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속세로 귀양 온 신선들의 술 ‘적선소주(謫仙燒酒)’

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 38 溫故知新

 

속세로 귀양 온 신선들의 술 ‘적선소주(謫仙燒酒)’

 

 

우선 ‘적선소주(謫仙燒酒)’라고 하는 주품명과 관련하여 그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적선(謫仙)’이라 함은, “속세로 귀양 온 신선”이라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적선소주’는 “신선들의 술”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한편, 전해오는 설로는 “적선(謫仙)은 중국 당나라 때의 시선(詩仙)으로 추앙받던 이태백을 가리킨다.”고도 하는데, 정작 이태백의 1천편이 넘는 시 가운데서 이 ‘적선주(謫仙酒)’에 대한 내용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런데 저자미상의 한글 붓글씨 본으로 “기미납월초록(己未臘月初錄)”이라고 하여 저술연대가 불분명한 <규중세화>라는 문헌에 ‘이퇴백 효주법’과 ‘이적선 효주’가 수록되어 있어, “적선은 이태백을 지칭한다.”는 설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적선소주(謫仙燒酒)’에 대한 주품명과 주방문을 수록하고 있는 문헌으로 <救荒補遺方>에 ‘적선소주방(謫仙燒酒方)’을 비롯하여 <金承旨宅廚方文>, <民天集說>, <蘊酒法>, <醫方合編>, <林園十六志>, <酒饌>, <浸酒法> 등 조선 중기의 기록을 들 수 있는데, <金承旨宅廚方文>에 ‘적성소주법’ <蘊酒法>에 ‘적선소주’, <醫方合編>에 ‘노인무가 적선소주(老人尤佳 謫仙燒酒)’, <浸酒法>에 ‘적선소주(積善燒酒)’ 등 다양한 명칭과 표기법을 엿볼 수 있다.

<金承旨宅廚方文>의 ‘적성소주’는 ‘적선소주’의 방언으로 이해되고, <浸酒法>의 ‘적선소주(積善燒酒)’는 오기(誤記)로 생각된다. 하지만 ‘적선소주(謫仙燒酒)’라는 주품명과는 달리, 여느 소주 방문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점은 찾을 수 없다.

저술연대가 가장 앞선 문헌으로 1700년대 초엽으로 알려진 <醞酒法>의 주방문을 바탕으로 시대별 변화과정을 분석하여 본 결과, ‘적선소주’는 쌀 양 3되 5홉에 대하여 끓는 물 4말, 누룩 3되, 덧술은 찹쌀 1말이던 것이 <民天集說> 이후의 다른 문헌에서는 밑술의 쌀 양이 1되 2홉~1되 5홉으로 줄어들었으며, 1800년대 말엽의 <酒饌>과 연대미상의 <醫方合編>에서는 덧술의 쌀 양보다 많은 1말 5되로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오기(誤記)인지 의도된 방문인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주원료의 배합비율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밑술을 반생반숙의 범벅(죽, 담)을 만들어 사용하고, 덧술은 찹쌀 1말로 지은 고두밥만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등 공통된 주방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고 하겠다.

<醞酒法>을 비롯한 7종의 문헌에 등장하는 ‘적선소주’는 여느 주방문보다 밑술 빚기가 매우 중요하다. 밑술은 덧술을 빚기 위한 바탕이 되는 것과 동시에 소주의 경우 특히 알코올도수를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우량한 효모증식과 함께 덧술의 당화효소가 충분해야 하는데, 사용되는 물의 양이 많게 되면 자칫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적선소주’의 주방문에서 보듯 밑술의 발효기간이 봄철 3일, 겨울철 5일인데, 이 기간에 자칫 술밑의 유기산 농도가 높아지는가 하면, 술 표면에 엷은 막이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밑술을 빚을 때 오염원의 유입이나 술독 소독이 잘못된 경우, 또는 밑술의 발효온도가 너무 높았을 때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밑술은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발효시키고, 술이 끓어오르면 재빨리 찬 곳으로 옮겨 냉각시켜주어야 한다. 또 특히 범벅(죽, 담)을 잘 쑤어야 하는데, 범벅(죽, 담)이 팔팔 끓어올랐더라도 한동안 뜸을 들여 푹 퍼지게 하고, 반드시 차갑게 식혀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처음 ‘적선소주’를 빚는 경우, 밑술에 사용되는 물의 양이 많아서 힘들다고 하여 물을 줄이기보다는, <醞酒法>에서와 같이 쌀의 양을 늘려서 빚으면 보다 안전한 발효를 도모할 수가 있으며, 덧술의 발효도 원만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밑술이 끓어올랐을 때 고두밥과 함께 차게 냉각시켰다가 덧술을 빚으면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적선소주’의 맛과 향기는 증류과정에서 특징 지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헌마다의 주방문 말미에 “익힌 후 4등분하여 소주를 내리면 1등분에 소주 4되나 받을 수 있으므로, 16되를 얻을 수 있고 술맛이 좋다.”고 하였고, <浸酒法>에서는 “익거든, 네헤 난화 소주고으면, 한번 고으는데 너되 나느니, 대(큰)되 열엿되 나되, 그 맛이 가장 좋으니라.”고 하여 증류요령을 언급하고 있다.

