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술, 아무려면

술, 아무려면

 

임재철 칼럼니스트

 

임재철

술을 안 마시면 문화생활이 윤택해질까. 그렇다면 앞으로 백 년 동안 술 안 마셔야지… 하다가 옆을 돌아보니 친구 무리들이 소맥을 한 드럼통 말아 놓은 걸 보게 된다. 바람 잘 날 없는 세상인데, 술 피해 댕기기도 빗방울 피해 댕기기보다 어렵구나. 바람과 비 앞에서도 때로는 상관없이 마시고, 사람답게 사는 것이 위대한 예의 인지라 그 상황을 받아들이며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렇듯 세상의 모든 좋은 것과 기대하는 것도 운명적이거나 적절한 시간에 만나거나 충동적으로 왔다 갔다 한다. 그래서, 인생 아닌가. 세월은 가볍고 편안한 술잔과 강산은 길다. 그런데 술과 사랑은 공통점이 있다.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만 천국이다. 넘치는 순간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술과 사랑에 취하는 순간 뒷일을 다 잊는다. 언제까지나 그 천국이 지속할 것이라 믿는다.

 

더욱이 술과 사랑에 중독이 되었을 땐 이미 늦어버린다.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메뚜기 떼에 습격을 당한 콩밭처럼 처참하게 폐허가 된다. 그래서 예로부터 술은 석 잔, 사랑은 세 걸음 밖이라는 말이 전해져 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가는 바람처럼 이런 말에 겁먹는 사람은 술 마실 자격도 사랑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무엇이든 죽도록 맹목의 길을 가 본 적 없는 사람에겐 지옥의 매혹도 천국의 구원도 따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죽을 결심 없이 술과 사랑에 빠져들지 말 일이다. 죽도록 취하지 않을 거면서 술은 왜 마시고, 죽도록 탕진하지 않을 거면서 사랑엔 왜 눈을 빠뜨리시는가. 으으~ 스토리텔링은 근사하지만 실은 지켜질 수 없고, 집착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 굳건히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반드시 스스로를 통제하고, 자제하며, 깊이 있는 사고를 견지하고, 경솔함을 버리고, 심신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사실, 끊임없이 술과 사랑에 손을 들고 발을 담그는 사이 잘못된 술을 하고 잘못된 사랑에서 잘못된 시간의 손실을 멈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큰 정신이고 지혜다. 모든 것은 인과가 있고 사랑은 물과 같다고 하지만 인생길에서 다른 사람과 술잔을 나누고 또는 사랑하는 것이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는 것처럼 비롯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한 번의 여행 같은 인생에서 애틋한 술꾼들에게 가장 슬픈 것은 술잔을 그냥 놓고 헤어지는 것이리라!

모든 사람의 삶은 각자의 트랙이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붙잡고 진지하게 잔을 채우며 그 안에 담긴 사람의 마음을 찾아야 한다. 술에 대한 글을 쓰고 있지만, 필자로선 매일 술을 마시는 삶을 권하지 않는다. 그러니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즐거운 술, 딱 한 잔에 취(醉)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벗 삼아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는 거다.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술잔 속의 감동적인 시간들이 마음을 깊이 사로잡는 그런 술좌석이면 더욱 좋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글로벌 Z세대 사이에서 맥주·와인 등 주류에 ‘얼음’을 넣어 차갑게 즐기는 문화가 새로운 음주 트렌드로 자리 잡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즉 이들에게 맥주와 와인을 마시는 가장 상쾌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통 주류 애호가들과 의견 차이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만의 취향에 따라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뒤돌아보면 한때, 더운 여름이면 우리도 ‘잔’을 미리 냉동실에 넣어 그 잔에 맥주 등을 마신 기억이 떠오른다.

매년 여름, 올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예측 앞에서, 젊은 세대가 이런 기후 변화에 얼음을 곁들인 차가운 술을 들이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서글프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가령 뜨거울 때 스위스의 설산 아래 어느 한 곳에서 잔을 들어 지금의 낭만이 미풍과 함께 영원하도록 하면 좋겠지만, 옛날부터 여름철의 피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따가운 햇볕을 피해서 그늘지고 물이 흐르는 서늘한 계곡을 찾아 더위를 식히며 좋은 사람들과 한잔 기울이는 것도 좋은 피서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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