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막걸리 빚기 100년의 끈질긴 역사가 빛을 보기 시작한다

100년의 여운, 양촌양조장 이동중 대표

 

막걸리 빚기 100년의 끈질긴 역사가 빛을 보기 시작한다

대기업 마트에서도 “양촌막걸리 보내 달라” 주문서 보내

 ‘막걸리는 촌스럽다’는 인식 바꾸려고 디자인에도 심혈

‘레드닷 디자인상’ 도전 끝에 수상, 도전정신 높이 살만

 

 
양촌양조장을 찾은 날은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부침게에다가 막걸리 한 잔이 간절한 그런 날이었다. 양조장을 방문 하는 날 쳐놓고는 기막힌 조화였다.

유한회사 양촌양조장(대표이사 李東重, 65)은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 위치한다. 큰길에서 양조장으로 이어지는 길은 전형적인 목가적인 풍경이다. 잎사귀 떨군 감나무엔 탐스런 감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한 여름 그렇게 푸르던 논들은 황금벌판으로 변해 있다.

 

양촌양조장, 1930년대 지은 건물에서 술을 빚다

불원천리 마다않고 양촌양조장을 찾은 것은 양촌양조장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 때문이었다.

1920년 창업한 이래 근 100여년을 한 곳에서 머물며 막걸리를 빚고 있다는 고집을 직접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100년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좀 더 좋은 터를 찾아 이사를 감직도 한데 한 자리에서 3대를 이어 술을 빚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 이동중 대표의 증조부인 이종진 옹이 1920년 현 양촌양조장 터에서 막걸리를 빚기 시작할 때만도 이곳은 인근에서 꽤 큰 번화가로 알려진 곳이었다고 한다. 한 10여년 양조장을 하자 막걸리도 잘 팔리고 해서 쇼화6년(昭和6年, 1931년)에 지금의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건물 상량식 때 대들보에 쓴 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근 90여 년 전에 지은 건물인데도 양조장 건물로선 전혀 손색이 없다. 특히 온도의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효실을 반 지하화 시킨 안목은 탁월하다고나 할까. 당시의 건축 양식으로선 상당히 앞서간 양조장 건물이다. 듣자하니 증조부는 당시 천석꾼으로 상당한 부를 이루고 있어서 당시에 이 같은 건물을 지을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이 대표는 풀이했다.

이후 이 대표의 부친께서도 이곳에서 술을 빚었고, 현 이 대표도 선대들이 하던 대로 이곳에서 술을 빚는다.

양조장의 술맛은 고집에서, 자존심에서 그리고 제조 장인의 뚝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아마 이런 말이 나온 것은 양촌양조장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닐까.

 

2014년 10월, ‘막걸리 최초’ 레드닷 디자인상 수상​

겉보기엔 한낱 시골의 양조장에 지나지 않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대단한 양조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양조장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디자인상을 양촌양조장이 받았다.

2014년 10월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독일 ‘레드닷 디자인상(Red Dot Design Award)’을 양촌양조장이 받자 막걸리업계에서는 깜짝 놀랐다. 국산 맥주나 소주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사례는 있었지만, 국산 막걸리가 상을 받는 다는 것은 생각을 뛰어넘는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레드닷 디자인상’은 세계 최고 권위의 디자인상으로 디자인들은 이 상을 받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다.

‘양촌’막걸리의 상표는 디자이너 이태희가 고안했다. 양촌막걸리의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전통의 현대화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와, 한글의 우수성을 알렸다는 평을 함께 받고 있다.

이동중 대표는 “‘막걸리는 촌스럽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며 “지방 막걸리가 품질은 물론 디자인 또한 대기업 막걸리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걸 알리려는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글을 가지고 이렇게 디자인을 했다는 자체도 놀라운 일이지만 막걸리의 현대화를 위해서 ‘레드닷 디자인상’상에 도전한 이 대표의 도전정신은 높이 살만하다.

또 지난 4월에는 한국국제소몰리에협회로부터 ‘양촌 생막걸리와’ ‘우렁이쌀 손막걸리’가 금상을 받기도 했다.

 

주당들이 탐내는 7.5%의 ‘양촌 우렁이쌀’

휴일인데도 취재 기자를 위해 계룡 역까지 나와서 기자를 맞은 이 대표에게 양촌양조장에 도착하자 막걸리부터 보여 달라고 했다. 사실 커피 한잔 보다는 막걸리가 서먹한 대화를 트는 데는 제격이 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양촌 생막걸리(6%)’, ‘양촌 생동동주(10%)’, ‘양촌 우렁이쌀 손 막걸리(7.5%)’, ‘월향 막걸리(6%)’를 내놓는다.

이 대표는 양촌양조에서 판매되는 막걸리 가운데 ‘양촌 생막걸리’가 전체 판매량의 80%를 차지한다고 했다. 논산시민들에 있어서 양촌막걸리는 없어서는 안될 만큼 보편화 되어 있는 술이다. 이 지역 막걸리 시장의 약 70%를 양촌이 차지할 정도다.