‘적선소주’를 증류할 때 비결은, 술밑을 끓일 때 불의 세기를 잘 조절하는 일로, 이때의 ‘난화’는 ‘만화(慢火)’를 가리키며, “부드러운 불” 또는 “게으른 불”로 싸지도 약하지도 않게 때되, 불의 세기가 일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적선소주’가 일번 ‘소주’나 ‘로주’와 다른 특징은, 수율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주방문에 “소주의 양이 1말 6되 또는 16사발이 나온다.”고 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소주의 수율이 30~35%인 점을 감안하면 ‘적선소주’의 수율이 매우 높다는 것인데, 알코올도수와는 무관하게 1말 6되 또는 16사발의 양으로 주질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뜻한다. 수차례 양주실습 결과 ‘적선소주’는 알코올도수 28%~26% 정도의 소주로서 그 맛이 부드럽고 거칠거나 쓰지도 않아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적선소주’의 주방문을 통해서 되(升)와 ‘사발’이 동량의 도량일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게 되었다.

 

謫仙燒酒方 <救荒補遺方>, <民天集說>, <醫方合編>, <林園十六志>, <酒饌>

밑술 : 흰쌀 1되 5홉, 가루누룩 3되, 끓는 물 4말. 덧술 : 찹쌀 1말

밑술 : ① 흰쌀 1되 5홉을 백세 하여 하룻밤 재웠다가(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하여 (넓은 그릇에 담아 놓는다) ② 물 4말을 팔팔 끓여 쌀가루에 붓고 개어, 죽(담)을 쑨 다음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죽에 좋은 가루누룩 3되를 합하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 ④ 술독에 술밑은 담아 안치고, 여름철엔 3일(겨울 5일)간 발효시킨다.

덧술 : ① 찹쌀 1말을 백세 하여 하룻밤 불렸다가(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서) 건져 물기를 뺀다. ② 불린 쌀을 시루에 안치고, 쪄서 무른 고두밥을 짓는다. ③ 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낸다(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 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술이 익으면 술덧을 걸러서 4등분하여 증류한다. ⑥ 1회 (증류하면) 소주 4되, 합이 16되가 나오는데 맛이 좋다.

<謫仙燒酒方> 白米一升五合 百洗經宿作末 湯水四斗作粥待冷 好麴末三升和合入瓮 夏則三日 冬則五日後 粘米一斗 百洗經宿蒸飯 本酒和合入瓮待熟 分四注之則 一注出四升合 十六升味好(흰 되닥곱을 백번 씨서서 밤 디난 후의  맹그라 끌힌 믈 너 말의 쥭을 쑤어 거든 됴흔 누록 서되 데 석거 독의 바저 녀은 사흘이오, 겨을흔 닷샌 만의  말을 백번 씨서 밤 쟤여 쪄셔 본 술의 석거 그 독의 비저 닉거든 네희 화 고오되 이예 너되식 나니 합야 말엿되나니 마시 됴흐니라.).

 

적성소주법 <金承旨宅廚方文>

밑술 : 멥쌀 1되 2홉, 가루누룩 3되, 물 4말. 덧술 : 찹쌀 1말

밑술 : ① 멥쌀 1되 2홉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 ② 솥에 물 4말과 쌀가루를 합하고, 팔팔 끓여서 죽을 쑨 후, 넓은 그릇 여러 개에 퍼서 차게 식힌다. ③ 죽에 가루누룩 3되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여름에는 3일(겨울 5일)간 발효시킨다.

덧술 : ① 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5~6시간)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 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킨다.

증류 : ① 불을 지핀 가마솥에 예의 방법대로 하여 술을 안친다. ② 솥에 안친 술이 끓기 시작하면 소줏고리를 앉히고 시루 번을 붙인다. ③ 예의 방법대로 증류하여 소주를 내리는데, 4되씩 합하면 열여섯 복자가 난다.

