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30) 溫故知新
한국의 술 색깔을 가장 이상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황금주(黃金酒)
시제(詩題) 밑에 ‘주서 이경은, 정문중, 내한 권경중과 함께 받다(與注書李景誾鄭文仲內翰權敬仲同拜賜)’라는 부제(副題)와 함께
一葉踈桐隕未央(성근 오동잎은 아직 절반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佳辰寵賜並榮光(좋은 날에 은총을 내리시니 아울러 영광이네). 瓊餐潤帶祥雲膩(좋은 반찬이 띠를 적시니 상서로운 구름은 기름지고), 金液濃涵瑞露香(황금액체 ; 황금주가 농염하게 익으니 상서로운 이슬도 향기롭네). 天上會星何足道(천상에서 만나는 별들을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人間乞巧不須詳(인간의 걸교도 상세하게 알 수 없네). 微臣濫荷昇平樂(보잘 것 없는 신이 외람되이 태평성대의 즐거움을 누리게 되니), 旣醉詩成武道長(이미 취하여 시를 짓고 오래도록 춤추네).
라는 내용이다. 시 내용 중 눈에 띄는 것이 ‘金液濃涵瑞露香’으로, 이때의 ‘금액농함(金液濃涵)’을 “황금주(黃金酒)가 농익었다”로 해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이 맞는다고 한다면, ‘황금주’는 임금이 신하들에게 내리는 ‘선온(宣醞)’이었음을 알 수 있고, 궁중에서도 ‘황금주’가 빚어졌다는 단초가 된다. 그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황금주’는 술 빛깔이 황금색을 띤다는 데에서 유래한 이름이니, 금액(金液)으로 표현될만한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황금색의 술이야말로 한국의 술이 일본의 ‘사케’나 중국의 ‘황주’와 차별되는, 한국의 술 색깔을 가장 이상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 왔다. 장차 도래할지도 모르는, 한국 술의 일본주화 경향(日本酒化傾向)에 따른 가장 근본적인 차별성을 확보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어떻든 ‘황금주’는 반가에서 널리 빚어졌던 주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황금주’는 추석과 같은 명절 차례 상에 올리기에 최적격의 전통 청주라고 할 수 있겠다. 술빛깔이 좋은 술은 향기 또한 좋아서 ‘청향(淸香)’을 통해서 신의 감응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황금주’를 기록한 문헌의 수에서도 그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는데, <山家要錄>을 시작으로 <需雲雜方>과 <要錄>, <酒饌> 등의 한문 기록과 <음식디미방>을 비롯하여 <蘊酒法>과 <金承旨宅廚方文>, <봉접요람>, <양주방>, <홍씨주방문> 등은 한글 기록에 10차례, 한글과 한문 혼용의 <釀酒集>과 <주방(임용기 소장본)>에 2차례 등장한다.
이른바 ‘술 빛깔이 황금처럼 밝은 노란색을 띤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황금주’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山家要錄>과 <음식디미방>인 만큼, 이들 기록을 중심으로 주방문을 살펴보고, 다른 문헌과의 차이점 등에 대해 언급하기로 한다.
<山家要錄>에 “白米二升 浸水經宿 更洗七八度細末 水一斗 作粥 待冷. 匊一升 冬七 春秋五 夏三日 粘米一斗 熟蒸待冷 和本酒入瓮. 七日後 用之. 甘苦備具. 多少 以此推之(백미 2되를 물에 담가 밤재워 불렸다가, 다시 씻어서 7~8회 곱게 빻아, 물 1말에 죽 쑤어 식기를 기다렸다가, 누룩 1되 섞어 빚어서 항에 담아 안치고 겨울은 7일, 봄가을은 5일, 여름은 3일 익힌다. 점미 1말 쪄서 식기를 기다렸다가, 밑술과 화합하여 독에 담아 안치면 7일 후에 쓸 수 있다. 달고 쓴 맛이 있다. 많게 하고 적게 하고는 이에 비례하여 미루어 하라.)”고 하였다.
술 빚는 법에 있어, 밑술은 멥쌀가루를 곱게 하여 죽을 쑤어 식으면 누룩 2되와 섞어 빚고, 발효되면 찹쌀 1말로 고두밥을 지어서 식기를 기다렸다가, 밑술과 합하여 덧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金承旨宅廚方文>과 <要錄>, <酒饌>에 수록된 ‘황금주’ 또한 <山家要錄>의 주방문과 동일하다. 다만, <酒饌>에는 ‘석임(腐本)’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山家要錄>보다 220년 후의 기록인 <음식디미방>의 주방문을 보면, “백미 2되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갔다가 밤을 재워 작말하여 끓인 물 1말에 죽(범벅)을 쑤어 차게 (식거든) 누룩가루 1되를 섞어 넣었다가, 여름이면 3일, 봄이나 가을이면 5일, 겨울이면 7일 만에 찹쌀 1말을 백세 하여 찌고 식거든 밑술에 넣었다가, 7일 후에 쓴다.”고 하여 죽이 아닌 범벅으로 바뀐 것을 살필 수 있다.