오죽했으면 논산시에 있는 홈플러스에서는 자진해서 양촌막걸리를 보내달라고 할 정도 였다고 했다. 이런 대형 마트에 입점하려면 어려움이 많은데 양촌막걸리는 앉아서도 입점을 한것. 모두가 맛이 좋고 퀄리티가 높기 때문으로 여겨진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입국을 사용해서 빚는 ‘양촌생막걸리’는 밑술인 입국을 침전 시킨 후 여름에는 36시간 겨울에는 48시간이 지난 후 고두밥을 넣는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후 밀가루를 넣어 발효 시킨 후 가수를 해서 도수를 떨어뜨린 후 출하시킨다. 발효 중 가수(물을 넣는 것)를 하는 것은 효모의 활동을 더욱 원활하게 위한 조치라고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던가. 눈앞에 막걸리를 두고 안 마셔 볼 수가 있겠는가. 우윳빛처럼 뽀얀 생 막걸리가 청량감을 준다. 어딘가 쌉싸래한 맛이 서울서 흔하게 마셔보는 막걸리와는 사뭇 다르다.

‘양촌 우렁이쌀’은 이 지역에서 우렁이 농법으로 생산된 쌀로 빚은 막걸리다. 주재료인 쌀은 논산 은진면 와야리에서 우렁이농법으로 재배하는 무농약 햅쌀을 사용한다. 합성감미료인 ‘아스파탐’도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생산 기일도 길지만 원자재 값이 워낙 비싸서 출하가격이 비싸다. 때문에 농촌 지역보단 대도시 막걸리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프리미엄급 막걸리다. 도수가 7.5%로 주당들에겐 따 좋은 막걸리라는 생각이 든다.

모르는 사람들은 ‘우렁이쌀’이라는 상표만 보고 ‘우렁이로도 막걸리를 만드는가’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우렁이 쌀은 비료를 주지 않고 우렁이를 풀어서 잡초를 제거하는 방법의 자연 친화적 농법이다.

그리고 월향은 막걸리 전문점 ‘월향’에서만 판매하는 막걸리다.

 

양촌양조, 건양대학교와 산학 교류 협약 맺어

6남3여 가운데 넷째인 이 대표는 선조들이 그랬듯이 양촌토박이다. 부모님들의 자식 사랑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농촌에서 9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보냈다고 하니 보통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대표는 어려서부터 보고 배운 것이 농사일이라 충남대학 농대를 다녔다. ROTC 14기로 제대하고 나서 곧바로 고향으로 내려와 여러 가지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대학 나와 초급장교로 제대하고 나서 농사일을 바로 시작하기가 어려웠을 것 아닌가”라고 묻자 “농대를 다니면서 한편으로 농사를 지었다. 그만큼 농사짓는 일이 보람도 되고 재미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천생 농부의 후예다.

그러면서 부친이 하고 있는 양조장 일을 도왔다. “술만큼 까다로운 것도 없습니다. 술을 빚음에 있어 정확하지 않으면 절대로 좋은 술을 빚을 수 없다는 것을 그 때부터 터듯하게 되었습니다.”

양촌 생 막걸리가 목넘김이 좋고 청량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런 전통을 이어온 장인의 정신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 대표는 “장인정신만으로 좋은 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한계를 느껴 충남의 전통주, 나아가 우리나라 전통주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자 2014년 건양대학교 RIS사업단과 산학 교류 협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이는 맛과, 생산 단계에서의 품질개선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와 상생을 위한 이 산학협약을 통해 변화의 첫 발걸음을 뗀 시도의 첫걸음이 되어 우렁이쌀 막걸리를 생산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찾아가는 양조장에 ‘양촌양조장’ 선정돼

양촌양조장은 지난여름 농림식품부에서 지역 관광 활성과 6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주관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하여 “양촌이 충청남도 논산 관광과 지역 6차산업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더욱 노력하는 양촌양조장이 되겠다.”고 전했다.

충남 논산은 신라와 백제가 최후의 격전을 벌였던 황산벌이 있는 지역으로 은진미륵을 비롯해서 젊음의 애환이 깃든 ‘논산훈련소’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런 연유 때문인지 이웃해서 육군본부가 들어섰고, 국방대학원도 금명간 이사 온다. 명실상부 국방의 요람지가 된 곳이다.

이 대표는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었으니까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14% 청주를 준비한다고 했다. 이 술은 우렁이 농법으로 지은 찹쌀을 주원료로 하여 맑고 깨끗한 술인데 무감미로 빚어 제사를 지낼 때 딱 어울리는 술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지역에서 생산되는 야채를 가미한 야채 막걸리도 개발 중에 있는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지만 이 이 대표는 “장기화되고 있는 막걸리 시장의 침체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런 노력들이 막걸리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막걸리 시장의 활성화는 비단 막걸리를 빚는 막걸리 양조 업자만의 이익이 아닌 전체 농가의 활성화가 이루어 질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게는 딸만 셋. 누구에게 양조장을 물려 줄 것인지 넌지시 물었더니 “이 도가는 내 것이 아니라 우리 집안 거니까 가족 중에 술 잘 빚을 사람에게 주면 된다”고 했다. 배포가 아니라 그의 타고난 성품인 듯했다.

막걸리학교 허시명 교장은 그의 글에서 “향수가 우리 몸에 바르는 가장 응축된 액체라면, 술은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는 가장 응축된 액체”라고 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술은 ‘백약지장’이란 말로 술을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는 술을 빚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평가절하 되고 있다. 우리도 프랑스처럼 술 빚는 사람들이 대접을 받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100여년의 역사를 품고 술을 빚고 있는 양촌양조장 문턱을 나오면서 언 뜻 생각이 난 것이다. 이런 기업 이런 장인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사회가 진정 좋은 사회로 가는 길이 아닌가 여겨졌다.

<양촌 현지에서 김원하 기자>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