<젹셩쇼쥬법> 미 일승 오홉 세여 루 허 물 너 말의 쥭 쑤어 사허거든 로누룩 서되를 그 쥭의 합여 너허 여름이면 나흘 겨울이면 오일 후의 졈미 일두 셰여 물이 붓거든 닉게  본밋  너허 닛거 거래 네희 는화 쇼쥬 고으면 넉되식 나니 합면 열여섯 복요, 마시 죠흐니라.

 

적선소주 <蘊酒法>

◇밑술 : 멥쌀 3되 5홉, 누룩가루 3되, 끓는 물 4말. 덧술 : 찹쌀 1말

▴밑술 빚는 법 : ① 멥쌀 3되 5홉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2일 후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하여 넓은 그릇에 담아 놓는다. ② 물 4말을 팔팔 끓여 쌀가루에 붓고 개어, 죽(범벅)을 쑨다(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죽에 누룩가루 3되를 합하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 술독에 술밑은 담아 안치고, 더울 때는 3일, 가을은 5일간 발효시킨다.

▴덧술 빚는 법 : ① 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 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어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키되, 술이 익으면 4등분하여 증류한다.

* 주방문 말미에 “(증류해서) 한 번에 소주 4되씩 열 엿되 나고 맛이 좋으니라”고 하였다. <酒饌>의 ‘적선소주(謫仙燒酒)’와 비슷한데 <酒饌>의 ‘적선소주(謫仙燒酒)’는 밑술의 쌀 양이 1말 5되로, 밑술의 쌀 양이 다를 뿐이다.

<젹션쇼듀> 미 서 되가옷 셰야 담가 일야 후 작말야 탕슈 너 말의 쥭 쑤어 국말 서 되 섯거 와 더위 삼일 겨을은 오일의 뎜미 일 두 셰야 일야 담가  와 밋술의 섯거 닉거든 네 번의 화 고으면  번의 네 식 합야 열녓 야 고 마시 됴흐니라.

<謫仙燒酒法> 白米一升五合百洗水浸宿作末湯水四斗作粥待冷好曲末三升和均入瓮冬五日夏三日後粘米一斗白洗浸宿蒸飯本和釀同入瓮待熟分四注之一往出四升合十六升其味甚好.

<老人无佳 謫仙燒酒> <民天集說> 白米一升五合白洗經宿作末湯水四斗作粥待冷好曲末三升和合入瓮夏則三日冬則五日後粘米一斗白洗經宿蒸飯本酒和合入瓮待熟分四住之則一住出四升合十六升味好.

<적선소주방(謫仙燒酒方)> <의방합편(醫方合編)> 粳米一升五合白洗經宿作末湯水四斗作粥待冷好麴末三升和合入饔夏三日冬五日粘米一斗白洗經宿烝飯與前本合釀待熟分四燒之一燒出四升合得十六升味佳. <飮饍要覽>. 멥쌀 1되 5홉을 여러 번 씻어 하룻밤 담갔다 가루로 빻아 끓인 물 4말을 섞어 죽을 쑨다. 식은 후 누룩가루 3되와 버무려 항아리에 담는다. 여름이면 3일, 겨울이면 5일 후에 찹쌀 1말을 여러 번 씻어 물에 하룻밤 담갔다 고두밥을 쪄서 밑술에 덧술 한다. 익힌 후 4등분하여 소주를 내리면 1등분에 소주 4되나 받을 수 있으므로 16되를 얻을 수 있고 술맛이 좋다. <飮饍要覽> 인용.

<謫仙燒酒> <주찬(酒饌)>/白米一斗五升百洗經宿作末湯水四斗作粥待冷好曲末三升調釀夏三日冬五日後粘米一斗百洗經宿烝飯合釀本酒待熟分四注之則一注出四升合十六升而味好.

* 적선소주(積善燒酒) <浸酒法>/메백미 한 되 닷홉을 일백 번 물에 씻어 하룻밤 재워 가루 만들라. 물 너 말 끓여 담 개어 식거든 좋은 누룩 서 되를 넣어 빚으되, 여름이면 사흘이요, 겨울이면 닷새 후에 찰백미 한 말 일백 번 씻어 밤 재워 밥 익게 쪄 먼저 빚은 밑에 넣었다가 익거든, 네헤(내어) 난화(만화 : 뭉근한 불) 소주 고으면, 한번 고으는데 너 되 나느니, 대(큰)되 열 엿 되 나되, 그 맛이 가장 좋으니라.

* 주방문 말미에 “한 번 고으는데 너되 나느니, 큰되로 엿되나 나면 그 맛이 좋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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