<需雲雜方>을 비롯하여 <양주방>과 <蘊酒法>에서도 <음식디미방>과 같은 주방문이 기록되어 있는데, <양주방>은 2배의 배합비율을, <蘊酒法>에서는 3배의 배합비율로 빚는 방문을 수록하고 있으나, 술을 빚는 방법이 동일하고 덧술의 발효기간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들 두 문헌의 방문에서 보듯 ‘황금주’는 밑술을 멥쌀 2되로 ‘죽’이나 ‘죽(범벅)’을 쑤어 빚고, 덧술을 찹쌀 1말의 비율로 고두밥을 지어 빚는 2양주가 주류를 이룬다는 사실과 함께, 그 차이가 밑술의 ‘죽’과 ‘죽(범벅)’이라는 쌀의 가공방법에 기인한 것이며, 계절에 따라 밑술의 발효기간에서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두 가지 주방문을 바탕으로 하는 ‘황금주’는 무엇보다 밑술의 죽이나 범벅을 고르게 잘 익히는데 있으며, 술덧이 너무 끓어서 품온이 35℃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하고, 덧술의 고두밥은 잘 익히되, 고두밥이 질거나 또는 말라서 굳어지지 않게 하고 가능한 차갑게 식혀서 빚어야 한다.
한편, <봉접요람>의 ‘황금주’는 단양주로, “점미 일두 백세 하여 익게 쪄 식거든, 끓인 물 열 되 드는 한 병에 섭누룩 서되 풀어 버무려 넣었다가, 사오일 후에 위를 헤치면 맑게 괴나니라.”고 하여 앞서의 ‘황금주’와는 전혀 다른 주방문을 보여주고 있으며, <홍씨주방문>에는 “백미 한 되 백세 작말하여 구멍떡 빚어 익게 삶아 채와 가장 바랜 누룩가루 깁체에 쳐 한 되를 떡에 쳐 넣었다가, 이튿날 점미 한말 옥같이 쓸어 담갔다가, 물 한 복자 놓아 익게 쪄 더운 김에 밑술에 버무려 사리야 더운데 넣어 익으면 꿀같이 단나니라.”고 하고, 주방문 머리에 “이것이 ‘오월 감향주’라 하나니라.”고 하였으나, ‘감향주’와 유사하지는 않고, 따뜻해지는 때에 빚는 술임을 알 수 있다. 주방문 말미에도 “적게 맵게 하라 거든 두어날 후 한데 놓아 익히고, 맛 참 달기 하려거든 뜨신데 놓아 익히라. 온갖 술 다 물과 밥을 섞고 식기 조심하나니라.”고 하였다.
한편, <酒方(임용기 소장본)>에는 이제까지 보아 온 ‘황금주’와는 전혀 다른 주방문을 엿볼 수 있는데, 밑술과 덧술 두 차례에 걸쳐 무르게 지은 고두밥을 사용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주방문을 보면, “졈미(粘米) 되(一升) 즐게 밥 지어 진국(麯) 되(一升) 쳐 비져 두어다가 삼일(三日) 만의 졈미(粘米) 말(一斗) 로밤(一夜) 담(沈)아다가 찌되 물(水) 셰 복쥬 부어 익게 식거든 그 슐밋싀 셧거 셔늘게 두엇다가 칠일(七日) 만의 쓰라. 극열(極熱)의 슐항(酒甕)을 물의 채여 두라.”고 하였다. 밑술에 양주용수가 사용되지 않고, 여름철에는 수중양법을 사용한다고 한 것으로 미루어 사시사철 빚을 수 있는 주방문임을 암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釀酒集>의 ‘황금주’는 3양주로서, 술 빚는 법이 매우 독특하다. 일테면, 밑술에서 멥쌀은 설기를 짓고 찹쌀은 죽을 쑤어 사용하고 있어, 대전지방에 전해오는 ‘노산춘’의 주방문과도 흡사한 점을 엿볼 수 있는데, 덧술과 2차 덧술에서는 설기를 물에 풀어 죽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 차이를 나타낸다. 특히 대개의 3양주류에서는 알코올도수가 높고 맑은 술을 얻기 위하여 2차 덧술을 고두밥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본 방문과 같은 술빚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황금주’ 주방문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황금주’는 술 이름이 암시하듯 밝고 맑은 황금빛깔의 술을 얻어야 하는 것이 본 주방문의 과제이다. 따라서 그 요령은 모든, 쌀가루로 빚는 밑술의 경우, 특히 고운가루로 빻아서 고르게 익히고, <釀酒集>의 3양주법 ‘황금주’는 특히 2차 덧술용 쌀가루를 곱게 빻아야 하고, 무른 떡이 되도록 잘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 황금주법 <金承旨宅廚方文> <산가요록(山家要錄)> <주찬(酒饌)>
◇술 빚는 법 ▴밑술 ① 멥쌀 2되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 ② 물 1말을 솥에 담고 끓이다가 (따뜻해지면, 3되 정도를 쌀가루에 붓고 개어서 아이죽)을 만든다. ③ 물솥의 물이 팔팔 끓으면 (아이)죽을 합하고, 주걱으로 천천히 저어주면서 팔팔 끓는 죽을 쑤고, 넓은 그릇에 퍼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 차게 식힌 죽에 누룩가루 1되를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봄 가을은 5일, 여름은 3일, 겨울은 7일 후에 덧술을 해 넣는다.
