 도매, 소매 전체 주류산업의 주체들이 함께 시장질서·품질·공공성을 관리하는 공동 거버넌스가 가능해진다. 급한 대로 가능하다면 종합주류도매업부터 시작해도 된다.
주류산업정책의 핵심인 공공성과 투명성
정책 전환의 핵심은 현재 혼란에 빠진 규제정책의 길을 찾는 것이다. 급하다고 급전환해서는 정책효과가 제한적이거나 마이너스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매업계가 지역경제에 대해 얼마나 어떻게 기여하는가?”가 정책목표일 경우 면허권 지역에서 매출을 일으킨 도매업체들이 지역에서 고용하고, 그 지역의 업체들과 공급망을 형성하고, 수익의 일정 부분을 지역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그 내용조차 공동협의기구에서 상의해서 결정하게 된다. 지역 도매업체의 평가지표에 판매 지역에서의 고용, 부가세 납부 여부 등 합의한 과제들을 반영하면 정책목표가 달성된다. 기구의 작동 케커니즘이 그렇다는 것이다. 즉 목표와 도달 방법을 합의하는 기구이니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새 기구가 합의 하에 설치된다면 도매업체들은 면허권의 특혜를 가진 업체가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생산 유통하는 업체로 탈바꿈하게 된다. 지금 받고 있는 오해를 제거하는 아이디어다.
투명성을 달성하는 과업들도 합의해서 정한다. 도매 소매상 간의 외상기간, 무상임대 설비의 범위 등에 관한 거래조건이 플랫폼에 공개된다. 일정 범위를 넘어서는 물품 지원은 불법리베이트로 규정된다. 지역 고용, 세수, 거래 투명성, 부당행위 등을 정기적으로 평가해서 업체의 면허를 기구에 모여 관리한다. 갈등 중재위원회에 정부, 협회, 소매상단체 등이 참여하여 갈등 중재가 내부에서 가능해지는 것이다.
요즘의 핫이슈인 선 거래제도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 ‘거래선 고착’은 본래 금지가 규칙이다. 그러나 합의해서 관계의 범위를 정하면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업계의 자율로 제도를 추진하고 정부가 함께 감독하는 이중 장치를 가지는 것이다. 공공성이 제도와 거래 속으로 내재화된다. 도매소매 정부가 함께 룰을 정하고 조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능한 부분부터 해결하고 늘려나가는 것이 상책이다. 합의된 거래제도로 내재된 소통을 통해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하는 기구의 설립, 해 볼 만 한 일이 아닐까?
지금 우리나라와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거래행위를 “불공정 거래행위로 엄격하게 제재”하는 것이 관례다. 거래가 공동합의 기수를 통해 공공성과 투명성을 가질 경우 일정 범위를 가진 특수관계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 21세기의 선진국 한국 정부가 그 자율 공유, 협치형 정책을 모를 리는 없다. 그렇다면 그, ‘오스트롬식 합의 협치 정책’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첫째 이유는 우리나라의 행정이 유럽형 협치보다 미일형 법령기반 통제시스템의 계보 하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극복해야 가능해진다. 자율규제나 공동관리가 시장자유조정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는 것이다. 합의에 의한 다중심적 관리(polycentric governance) 모델은 한국의 일반적인 “수직적 행정 구조(기재부 → 국세청 → 세무서)와 충돌한다. 넘기 어려운 산이다.
둘째 이유는 정부가 ‘신뢰 기반 자율’보다 ‘규범 기반 통제’를 선호하는 데 있다. 아직 신뢰가 형성되지 않아 못한다고 하면 업계에서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택배업의 최소 임금 가이드라인이 합의에 의해 설치된 것이 특수 사례라는 것이다.
합의로 규제정책이 개선된 사례를 택배 서비스업으로 찾아보자.
정부가 택배 시장을 자유화한 결과 단가 경쟁과 택배원들의 과로사가 발생했을 때의 일이다. 작은 택배업체들이 퇴출당하고 대형택배사 3~4개로 시장이 재편되었다. 대형업체에서 하청 지입 구조로 일하는 기사들은 단가인하의 희생양이 되었다. 가격 인하로 소비자효용을 늘릴 수 있지만, 기사들이 희생되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택배업에서는 협의기구를 만들고 합의를 통해 규제방식의 전환을 단행했다. 합의를 통해 개선에 성과를 보게 된다. 2000년~2010년 동안 택배 시장은 그야말로 과잉경쟁 상태였고 많은 기사들의 희생을 요구한 시절이었다. 택배기사 과로사가 16건이 발생했었다. 택배산업의 문제는 경쟁이 너무 크고 질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때 국토교통부(정부)와 택배기사들과 택배 노조, 택배사들, 소비자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숙의를 했다. 2021년 7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통과되었다. 택배 기본요금을 일정 범위 이하로 낮추지 못하게 하는 최저요율 가이드라인이 제도화되었다. ‘합의기구’를 만들어 힘을 합쳐 ‘시장’을 넘어섰고, ‘규제의 벽’을 넘어 공론장이 성과를 낸 것이다.
