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 보기(221)
양보다 가치의 시대, 2026 국세통계연보로 본 주류시장 변화
먼저 전체 주류시장을 살펴보면 지속적인 감소세가 뚜렷해졌다. 2024년 전체 주류 출고량은 315만 1,371 kL였으나 2025년에는 298만 7,726 kL로 16만 3,645 kL(5.2%) 감소하였다. 출고금액 역시 10조 575억 원에서 9조 6,951억 원으로 3,623억 원(3.6%) 줄었다. 2022년 이후 출고량은 꾸준히 감소해 왔지만, 출고금액은 프리미엄 제품 확대와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25년에는 출고금액까지 감소하면서 국내 주류시장이 본격적인 감소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특정 주종의 부진이라기보다 시장 전체가 축소되는 흐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품목별로는 여전히 맥주와 희석식 소주가 국내 주류시장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2025년 출고금액 기준으로 맥주는 4조 676억 원(41.9%), 희석식 소주는 3조 6,824억 원(38.0%)을 기록하여 두 품목이 전체 출고금액의 약 80%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시장 구조는 수십 년째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두 품목의 변화 양상에는 차이가 나타난다. 맥주의 출고금액은 전년 대비 5.37% 감소하여 전체 시장 평균보다 감소 폭이 컸던 반면, 희석식 소주는 2.07%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맥주의 시장점유율은 42.74%에서 41.95%로 0.79%p 하락한 반면, 희석식 소주는 37.39%에서 37.98%로 0.59%p 상승하였다.
절대적인 판매 규모는 모두 감소했지만, 맥주의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더 컸기 때문에 희석식 소주의 비중이 소폭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유율 변화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시장 전체의 축소이다. 맥주와 희석식 소주를 합한 출고금액은 8조 586억 원에서 7조 7,500억 원으로 3.83% 감소하였다.
하지만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13%에서 79.93%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는 특정 주종으로 소비가 이동했다기보다 음주 빈도의 감소와 건강을 고려한 소비문화 확산 등 사회 전반의 소비 패턴 변화가 주류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통주 시장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를 합한 전통주의 출고량은 2024년 2만 2,978 kL에서 2025년 2만 2,284 kL로 약 3.0% 감소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전체 주류시장 감소 5.2%에 비해서는 적은 감소 폭이다. 반면 전통주의 출고금액은 1,374억 원에서 1,459억 원으로 6.2% 증가하였다. 전체 주류시장이 출고량과 출고금액 모두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대조적인 결과이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주 시장이 용량 중심에서 가치 중심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리미엄 제품의 확대와 지역특산주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가 출고금액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전통주가 전체 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출고량 기준 약 0.75%, 출고금액 기준 약 1.5%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통주는 단순한 시장 규모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산업이다. 지역 농산물 소비 확대, 농촌경제 활성화, 지역문화 보전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함께 최근 확산되고 있는 개인 취향 중심의 소비 트렌드와도 잘 부합되는 분야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탁주가 여전히 지역특산주의 중심에 있다. 2025년 지역특산주 전체 출고량 2만 1,048kL 가운데 탁주는 1만 2,852kL로 61.1%를 차지했으며, 출고금액도 609.8억 원으로 전체의 44.3%를 기록해 가장 큰 비중을 유지했다.
특히 지역특산주 전체 출고량은 2024년 2만 1,635kL에서 2025년 2만 1,048kL로 2.7% 감소했지만, 탁주는 1만 2,238kL에서 1만 2,852kL로 5.0% 증가했다. 특히, 출고금액은 482.2억 원에서 609.8억 원으로 26.5%나 증가하며 다른 주종과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탁주가 이러한 증가세를 보인 이유는 최근 저도주 선호와 ‘가볍게 즐기는 술’ 문화의 확산으로 생각이 된다. 특히 출고금액의 증가는 단순한 물가 상승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과거처럼 특정 업체의 일시적인 성장에 의해 시장이 확대된 것이 아니라, 탁주 전반의 고급화가 진행되면서 제품 단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프리미엄 생막걸리와 지역 양조장 제품의 유통망 확대,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이 이어지면서 막걸리는 전통적인 서민 주를 넘어 지역성과 품질을 갖춘 프리미엄 발효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출고금액 증가를 견인한 주요 요인으로 판단된다.
반면 증류식 소주와 과실주, 리큐르는 생산량 비중은 낮지만 출고금액 비중은 높아 고부가가치 품목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증류식 소주는 2024년 대비 출고량과 출고금액이 모두 감소하며 성장세가 다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도주와 하이볼, RTD 등 가볍게 즐기는 술에 대한 선호가 확대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또한, 시장 경쟁 심화와 경기 침체로 고가의 프리미엄 증류주 소비가 위축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러한 감소를 시장 침체로만 볼 필요는 없다. 증류식 소주는 이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생산량 확대보다 원료의 차별성, 숙성 기술, 지역성, 브랜드 스토리, 음식과의 페어링 등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얼마나 제공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이번 국세통계연보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국내 주류시장이 더 양적 성장만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주류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전통주 역시 생산량만 놓고 보면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통주는 출고금액이 증가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전통주 산업은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전략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차별화된 제품 개발, 저도주와 프리미엄 제품의 확대, 음식과의 페어링 문화 정착, 관광과 연계한 체험형 소비 강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앞으로의 전통주 산업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보다 ‘얼마나 높은 가치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2026년 국세통계연보는 이러한 국내 주류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