▴덧술 ① 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 찹쌀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내고 고루 펼쳐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밑을 새 술독에 담아 안친 후,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일이면 술을 떠서 마실 수 있다. * 주방문 말미에 “칠일 만에 내면 달고 매우니라.”고 하였는데, 석탄주 주방문과 같다.
◈ 黃金酒 <需雲雜方> <要錄> <음식디미방>
◇술 빚는 법 ▴밑술 ① 멥쌀 2되를 백세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재운 다음, 다시 깨끗이 씻어 건져서 작말한다(가루로 빻는다). ② 물 1말을 팔팔 끓여 쌀가루에 골고루 붓고, 주걱으로 고루 개어 술거리(범벅/담)을 만든 뒤,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차게 식힌 술거리(범벅/담)에 누룩가루 1되를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봄가을 5일, 겨울 7일)간 발효시킨다.
▴ 덧술 ① 찹쌀 1말을 백세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깨끗이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무른 고두밥을 짓는다. ② 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차게 식은 고두밥에 밑술을 붓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4.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14일간 발효시킨다. * 주방문에 “달고도 매운 술맛이 난다.”고 하였다.
<원문(黃金酒)> 白米二升百洗浸一宿細末水一斗作醅(或云作粥)待冷曲一升合造冬七日夏三日春秋五日後粘米一斗百洗全蒸待冷和前酒二七日後用之.
<요록(黃金酒)> 白米二升百洗浸水經一夜更洗七八度作末以水一斗作粥待冷和精麴末一升納瓮冬七日春秋五日夏三日白粘米一斗百洗熟蒸待冷和本酒納瓮七日後用之.
<음식디미방(황금쥬)> 미 두되 셰여 믈에 가 밤자여 작말여 탕슈 말애 쥭 수워 거든 국말 되 섯거 녀헛다가 녀이어든 사흘 츈어든 닷쇄 동졀이어든 닐웬 만애 말 셰여 식거든 섯거 녀헛다가 칠일 후 라.
◈ 황금주 <양주방> 희게 쓴 멥쌀 너되를 깨끗이 씻고 또 씻어 가루로 만들어라. 물 스무 복자(기름이나 술을 되는 그릇)를 팔팔 끓여 쌀가루를 놋동이에 담고, 끓는 물을 부어가며 개되 꽤 익게 개어라. 그리고 한없이 차게 식혀 가루누룩 두되를 섞어 항아리에 넣었다가 사흘 만에 찹쌀 두말을 깨끗이 씻고 또 씻어 담갔다가 이튿날 지에밥을 쪄서 대주걱으로 뒤적이며 물을 뿌려, 밥이 느러지게 쪄서 무한히 채워 밑술에 섞어 찬 데에 놓아 두어라. 여름에는 이레 만에 겨울에는 열흘 만에 쓴다.
◈ 황금주 <蘊酒法> 미 구승 셰 작말야 탕슈 서말 구승의 여 국말 서되 진말 칠홉 섯거 삼일 만의 뎜미 서말 셰여 식여 더(흐)라.
◈ 황금쥬방문(黃金酒方文) <酒方(임용기소장본)> 졈미(粘米) 되(一升) 즐게 밥 지어 진국(麯) 되(一升) 쳐 비져 두어다가 삼일(三日) 만의 졈미(粘米) 말(一斗) 로밤(一夜) 담(沈)아다가 찌되 물(水) 셰 복쥬 부어 익게 식거든 그 슐밋싀 셧거 셔늘게 두엇다가 칠일(七日) 만의 쓰라. 극열(極熱)의 슐항(酒甕)을 물의 채여 두라.
◈ 황금주 <홍씨주방문>-별칭 5월 감향주- 백미 한되 백세 작말하여 구멍떡 빚어 익게 삶아 채와 가장 바랜 누룩가루 깁체에 쳐 한되를 떡에 쳐 넣었다가 이튿날 점미 한말 옥같이 쓸어 담갔다가 물 한 복자 놓아 익게 쪄 더운 김에 밑술에 버무려 사리야 더운데 넣어 익으면 꿀같이 다나니라. * 주방문 머리에 “이것이 ‘오월 감향주’라 하나니라.”고 하였으나, ‘감향주’ 주방문과 유사하지는 않고, 따뜻해지는 때에 빚는 술임을 알 수 있다.
◈ 황금주법 <봉접요람> 점미 일두 백세하여 익게 쪄 식거든, 끓인 물 열되 드는 한 병에 섭누룩 서되 풀어 버무려 넣었다가, 사오일 후에 위를 헤치면 맑게 괴나니라.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