먼저 간 동료 택배기사들의 영혼이 힘을 보태준 결과인지도 모를 일이다. 합의하고 숙의한 결과 결국 다른 질적 규제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도매업에서 관련 ‘숙의 활동이나 합의 기구 설립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못 할 일은 아니라는 게 연구자들의 생각이다. 이대로 경쟁이 더 심해질 때 주류도매업이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합의하는 것, 서로 신뢰하고 해결방안의 자리에 함께 앉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규제를 푼다는 구호는 공정위나 기재부가 통제 권한을 확보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또한 합의, 협치, 공유기금 설계 등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성과주의 행정에는 맞지 않다.
하지만 잘 안될 수 있는 정치경제적 이유도 있다.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시장에 맡기는 정책은 대기업에 유익하다. 시장과 규제는 항상 결탁하게 되는데 명분은 도매, 소상공인, 지역경제 등은 비효율이라는 낙인이 있다. 규제를 푼다는 구호는 공정위나 기재부가 통제 권한을 양보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합의, 협치, 공유기금 설계 등에는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린다. 성과주의 행정에는 맞지 않는다. 청와대에서 ‘공정성’ ‘지역경제’, ‘진짜 성장’을 외쳐도 실무 행정라인에서 ‘효율성’과 ‘단기성과 중심 정책’을 지금까지와 같이 지속한다면 ‘협치 모델’은 설 시간도 공간도 없을 것이다. 정치 프레임이 바뀌더라도 정책 언어와 사고가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랜 경험이 시사한다. 종합주류도매업 협회가 협치 개선안을 가져가도 행정부가 요지부동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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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들을 보자. 사실 주세법·공정거래법 모두 ‘자율규제·상생협약’ 개념이 없다. 규제를 질적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통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정책 실무는 국세청·공정위·기재부가 추진하고 있고, 지역경제·사회적 효과는 중요성을 강조할 수는 있지만, 그에 대한 평가체계는 어디에도 없다. 중앙정부는 “정량데이터”위주로 행정을 하지 않겠는가. 관료제도의 인센티브 구조로 보아도 “기존을 유지하는 안전한 결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혁신적 자율 협치모델”은 사실 누구에게나 리스크다. 성공을 보장하려면 위기만이 아니라 관계적 성숙도 필요조건이다. 결국 정책적 보수성, 단기 성과주의 관료, 신자유주의 언어의 지배 상황, 새 체제의 운영조건 부재 등의 상황을 벗어나려면 치밀하고 심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혁신적 정부가 선다 해도 정책현장의 변화는 사실 쉽지 않다.
지역 상생이나 도매권역 관리 같은 분권형 실험, 재규제 등도 모두 막힐 공산이 크다. 통상 기재부가 모든 부처의 재정·세정 관련 사안을 통제한다. 공정위는 ‘시장 중심 경쟁 패러다임’에 고착된 상황이고, 공정위 내부에서도 “협동조합·자율규제형 모델”은 비주류의 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정책이 받아들여져서 실행해도 단기성과를 보면 의미 없다는 판단이 설 수 있다.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행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노력해 보는 것이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배경으로 한 관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협치”나 “공유”라는 언어보다 “위험 관리, 비용 절감, 세수 안정”이라는 현장에서 익숙한 용어를 사용해 보자. 같은 말인데도 보다 적극적 협력이 쉬워질 수 있다.
“협치”나 “공유”라는 언어보다 “위험 관리, 비용 절감, 세수 안정”이라는 행정 현장에서 익숙한 용어를 사용해 보자. 같은 말인데도 더욱 적극적 협력인 손쉬워질 것이다.
새로운 질적 규제를 제안하기보다 ‘리스크 최소화형 질적 규제’라고 바꾸어 친밀하게 제안하면 좀 더 나을 수 있다. “공유거버넌스”는 “세수누락 방지형 공동관리제”라고 해 보자. 보다 확 다가오는 정책용어가 아닐까? “기금”은 “면허 유지비율에 연동된 지역세수 환류 메커니즘”이라고 할까. 지역경제에 초점을 맞추는 새 정부의 방향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리고 지지자들을 더 모을 수 있는 정책언어를 사용하자.
정책 대화의 언어도 바꾸어야 성사가 된다. “시장 자유화와 규제 강화”의 대결 구도가 되어서는 정책전환과 채용이 쉽지 않다. 시장을 더 잘 함께 사용하고, 규제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당장 서로서로 이익이 큰 질적 전환을 하자는 것이다. 위험도 줄이고, 새는 세금도 복원시키고, 지역을 키우고 함께 계약을 논의해서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