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金石産 원장

명의에게 묻다 3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金石産 원장

 

스트레스 해소 위해 술 마시면 일시적 방편… 결국엔 알코올 의존증

“술은 즐거울 때 마셔라” 5가지 방책 지키며 마셔야 건강 유지 한다

 

①1차로 끝내라②안주를 챙겨라③원샷은 피하라

④대화를 하며 마셔라⑤혼술은 가급적 피해야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사먹지”

술을 몹시도 사랑(?)하는 어느 주당이 했을 법 한 이 말은 아동 문학가이자 스님인 신천희 시인의 ‘모주꾼의 술타령’이란 詩다. 요즘 이 시를 패러디해서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 봐라 내가 옷 사 입나, O짬뽕 사먹지”라는 광고 카피가 등장 한다.

술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날씨와 계절에 따라 술 마시는 기회가 많아진다. 특히나 연말에는 더욱 그렇다. 송년회다 동창회다 해서 여기 저기 참석하다보면 술은 필연적으로 마시게 된다.

지나친 과음으로 속이 메스껍고, 두통이 와서 일어나기조차 어려운 상황, “내 다시는 술 마시나 봐라”며 다짐을 하건만 저녁나절, 해가 서산에 걸리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가며 주당들을 집합시키고 있는 자신을 보고 “이거 나 알코올 중독자 된 것 아냐?”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분들은 본인이 진단을 내리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다사랑중앙병원(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金石産 의학박사, 52세) 원장은 권한다.

특히 김 원장은 “주당들이 연말연시를 잘 넘겨야 새해에도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낼 수 있다”며 5가지 방책을 제시했다.

첫째는 1차로 끝내라. 그리고 모임 횟수를 가급적 줄여라. 그래야 술을 덜 마시게 된다. 연말 모임에 빠졌다고 왕따 당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둘째는 안주를 챙겨 먹도록 한다. 너무 기름지지 않은 것으로 속을 채우면 그만큼 술을 덜 마시게 된다. 술자리에 나가기 전 우유라도 한잔 마셔두는 것이 좋다.

셋째는 원샷을 삼갈 것. 요즘은 2가지 이상 술을 섞어서 마시는 폭탄주가 유행하고 있는데 첫잔은 원샷을 해야 한다며 술을 강권한다. 폭탄주는 대게 알코올 도수가 12~13도 되어 목넘김이 좋아 과음의 지름길이다. 폭탄주는 마시기는 좋을지 모르나 몸에는 그만큼 독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넷째는 술에 걸신들린 것처럼 마시지 말고 대화를 하면서 마시는 것이 좋다. 아니면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다.

다섯째, 요즘 혼밥, 혼술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데 바람직하지 못하다. 화가 난다고 해서 혼술을 하다보면 자칫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김 원장은 그리고 1주일에 2~3일 정도는 공백 기간을 둬야 간도 피로를 풀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정신건강의학적 측면에서 보면 어떤 상태일까.

 

-알코올 중독자를 정의한다면?

알콜올 중독자는 상습 음주자가 아닌 병적으로 봐야 한다. 한 마디로 뇌의 병이다. 뇌의 중앙에는 쾌락중추라 불리는 뇌 보상회로가 있는데 이 회로가 망가진 것이다. ‘술을 마시면 즐겁다’는 것이 일반적인 갈망감의 논리라고 보면, 일반인들은 어느 정도 이 갈망감의 억제가 가능한데 알코올 중독자는 억제가 안 된다.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고장 나면 멈출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다 보니 술을 과음하게 된다.

-그러면 한 번 고장 난 뇌는 고칠 수 없는가.

안 된다. 예를 들어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있다고 치자. 이 환자가 상당 기간 지나면 알레르기 현상이 사라지는가. 아니다. 같은 꽃가루에 같은 반응을 보인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갈망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나와 술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알코올 환자들에게는 어떤 치료를 하는가.

