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

김준철의 와인교실(47)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

 

김준철 원장 (김준철 와인스쿨)

 

 

와인은 최고의 건강음료이며 가장 위생적인 음료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사람을 뽑으라면 나폴레옹보다는 파스퇴르를 뽑는다. 이들은 수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킨 파스퇴르를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화학에서 미생물학으로

파스퇴르는 1822년 프랑스 동부에 있는 쥐라(Jura) 지방의 돌(Dole)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가죽 가공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아르부아(Arbois)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파스퇴르가 과학계에서 처음으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848년 주석산(Tartaric acid)과 그 이성질체 라세미산(Racemic acid)이라는 물질이 광학 이성질체임을 밝혀내 이학박사가 된 때부터다. 1854년 릴(Lille)대학교 이과대학 학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릴은 알코올산업의 중심지로 사탕무를 이용하여 알코올을 제조하고 있었다. 1856년에는 학부형 의뢰를 받아 맥주의 산패에 대해 연구하면서 현장을 방문하고 시료를 가져와 현미경으로 조사한 결과, 알코올발효는 둥근 모양의 이스트가 일으키고, 산패는 막대형 초산균이 일으킨다고 확신하고, 발효는 화학적인 과정인 동시에 ‘생명과 관련된 현상’이라는 생각을 하고, 우유, 와인, 식초의 오염에 대해서도 연구를 시작하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발효는 화학적인 현상이고, 생명의 자연발생설이 지배적인 시절에 감히 발효가 미생물의 작용으로 일어난다고 주장한 것은 대단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이 사실을 실험을 통해 증명해 보려고 백조의 목처럼 긴 가지가 달린 플라스크 안에 발효가 가능한 여러 가지 액체를 넣고 끓여서 밀봉한 후에는 아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자연발생설을 부정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리고 정상적인 알코올발효는 이스트가 비정상적인 발효는 젖산균과 같은 다른 미생물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그는 화학의 영역에서 생물학의 영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와인업계의 은인

1863년에는 프랑스에서 수출했던 엄청난 양의 와인(5억 프랑)이 부패하는 큰일이 일어나자 나폴레옹 3세는 파스퇴르에게 부패 방지 연구를 의뢰한다. 파스퇴르는 알코올발효가 끝난 와인이라는 데 착안을 하여, 이스트의 역할은 끝나고 다른 미생물들이 와인을 부패시킨다고 생각하고, 가열하는 방법으로 미생물을 살균하였지만, 와인의 풍미가 사라지는 단점이 있어서 저온으로 살균하는 방법을 고안한다. 55℃ 정도로 가열하면 와인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웬만한 미생물은 사멸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 방법을 그의 이름을 따서 ‘파스퇴라이제이션(Pasteurization)’이라고 하며, 그의 저온살균법은 와인 뿐 아니라 맥주, 우유 등의 장기 보관도 가능하게 만든다.

 

발효 연구는 또 다른 성과물을 낳았다. 1865년 그는 프랑스 정부의 요청으로 당시 프랑스의 양잠업을 위협하던 누에 병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생물체의 질병도 미생물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누에 병의 원인이 세균임을 밝혀내고 누에 알은 오염이 되지 않으니까, 병든 누에만 폐기하면 병의 전염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보여주었다. 이로써 미생물이 번식하기에 좋은 불결한 환경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오염방지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연구를 진행하던 1866년에 『와인의 발효, Etude sur le Vin』를 출간하면서 발효의 종류와 미생물과의 관련성을 밝히고 와인양조 과정을 과학에 의거해 설명하기도 했다.

 

백신의 성공

이어서 파스퇴르는 1877년부터 인간과 고등동물에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그는 1880년 가축이 잘 걸리는 전염병인 탄저병과 닭 콜레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여 이 질병의 해결을 위한 예방접종법을 개발했다. 그 후 광견병에 걸려 죽은 토끼의 척수를 꺼내 건조시킨 다음 잘게 잘라서 용액으로 만들어 이를 개에게 접종시키면 다시는 광견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백신이 인간에게도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1885년 미친개에게 물린 소년을 대상으로 이 백신을 사용하여 광견병을 예방하기에 이른다. 그는 “백신 실험의 성공은 프랑스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파스퇴르는 미생물학의 기초를 다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였고, 그는 질병과 미생물의 관계를 최초로 명확하게 규명하여 전염성 질병의 원인이 병원성 미생물이라는 학설을 완성한 것이다. 백신(vaccine)은 파스퇴르가 제너의 천연두 예방법을 기리기 위해서 자신이 개발한 광견병 예방법을 백신이라고 명명하였는데, 이는 소를 뜻하는 라틴어 vacca에서 유래한 것이다.

 

각 분야에 걸쳐 수많은 공적을 이룬 그를 기념하고자 1886년부터 프랑스의 과학아카데미에서는 ‘파스퇴르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한 모금 운동을 전개하여 1888년에 준공식을 한다. 파스퇴르는 이 연구소의 초대 소장으로 취임했으며, 이 연구소는 현재 프랑스는 물론 세계 의학 연구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파스퇴르는 1895년 일흔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의사가 아니면서도 가장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한 그의 장례식은 프랑스 정부가 주도하는 국장으로 치러졌다. 나폴레옹 장례식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파리 거리를 온통 메웠고, 그의 시신은 파스퇴르연구소 지하에 묻혔다. 현재 연구소의 일부는 그를 기념하는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파스퇴르(Louis Pasteur)의 아버지, 장 파스퇴르(Jean Pasteur)

“와인 한 병에는 세상의 어느 책보다 더 많은 철학이 들어있다.”라는 말은 사실 파스퇴르가 한 말이 아니고, 그의 아버지인 ‘장 파스퇴르(Jean Pasteur)’가 유학 가 있는 아들 ‘루이 파스퇴르’에게 쓴 편지 내용에 있는 말이다. 그러면서 그 아버지는 아들에게 와인을 자주 마실 것을 권했다. 우리 식으로 이야기한다면 서울에서 유학 생활하고 있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막걸리 한 병에는 세상 어느 책보다 더 많은 철학이 들어있다. 막걸리를 자주 마시도록 해라”라고 편지를 보내는 것과 같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와인은 술로 취급되지 않았던 때이기도 하다. 파스퇴르 아버지는 나폴레옹 전쟁에 참여했지만, 신분이 시원찮아서 전후에 보상을 잘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김준철와인스쿨(원장)▴한국와인협회(회장)▴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프레즈노캠퍼스 와인양조학 수료

 

◈ 저는 26년 7월을 기해 와인업계를 떠납니다. 그동안 시원찮은 제 글을 읽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 그동안 와인에 대한 많은 상식과 숨어 있는 이야기를 써 주신 김준철 원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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