아캄프로세이트(acomprosate) 같은 약을 투약하여 갈망증을 억제한다. 그런데 이런 약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알코올 중독자를 치료 해보자.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습관적인 부분을 도려내야 한다. 화가 난다. 잠이 오지 않는다 하여 술을 마시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본인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라고 진단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가족 중에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있다면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

알코올 의존증(중독자) 환자로 판단하는 것도 치료하는 것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환자로 판단되면 본인의 의지로만 치료하기가 힘들다.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내과적인 치료가 뒤따라야 하고, 정신적인 측면에 문제가 있다면 정신건강의학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이를 테면 우울증세가 나타나거나 불안, 초조, 수면장애 같은 현상이 일어나면 전문의와 상담해서 치료해야 한다. 이런 증세를 방치하면 결국에는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도 유전적인가.

100% 유전적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상당수 유전인자가 작동한다고 보면 된다. 그보다는 환경적인 요소가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양산(?)한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주태백인 경우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그런 꼴이 보기 싫었는데 막상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자신도 부모처럼 술꾼이 되어 있다는 데 놀라워한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받는 고통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여러 분야에서 찾아 볼 수 있겠지만 우선은 사회에서 냉대를 받게 된다. “저 친구 알코올 중독자”라는 딱지가 붙여지면 상대하는 사람들이 적어진다. 술 때문에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술만 마시면 동료나 친구와 싸우게 된다. 때문에 작게는 직장에서 해고를 당할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냉대를 당하다보면 자연 외톨이로 전락하여 혼자서 술을 마시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우울증 증세가 심해진다.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되어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김석산 원장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줄이는 길은 꾸준한 교육이라고 진단했다.

중·고등학교에서 금연이나 성교육은 실시하고 있는데 음주 문화에 대한 교육은 전무한 상태가 현실이다.

“음주에 대한 교육은 고3생들이 수능시험이 끝나고 약간의 공백 기간인 있는데 이 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요즘은 많이 시정되고 있지만 대학 입학이 시작되면 신입생 환영회를 한다며 선배들이 새내기들에게 술을 강권하고 이를 이기지 못한 신입생들이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다. 이는 술을 잘 몰라서 하는 행위라는 것이 김 원장의 진단이다.

 

“흔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시적 해소는 될지언정 진정한 해소는 안 된다. 다음에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또 술을 찾게 되고 이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되면 결국엔 몸도 마음도 망가지고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되어간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을 담당하는 부신에서 코르티솔,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등 스트레스 호르몬을 과다하게 생성해 방어 태세를 갖추게 되는데 동시에 뇌에서는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갈망 호르몬의 일종인 세로토닌이나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우리 뇌는 과거 기분 좋았던 경험들 중 우리 몸이 가장 빠르게 회복하고 반응했던 때를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일시적인 스트레스가 해소돼 기분이 좋아진다. 이를 반복하면 결국엔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된다.

 

술로 인해서 몸이나 마음에 이상이 생기면 단주를 해야 한다. 단주의 첩경은 술친구→단주친구로 바꿔야 한다.

“사실 혼자서 단주를 하기란 금연보다 어렵다. 단주친구를 만들어 같이 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혼자서 마라톤을 뛰는 것보다 함께 뛰어야 하듯이 말이다.”

김 원장은 술은 가급적 즐거울 때 마시라고 했다. 화가 나서 열 받는다고 술로 풀려다 보면 자칫 큰 사고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즐거운 일이 없어도 술 마시고 싶을 때는 “오늘 하루 즐거웠다.”는 최면을 거는 것. “내일은 내일이니까. 오늘이 있어야 내일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적당량 술을 마시면 그게 바로 약주(藥酒)가 돤다”고 김 원장은 갈파했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金石産 원장(의학박사) 프로필:▴(현) 다사랑중앙병원 원장▴(현)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정회원▴다사랑병원(광주) 원장 역임▴국립나주병원 교육원장◇공저▴알기 쉬운 회복의 길(2014.하나의학사)▴술:사람이 선택한 술, 술이 선택한 사람(2009.느낌이 있는 책:보건복지부 우수건강도서) ◇논문▴알코올 의존 환자의 우울 및 불안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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